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의 눈물은 남자의 성욕 감퇴제?

존 베이너 미 하원의장이 흘리는 눈물이 여성들의 성욕을 감소시키지는 않는다고 말해도 틀리진 않을 듯하다. (베이너는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하원 장악이 확실시됐을 때, 아이들을 생각할 때, 그리고 의장봉을 넘겨받으려고 하원 본회의장을 걸어 내려갈 때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남자의 눈물이 여자의 성욕을 감소시킬지도 모른다는 생각 자체가 성인의 눈물이 가진 기능이 얼마나 수수께끼 같은지 말해준다.
네덜란드 틸부르흐대의 심리학자 아드 J J 빙어후츠는 과학자들이 아기와 아이들의 울음을 ‘심신의 괴로움을 호소하는 울음’으로 분류한다고 말한다. 그 울음의 기능은 도움을 요청하는 데 있다. 그 울음은 또 옥시토신(유대감과 사랑을 나타내는 행동과 연관된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가 하면 공격성을 억제하기도 한다.(예컨대 길 잃은 아이가 낯선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울 때 그 울음은 ‘날 해치지 말라!’는 신호다.)
반면 성인의 울음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불분명하다. 눈물과 성욕의 상관관계를 다룬 새로운 연구가 비상한 관심을 끄는 이유다. 이스라엘 바이츠만 연구소의 노암 소벨이 이끄는 연구팀은 남성들에게 여성의 눈물(여성들이 슬픈 영화를 볼 때 흘리는 눈물을 채취했다)이나 식염수의 냄새를 맡게 한 뒤 다양한 심리학적·신경학적 검사를 시행했다. 눈물의 기능을 알아보려는 시도였다. 실험을 통해 남성들이 눈물과 식염수를 냄새로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팀은 눈물과 성욕의 상관관계를 살폈다. 연구팀은 24명의 다른 남성에게 컴퓨터 화면으로 여성들의 얼굴 사진을 보여준 뒤 그 얼굴들이 얼마나 슬프게 보이는지 혹은 성적인 매력을 풍기는지 평가하도록 했다. 24명의 남성 중 17명이 식염수 냄새를 맡았을 때보다 눈물 냄새를 맡았을 때 그 얼굴들의 성적 매력이 떨어진다고 답했다. 바이츠만 연구팀은 이 연구결과를 사이언스 익스프레스지에 실린 한 논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또 다른 남성 50명에게 눈물이나 식염수의 냄새를 맡게 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그들이 냄새 맡는 액체가 어느 쪽인지 말해주지 않았으며 참가자들은 냄새를 맡은 뒤에도 두 액체를 구분하지 못했다.) 그리고 각자의 성적 흥분도를 평가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이 엉뚱한 질문에 참가자들이 어떻게 답했는지 보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심리학 실험이 대개 그렇듯 의외의 결과가 나왔으리라 짐작해도 무방할 듯하다.) 이 남성들에게 슬픈 영화(‘챔프’)를 보여준 뒤 각자가 느끼는 성욕의 정도를 스스로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는 눈물의 냄새를 맡은 뒤나 식염수 냄새를 맡은 뒤에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측정한 결과는 눈물 냄새를 맡은 뒤와 식염수 냄새를 맡은 뒤의 성욕의 정도에 차이가 났다. 참가자들이 슬픈 영화를 본 뒤 타액 중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의 일종) 수준은 (식염수 냄새를 맡은 뒤가 아니라) 눈물의 냄새를 맡은 뒤 13% 감소했다고 나타났다. 또 참가자들이 에로틱한 영화(‘나인 하프 위크’)를 본 뒤 성욕과 연관된 뇌 영역[시상하부와 왼쪽 방추상 회전(回轉: 대뇌피질의 주름)]의 활동 역시 (식염수 냄새를 맡은 뒤가 아니라) 눈물 냄새를 맡았을 때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런 결론을 내렸다. “여성의 눈물에는 남성의 성욕을 감소시키는 화학신호가 들어있다. (남성이 여성의 우는 모습을 보지 않았을 때나 자신이 눈물의 냄새를 맡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때에도 그렇다.)” 소벨은 이렇게 덧붙였다. “이 연구는 인간의 화학신호(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신호 포함)들이 다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 연구는 예상대로 언론의 비상한 주목을 끌었다. 미국의 각종 언론 매체에서 “여성의 눈물이‘여보, 오늘 밤은 안 돼요’라는 신호를 보낸다” 등의 제목으로 이 연구의 결론을 앞다퉈 내보냈다. 하지만 눈물과 울음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과연 바이츠만 연구팀의 해석이 옳은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빙어후츠는 이렇게 말했다. “바이츠만의 연구는 무척 흥미롭다. 