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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論濁論] - 투자 대신 ‘건설’ 사겠다는 현대차

[淸論濁論] - 투자 대신 ‘건설’ 사겠다는 현대차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지난 6개월간 진행돼온 현대건설 인수전이 현대자동차그룹으로 가는 것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지난해 후반부터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두 그룹 간의 대결은 정도를 넘어 혈투로 진행돼 왔다. 물론 앞으로도 현대차그룹이 설사 현대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도 갈 길은 멀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인수대금은 개인 자금이 아닌 주주의 자금이다. 그래서 기업을 인수하려면 충분한 설명과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이런 부분이 정작 과열된 인수전에 묻히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몇 가지 측면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 세계에 575만 대를 판매하고 올해 600만 대 이상을 판매해 세계 4위 자동차 그룹으로 우뚝 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 등은 세계 수준에 이르렀다고 확신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우리는 지금까지 선진국이 하던 방법을 축약된 우리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해 급속하게 성장해 왔다. 이것이 앞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고유의 친환경 자동차 개발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것도 아류작이 아닌 세계 최고의 제품이 나와야 생존할 수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아직 내로라하는 친환경 자동차가 없고, 시스템이나 모듈 측면에서 우리를 대표하는 원천기술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만큼 연구개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는 시점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수십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현대차그룹이야말로 연구원 보강이나 새로운 친환경 기술 개발 및 고연비 기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10여조원 중 5조원 이상을 현대건설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그림이 그다지 좋지 않다.

둘째, 현대차는 현재 갖고 있는 여유 자금을 미래를 위한 종잣돈으로 활용해야 한다. 도요타 리콜 사태는 부품이나 시스템의 관리·감독이 가장 중요하고, 언제든지 목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줬다. 여유 자금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이다. 그래서 더욱 자금 흐름에 고민해야 한다.

셋째, 현대차가 강조해온 순혈주의다. 현대차는 그간 여러 번 인수 기회가 있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가 역할을 분담하면서 순혈주의를 강조해 왔다. 이제서 자동차와 직접적 연관관계가 없는 현대건설의 인수는 타당성이 부족하다.

넷째, 가장 중요한 자동차와의 연관관계다. 현대차는 지난해 당진제철소 운영을 시작했다. 자동차의 시작부터 끝까지 연관관계를 생각하면 철강 생산은 의미가 있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자동차와 직접적 관계는 없다. 더구나 투자 대비 자동차 분야의 업그레이드가 너무 약하다는 게 문제다.

다섯째, 주주를 설득하는 합리성의 결여다. 컨소시엄을 통한 기업 인수를 위해서는 주주를 설득하고,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타당성을 높여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없다. 주주가 외면하는 회사의 미래는 장래가 보장될 수 없다.

회사 인수는 대주주가 갖는 고유 권한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국가경제의 틀을 지탱하는 대표 기업이 된 지 오래다. 그래서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된 문제점은 몇 번이고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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