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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통사 운명, 아이폰 손에

미국 이통사 운명, 아이폰 손에

애플과 손잡은 통신사업자의 성과가 주목된다.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냐 AT&T냐’는 고민은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가 2월부터 아이폰을 공급하는 것을 자신의 투자수익으로 연결시키고 싶은 투자자라면 영국 기업 보다폰의 주식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 덩치도 가장 크고 수익성도 가장 좋은 이동통신 서비스 회사인 버라이즌 와이어리스 지분을 버라이즌은 55%, 보다폰은 45% 가지고 있다. 또한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이동통신 서비스 기업인 보다폰의 핵심 사업 부문이 버라이즌의 국내 사업 부문보다 더 강력하다. 버라이즌은 미국에서 가정과 사무실에 유선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조금 많이 줘 실적엔 별 도움 안 된다3개월 전부터 버라이즌의 아이폰 공급 개시를 기다리는 동안 버라이즌의 주가는 10% 올라 36달러에 이르렀다. 버라이즌의 2011년도 예상이익이 주당 2.23달러이니 36달러라는 주가는 예상이익의 16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보다폰의 주식은 2012년 3월 마감되는 회계연도의 예상이익인 주당 2.97달러의 9배에 불과한 2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대해 샌퍼드 번스타인의 통신 부문 애널리스트인 크레이그 모펫은 이렇게 말한다.

“그건 정상적인 게 아니다. 두 기업의 주가에서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와 관련된 부분을 제외하고 보면 버라이즌의 유선전화 부문이 보다폰의 나머지 이동통신 부문에 비해 더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보다폰의 나머지 이동통신 부문이 버라이즌의 유선전화 부문보다 더 나은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그는 버라이즌의 올해 이익이 월스트리트의 평균 추정치보다 낮은 주당 2달러 정도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그는 버라이즌이 버라이즌 와이어리스 가입자 가운데 애플의 아이폰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많이 주기로 했다는 점을 꼽았다. 버라이즌은 신규 가입자에게 아이폰을 내장 메모리 용량에 따라 대당 199~299달러에 공급할 예정인데, 이는 버라이즌이 애플에 지급하는 대당 가격에 비해 375달러 정도 낮은 것이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인 브레트 펠트만은 1월 중순 버라이즌 주식의 평가등급을 ‘매수’에서 ‘보유’로 낮추었다. 그렇게 한 것은 “버라이즌 주식이 AT&T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폭이 지난 10년 동안 한번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크게 확대된 사실”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펠트만이 고객들에게 보낸 메시지에 따르면 버라이즌 주식과 AT&T 주식은 그동안 똑같이 대체로 예상이익의 12배에 해당하는 주가로 거래돼 왔다. 그런데 최근 배당수익률을 보면 AT&T 6.1%, 버라이즌 5.5%로 AT&T 쪽이 더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배당보상률(기업의 이익에서 배당 지급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1년 AT&T 68%, 버라이즌 87%로 AT&T 쪽이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보다폰의 경우 배당보상률이 약 50% 정도로 추정되므로 배당을 늘릴 여지가 더 많다.

물론 AT&T 주식이 버라이즌 주식보다 더 낫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관점은 아니다. 암스트롱을 비롯해 버라이즌 주식에 대해 낙관적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동통신 네트워크에서 이미 AT&T를 앞서고 있는 버라이즌이 이제 아이폰까지 직접 공급하게 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래서 그들은 버라이즌 와이어리스가 미국의 이동통신 서비스에서 2위 자리에 있는 AT&T 와이어리스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앞으로 AT&T는 수백만 명의 아이폰 고객을 버라이즌에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 버라이즌은 올해에만 기존 가입자와 신규 가입자를 더해 1000만 명 이상에게 아이폰을 판매하고, 가입자 기반을 9300만 명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데일리 쇼’ 진행자 존 스튜어트마저 1월 중순 AT&T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버라이즌이 아이폰을 직접 공급하게 된 것을 환영하는 한편 과부하 상태에 있는 AT&T의 이동통신 네트워크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아이폰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찍은 사진, 우리가 듣는 노래, 그리고 홈 비디오와 디지털 나침반 등을 가지고 다닐 수 있기 위해 한 가지를 희생했습니다. 전화통화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된 것이 그것입니다.” 이어 스튜어트는 버라이즌 아이폰이 나오게 되면서 “우리의 오랜 악몽이 곧 끝나게 됐습니다”고 덧붙였다.



버라이즌 지분 보유한 보다폰에 더 관심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현재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의 시장점유율은 36.3%다. 버라이즌 와이어리스는 2008년 이후로, 그러니까 아이폰을 직접 공급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그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해왔다. 이에 비해 AT&T 와이어리스의 시장점유율은 30.9%에 불과하다. 그 다음으로 스프린트 넥스텔이 18.7%, 도이체텔레콤의 티모바일이 14.1%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의 지배주주인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는 그동안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의 이익에서 배당으로 지급하는 부분을 최소한으로 한정했다. 이에 따라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 자신도 물론 배당을 적게 받았지만 합작 파트너인 보다폰으로 하여금 불만을 품게 했다. 지금까지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의 이익은 배당으로 지급되기보다 버라이즌을 비롯한 채권자에게 진 빚을 갚는 데 주로 사용됐다. 이에 따라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의 부채는 그동안 월 10억 달러의 속도로 줄어들었고 올해 연말이 되면 부채가 모두 상환돼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버라이즌의 최고경영자 이반 자이덴버그는 버라이즌 와이어리스가 늦어도 2012년 연말부터는 본격적으로 배당을 지급하기 시작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그렇게 되면 보다폰의 이익이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또한 보다폰이 갖고 있는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의 지분 45%를 버라이즌이 매수하게 될 경우(많은 투자자가 언젠가는 이렇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에는 그러한 버라이즌의 매수로 보다폰이 대규모 이익을 거두게 될 것이다.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의 유선전화 부문은 겨우 수지균형을 맞추는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약 350억 달러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의 경영실적은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의 파이오스(FiOS) 고속 전화-텔레비전-인터넷 서비스는 괜찮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버라이즌의 경영진은 이 서비스를 미국 전역으로 확대하는 데는 소극적 태도를 취해 왔다. 또한 이 기업 고객들이 사용하는 유선전화 회선 수가 2009년 4분기부터 2010년 3분기까지 1년 동안 8% 감소하면서 유선전화 사업 부문의 매출이 3.6% 줄어들었다.

미국에서 현재 유선전화는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무선전화만 사용하는 가구가 전체 가구의 28%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비율이 2003년에는 4%였다. 모건스탠리 예측에 따르면 2015년엔 이 비율이 44%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런 추세가 유선전화 서비스 회사들에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새로운 광대역 통신망 가입자를 놓고 벌이는 싸움에서는 케이블 회사들이 승리하고 있다. 또한 버라이즌과 AT&T는 연금과 건강보험 비용과 관련된 미래 채무 부담이 크다. 버라이즌의 경우 이런 미래 채무 부담이 270억 달러에 이른다. 버라이즌의 성장 전망에 대해서는 애널리스트마다 하고 싶은 말이 달리 있겠지만 이 기업의 배당보상률에 여유가 없다는 점, 유선전화 사업 부문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버라이즌 주식은 과거 실적에 비추어 높은 수준에 있는 현재의 주가수익비율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만큼 가치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것이다.

번역=이주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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