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D AXELROD '미국에 ‘희망’과 ‘변화’는 아직 유효하다'
DAVID AXELROD '미국에 ‘희망’과 ‘변화’는 아직 유효하다'
본인의 역할이 백악관의 ‘메시지 맨’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첫 2년을 두고 메시지가 약하다는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두 가지만 이야기하겠다. 하나는 우리 정권이 들어선 시점이다. 국가 비상사태, 경제위기, 그리고 두 곳의 전쟁(그중 하나는 전략도 없었다) 와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평시처럼 메시지를 세련되게 다듬고 말고 할 여유가 없었다. 취임 전부터 우리는 경제의 자유낙하를 막으려면 아주 힘들고 인기 없는 일을 해야 했다. 둘째, 경제와 의회 그리고 중간선거의 속성이 원인이기도 하다. 지난 11월에는 어느 정도 삐걱거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지지율이 늘 그렇듯 곧바로 회복됐다는 점에 만족한다. 정치적 관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매우 힘겨운 2년을 겪으면서 한 걸음 더 전진할 탄탄한 기반을 마련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미지와 성과 홍보에서 아쉬움이 있다면?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효과적인 홍보를 펼칠 시간과 공간이 없었다. 경제회복법은 근래 들어 그 진가를 가장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공공정책이다. 대다수 국민은 은행과 자동차회사만 살리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경제가 돌아가게 하려면 짧은 시간에 수많은 요소를 전부 아울러야 했다. 그러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왔다. 그 점이 아쉽다.
지난 2년간 그 밖의 다른 실수는 없었나?좀 더 다른 식으로 메시지를 전했더라면 제대로 평가 받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는 사안들도 있다. 경제회복법에서 감세 부분을 따로 떼어내 그 문제를 집중 부각했더라면 좋았겠다 싶다. 에너지 부문도 마찬가지다. 덩컨 교육장관이 주창한 ‘정상을 향한 경주(Race to the Top)’도 34개 주의 교육 수준 향상에 이바지했지만 그런 훌륭한 교육개혁 프로그램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했다. 정말 어려운 시기에 오바마 대통령이 국가를 위해 한 일들이 너무도 자랑스럽다. 오바마는 몇 가지 아주 어려운 결단을 했다. 그중 하나는 자동차 산업 문제였다. “결정하기 전에 이런 일이 인기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라고 대통령에게 말했다. 다른 사안에서도 그렇지만 대통령은 “잘 압니다. 하지만 대공황 이래 최악의 불황 속으로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사라지게 내버려 둘 순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민주당 내부의 반발을 무마하느라 애쓰는 듯한데…, 내분을 어떻게 수습할 생각인가?민주당 간부들 사이에 세금 문제를 두고 우려와 실망이 많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점은 대통령이 선택을 해야 했다는 사실이다. 1월 1일부터 감세 조치를 중단해 실업보험에 의지하는 수많은 사람의 생명선을 단절시키느냐,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타협하느냐 둘 중 하나였다. 우리는 협상을 택했고 그 결과 예상보다 큰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타협이란 달갑지 않은 조건도 수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조도 문제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은 상대편보다 같은 편에 더 화를 내는 듯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 민주당이 수십 년 동안 애썼지만 이루지 못한 일을 많이 해냈다. 건강보험 개혁은 한 세기 동안 노력해 온 일이다. 분노 문제에 관해 할 말이 있다. 솔직히 국민은 정치에서 분노로 대치하는 모습을 원치 않는다. 그들은 지금까지 그런 상황을 너무 많이 겪어 넌더리를 낸다. 그들은 더 나은 정치를 원한다. 퇴보가 아닌 진전을 원한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차이는 충분히 인정한다. 2012년이 어려운 선거가 되리라는 전망도 부인하지 않겠다. 치열한 선거전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어렵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서로 협력해 일을 성사시켜야 할 시점도 있다.
오바마가 일을 잘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면 어느 정도 과장된 홍보도 필요하지 않을까?과장된 홍보를 한다고 해서 서민의 경제사정이 나아지거나 자녀를 대학에 보낼 여유가 생기진 않는다. 그런 면의 성과를 좀 더 효과적으로 홍보해야 하지 않느냐고? 정당한 비판이다. 정치적 연극은 오바마 대통령의 본성에 맞지 않지만 좀 더 잘했을 수도 있다고 인정한다. 가장 큰 문제는 너무도 정신없이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앞으로 2년 동안은 좀 더 정상적인 방식과 속도로 우리의 성과와 업적을 제대로 알릴 기회가 오리라고 생각한다.