연구 결과 또한 주목을 끌 만하다. 하지만 그들의 해석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눈물의 성욕 억제 효과는 부수적인 수준에 불과한 듯하다. 실험에서 남성들이 여성의 눈물 냄새를 맡았을 때 감소했던 테스토르테론은 성욕뿐 아니라 공격성과도 연관이 있다. 공격성 억제라는 측면이 눈물의 기능에 관한 기존의 이론과 더 잘 맞아떨어진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눈물은 공격성을 억제하고 사회적 유대를 촉진한다(뒤에서 베이너의 경우를 예로 들어 자세히 설명하겠다). 공격성을 억제하는 방법 중 하나가 테스토스테론 수준의 감소다. 바이츠만 연구팀은 눈물이 이런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기까지는 다른 과학자들도 동의한다. 하지만 눈물의 성욕 억제 효과를 얘기할 땐 이론이 분분하다. 우선 여성의 눈물 냄새를 맡은 남성들의 성욕 감소 정도가 (식염수 냄새를 맡은 남성들과 비교할 때)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또 이 연구에서 내세우는 증거(성욕과 연관된 뇌 영역의 활동 감소를 나타내는 fMRI 영상)는 별로 신빙성이 없다. 섹스와 연관된 뇌의 회로는 실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성의 눈물이 남성의 성욕을 감소시킨다고 결론 내리기 어려운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남성들이 여성의 우는 모습을 보지 않고 눈물의 냄새만 맡을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눈물의 냄새를 맡는 경우엔 우는 모습도 보게 된다는 얘기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큰 영향을 미치겠는가?
또 눈물의 사회적 유대감 촉진 효과도 생각해봐야 한다. 빙어후츠는 바이츠만 연구팀이 남성 참가자들의 옥시토신 수준(누군가 우는 모습을 볼 때 상승한다)도 측정했더라면 좋았겠다고 말했다. 설사 눈물에 상대의 성욕을 감소시키는 화학성분이 있다고 해도(지금까지 그런 성분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눈물이 특정 단백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1981년의 주장을 입증하려는 두건의 실험이 실패로 끝났다는 사실을 밝혀두고 싶다) 그런 기능이 울음의 사회적 유대감 촉진 효과를 능가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어떤 남성들은 우는 여성을 보면 성욕이 감소하지만, 어떤 남성들은 그 여성을 위로하고 달래주고 싶은 마음이 들며 그런 충동이 성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남성이 우는 여성을 봤을 때 그 남성의 행동에 미치는 효과가 눈물의 냄새를 맡았을 때의 테스토스테론 수준 감소 효과를 능가한다는 얘기다.
여기서 존 베이너의 경우를 다시 생각해 보자.
대중 앞에서 눈물을 보인 정치인은 그 외에도 많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은 대중 앞에서 여러번 눈물을 흘렸고, 제1차 걸프전 당시 다국적군 사령관을 지낸 노먼 슈워츠코프 장군은 바바라 월터스와 인터뷰 도중 울었다. 어쩌면 그들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더 영악했을지 모른다. 빙어후츠는 울음이 남자를 덜 공격적으로 보이게 하며 다른 사람들로부터 정서적 지지와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유명인사가 우는 모습을보면 ‘나도 저런 상황에 처하면 울까?’ 라고 자문하게 된다. 만약 그렇다고 생각되면, 그리고 그 눈물이 진심에서 우러나왔다고 생각되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 ‘어떻게’ 우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흐느껴 울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표시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고요한 눈물은 효과적이다.
남성의 고요한 눈물은 매력적으로 보일 뿐 아니라 깊고 진실된 감정을 지닌 인물로 비치게 해 여성의 성욕을 자극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남성의 눈물은 여성의 성욕을 자극하고, 여성의 눈물은 남성의 성욕을 감소시킬(연구 결과가 맞다고 가정할 경우)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럼 남녀가 함께 슬픈 영화를 보러 가면 어떻게 된다는 말이지?
번역·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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