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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바이오 기술 ‘적수가 없다’

나노바이오 기술 ‘적수가 없다’

▎ 장준근 1967년생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서울대 의용생체공학 석·박사 서울대 전기공학부 조교수 2000년~ 나노엔텍 대표

▎ 장준근 1967년생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서울대 의용생체공학 석·박사 서울대 전기공학부 조교수 2000년~ 나노엔텍 대표

학문에서는 통섭, 기술에서는 융복합이 대세다. 이종 기술이 만나는 융복합 기술은 블루오션을 만들 잠재력이 크다. 새로운 기술이 새 시장을 만들기 때문이다. 나노엔텍은 전형적 융복합 기술 회사다. 코스닥 상장사인 이 회사는 증권시장에서 나노바이오 융복합 기술의 총아라는 호평을 받는다. 나노바이오는 나노와 바이오 기술의 중간 영역이자 두 영역을 잇는 다리가 되는 기술이다. 새로운 고부가가치 시장이 창출될 가능성은 그만큼 크다.

대표적 나노바이오 기술이 ‘랩온어칩(lab on a chip)’이다. 랩온어칩은 말 그대로 칩 위에 실험실을 얹은 것이다. 실험실 구성요소를 미세하게 칩에 구현함으로써 복잡한 실험을 하나의 칩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전립선암을 검진하기 위해 종합병원에 가 복잡한 장비로 검사 받는 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진단장비에 피 한 방울을 떨어뜨려 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다.



특허 출원 120여 건나노엔텍은 랩온어칩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생명공학과 진단의료 분야에서 내공을 쌓아왔다. 출원한 특허만 120건이 넘는다. 나노바이오 분야에서는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의 기술 벤처다. 이 회사의 정체성은 장준근(44) 대표와 관련 있다. 장 대표의 이력 자체가 융복합이다. 그는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의대에서 인공장기와 세포공학으로 석·박사를 했다. 이후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를 지냈고 2000년 학내 벤처인 디지털바이오테크놀로지를 만들었다. 디지털바이오테크놀로지는 현재 나노엔텍의 자회사로 R&D(연구개발)를 전담한다.

설립 11년 차. 하지만 이 회사의 실적은 초라했다. 설립 후 9년 연속 적자를 봤다. 지난해 흑자전환(영업이익 18억원)을 했지만 올 3분기 현재 116억원 매출에 손실은 5억원이다.

그런데도 나노엔텍은 증권가에서 늘 유망 종목이다. 저조한 실적에도 애널리스트들의 평판은 호의적이다. 12월 15일 미래에셋증권은 “나노엔텍이 유사 분야에서 경쟁업체가 전무해 향후 지속적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관련 업계와 시장의 평가도 좋다. 이 회사는 최근 지식경제부가 선정한 2010년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과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됐다.

이런 배경은 오로지 기술력이다. 이 회사는 적자를 보는 와중에도 매년 매출액 대비 7~15%를 R&D에 썼다. 이 회사의 대표적 제품을 살펴보자. 우선 세포의 수를 세는 세포계수 분야의 1회용 세포계수기 ‘씨칩’, 세포계수 때 비용이 기존 제품보다 5배나 저렴한 ‘아담엠씨’, 아담엠씨보다 훨씬 간단하고 저가이면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카운테스’ 등이 있다. 특히 2008년 9월 출시한 카운테스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장비 3400대, 소모품 158만 키트를 판매해 9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세계시장 점유율은 30%. 앞서 말한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된 것이 카운테스다.

‘네온’으로 이름 붙인 마이크로포레이터도 주목 받는 제품이다. 마이크로포레이터는 전기충격을 이용해 세포 안에 유전자를 비롯한 물질을 물리적 방법으로 주입하는 장치를 말한다. 회사 측은 “네온이 유전자 연구 분야의 신기원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나노엔텍은 지난해 마이크로포레이터 관련 특허 2건을 다국적 바이오 기업인 라이프테크놀로지에 1300만 달러에 매각하면서 이에 필요한 기기와 소모품을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했다.

이 회사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시장은 진단의료 분야 중 현장진단 기기다. 현장진단 기기는 몸의 다양한 정보를 공간 제약 없이 현장에서 바로 분석해 수치화하는 기기다. 국내 대기업 여럿이 노리는 U-헬스케어의 핵심 분야 중 하나다.

나노엔텍의 대표적 현장진단 기기 중 하나는 ‘프렌드’다. 이 제품은 극미량의 혈액만으로 현장에서 각종 질환을 5분 안에 분석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암 검사, 심장병, 갑상선, 성장호르몬, 골다공증 검사 등에 활용된다. 회사측은 “프렌드는 현장진단기의 편의성과 정확성을 혁신적으로 개선한 진단기”라며 “나노, 바이오, 미세 가공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원천 기술이 적용됐기에 가능한 기기”라고 설명했다. 나노엔텍은 지난 7월 말부터 한 달간 충청남도 태안에서 55세 이상 남성 약 2000명을 대상으로 프렌드를 이용해 전립선암 진단 캠페인을 벌여 화제를 모았다. 지난 9월에는 국내 한미약품의 자회사인 한미메디케어와 진단의료기기 공급에 대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해외시장서 더 주목에이즈 환자의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세포 분석기인 ‘씨박스’ 역시 기존 기기에 비해 초소형으로 만든 제품이다. 이 제품은 에이즈뿐 아니라 혈액 내 희소세포를 검출하고 분석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이 제품은 지난 9월 미국 특허를 취득했다.

나노엔텍의 제품은 대부분 나노와 바이오를 결합한 컨버전스 기술이다. 국내에는 경쟁업체가 없고, 그나마 R&D 단계에 머물러 있다. 장 대표는 “나노엔텍은 랩온어칩 플랫폼을 이용해 기존의 대형 제품을 휴대할 수 있는 소형 제품으로 탈바꿈시킨다”며 “동시에 장비를 활용해 생성되는 데이터를 웹이나 모바일폰 등으로 무선 전송 및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간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나노바이오 분야 국내 시장 규모는 전 세계의 1%에 불과하다고 본다. 이 때문에 나노엔텍은 애초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렸다. 영업력을 해외에 집중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힘썼다. 이 회사의 매출 중 90%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나노엔텍은 관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올 매출은 약 156억원을 예상한다”고 했다. 그는 라이프테크놀로지에 공급되는 신제품 출시가 내년 초로 미뤄지고 진단의료기기인 프렌드 키트 출시가 일부 지연된 것을 원인으로 봤다. 장 대표는 “연구개발 인력과 투자를 확대했고 국내외 전시회를 포함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진행한 상황이어서 내년에는 올해의 노력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연구개발 부문에서 많은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준근 대표는 “나노엔텍은 융복합 기술을 바탕으로 공급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혁신적 제품을 개발할 것”이라며 “기술 혁신을 통해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궁극의 스몰 자이언트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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