2012년 대선 메시지는 2008년과 어떻게 차별화할 생각인가?이런 정치 환경에선 ‘희망’과 ‘변화’라는 메시지가 잘 먹히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희망과 변화는 지금도 이 정권의 핵심이다. 실제 우리가 하는 일에서 희망과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다음 대선에서 내세울 성과를 올리고, 상대편과 차별화되는 미래의 비전을 제시할 생각이다.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안다. 수 년 동안 누적된 결과다. 이제 우리는 그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그만으로 국가나 가족의 성공이 보장되진 않는다. 2012년엔 가족과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최고로 높여주는 쪽으로 메시지를 잡을 생각이다.
백악관 참모들은 마이크 허커비(전 아카소 주지사로 공화당 예비 대선후보 중 선두그룹에 속한다)의 돌풍을 우려하고, 모두가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로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다)에 호기심을 갖는다. 공화당 예비후보 중 누가 우세하리라 보나?예상 못한다. 솔직히 말해 공화당의 어느 누구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공화당 대권 예비후보 판세는 어느 때보다 혼미하다. 공화당은 언제나 서열이 중시되는 당이었다. 늘 당 지도부가 대선후보를 점 찍으면 실제로 그가 공화당 후보가 됐다. 조지 W 부시도, 존 매케인도 그랬다. 하지만 지금 공화당은 이전과 판이한 상황에 처했다. 공화당 내에서 우익 포퓰리즘 운동(티파티)이 거세게 일고, 파벌 다툼도 있다. 누가 우세할지 나로선 알 길이 없다.
재정적자 줄이기와 세제개혁 문제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티파티와 공감대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재정개혁, 정치개혁, 그리고 세제간소화에서 일부 공통점을 찾는 일은 가능하다고 본다. 반드시 서로 협력해야 할 분야가 있다. 국민이 그런 협력을 당연시거나, 적어도 협력해주기를 바란다. 국민이 초당적 협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양보가 불가능한 부분도 있다. 모든 삭감이 똑같진 않다. 교육이 좋은 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교육이 21세기의 경제를 튼튼하게 해주는 밑거름이라고 확신한다. 교육 잘 받은 인력을 양성하지 않으면 국가로서 기회가 없다. 그 문제가 쟁점이 되고, 우리에게 학교를 개혁하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평등교육을 확립하는 데 필요한 일을 하지 말라고 한다면 우리는 도저히 양보할 수 없다.
곧 백악관을 떠날 예정으로 안다. 백악관의 핵심부 역학과 2012년 대선 운동에 그런 일이 어떤 의미를 갖나?백악관엔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 백악관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도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 내가 ‘진정한 미국’이라고 부르는 중서부로 돌아가면 개인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된다. 멀리서 조언하면 내가 대통령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외부에 있다가 새로운 활력과 아이디어를 갖고 새로 백악관에 들어오는 사람들도 대통령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지난 대선에서 오바마의 선거본부장을 지낸 데이비드 플루프가 그중 한 명이다. 그가 국정홍보의 방향을 잡고 정치 리더십을 발휘하리라 생각한다.
민주당 내부의 대선 주자 경선에서 복병을 만날 가능성은 없나?두고 보면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 사이의 오바마 지지율이 약 80%로 사실상 반대가 없는 셈이다. 재선 운동을 시작하기에 아주 적합한 조건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여러 면에서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 민주당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한다. 결정은 그들이 내린다.
오바마는 그렇고 그런 연임 대통령이 되느니 차라리 훌륭한 단임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가 재선에 나서지 않을지 모른다는 추측을 어떻게 보나?오바마가 재선에 출마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다. 오바마가 공식적으로 그런 발표를 하거나 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 사실 오바마는 이 나라를 위해 몸 바칠 각오가 돼 있다. 그는 더 나은 미래를 믿는다. 그 미래를 실현하려고 투쟁하기를 원하며, 양당이 그 방향으로 매진하도록 격려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그는 지금의 어느 누구보다 자신이 그 일을 더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본인이 결정할 문제이지만 나로선 2012년에 내가 느긋하게 지낼 시간이 없으리라는 점을 확신한다.
2012년 대선운동의 표어나 주제를 생각해 둔 게 있나?내 입으로 그가 재선 출마를 공식적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그런 게 있다면 어불성설이 아닐까? 지금으로선 “계속 지켜봐 주세요”로 족할 듯하다.
번역·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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