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pe] INTERNATION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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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해군력 증강이 경기부양책?
MOSCOW'S ARMADA
많은 유럽 국가가 적자를 감축하려 지출을 줄이지만 러시아는 유가 상승 덕분에 돈을 물 쓰듯 한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가 선택한 경기부양책은 구태를 벗지 못했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에 맞서는 함대의 신설이다. 지난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향후 10년에 걸쳐 무려 6780억 달러를 투자하는 새로운 국방비 지출안을 발표했다. 그중 4분의 1이 태평양 함대의 현대화에 투입된다. 크렘린이 구입하려는 품목은 신형 공격형 잠수함을 포함해 군함 20척, 미사일 적재 잠수함, 프리깃함, 그리고 항공모함 한 대다.
이 같은 지출은 표면상 러시아가 아직도 태평양에서 대대적인 파워 게임을 벌일 능력이 있음을 중국에 과시하려는 속셈이다. 하지만 크렘린 입장에선 빈사상태에 빠진 러시아의 군수산업에 자금을 수혈해 생명을 연장할 필요도 있다. 러시아 군산복합체의 고용인원은 300만 명에 가까우며 전체 생산직 일자리의 20%를 차지한다. 그리고 러시아가 여전히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재래식 무기 수출국이지만 국방산업은 심각한 어려움에 빠져 있다. 지난해 러시아는 어림잡아 100억 달러 상당의 무기(주로 저가의 재래식 하드웨어)를 해외에 수출했다. 그러나 러시아 방산업체 중 무려 25%가 파산 위기에 처했으며 대부분 “소련 시대 군대의 비효율적인 유물”이라고 분석가 알렉산더 골츠가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조차 러시아가 제조하지 못하는 장비를 구입하려고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일례로 크렘린은 2만t급 미스트랄 헬리콥터 모함 두 척을 대당 10억 유로에 프랑스로부터 구입했다. 러시아 군대도 형편이 낫지 않다. 지난 1월 모스크바에 있는 전략기술분석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육군은 이론상 110만 병력 규모지만 실전 배치가 가능한 병력은 두 개 여단, 다시 말해 9000명에 불과하다.
이런 문제에 돈을 쏟아붓는다고 러시아 군대가 현대적인 전투병력으로 바뀌지는 않겠지만 러시아 육군과 해군 그리고 무기 제조업체 직원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유지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많은 관료와 방산업체가 돈방석에 올라앉게 되리라는 점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관료들이 국가예산에서 빼돌린 돈은 1조 루블(330억 달러)에 이른다. 크렘린은 거금을 들여 메드베데프 전용 수퍼요트도 새로 구입했음을 확인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고품인데도 구매가가 무려 3500만 달러에 달했다. 이것도 러시아 해군력 증강으로 봐야 하나?
OWEN MATTHEWS
‘조세 피난처’ 스위스의 개과천선
THE GILT OF DESPOTS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의 악명 높은 부정축재 지도자들은 빼돌린 자산을 숨겨놓는 장소로 스위스 은행 계좌를 애용했다. 필리핀의 마르코스, 자이르의 모부투, 나이지리아의 아바차, 그리고 아이티의 ‘베이비 닥’ 뒤발리에 대통령 등이 주요 고객으로 꼽혔다. 그러나 요즘 스위스는 그런 이미지를 쇄신하려 열성을 다하는 듯하다. 지난 1월 스위스 당국은 축출된 튀니지 지도자 지네 알 아비디네 벤 알리와 궁지에 몰린 로랑 그바그보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의 자산을 신속히 동결했다. 지난주에도 스위스에서 제3세계 독재자들이 빼돌린 돈의 환수를 용이하게 하는 법이 발효됐다.
최근의 이 같은 모범적 행동은 분명 2년 전 스위스가 큰 망신을 당했던 일과 관계가 있는 듯하다. 당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국제 투명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조세 피난처 목록(‘gray list’)에 스위스를 올려놓았다. 스위스 경제에서 금융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웃돌며 국제 민간투자의 최대 3분의 1을 스위스 은행들이 취급한다. 그런 까닭에 스위스는 자국 은행들이 탈세보다는 자산관리의 전문가들이라는 인식을 세계에 널리 확산시키려 애써왔다.
그러나 그런 새로운 조치로도 불신을 씻어내기는 어려울 듯하다. 횡령자금 환수에 관한 새로운 법을 살펴보자. 입증책임이 피해자(종종 독재자의 죄를 입증하려 몇 년씩 법정싸움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들로부터 전 독재자들로 넘어가게 된다. 전 독재자들은 앞으로 자신들의 동결자산이 합법적으로 취득한 소득임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이 법은 파탄국가에만 적용된다. 아이티는 해당되지만 튀니지는 제외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스위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정축재 자금이 스위스 은행으로 흘러든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 수치를 추정하긴 어렵지만 워싱턴의 글로벌 파이낸셜 인테그리티에 따르면 스위스 은행에 맡겨진 불법자산은 1500억 달러에 달할지 모른다. 다른 어느 금융 중심지보다 많은 액수다. 스위스 소재 국제자산회수센터의 다니엘 텔레스클라프는 “상황이 개선됐지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아직도 한 나라의 명성을 침몰시킬 만큼 큰 빙산이다.
WILLIAM UNDERHILL
중국이 이집트 사태에 쉬쉬하는 이유
China: what protests?
중국의 언론 검열 당국자들은 2011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과 1989년 천안문 광장 사이의 유사성을 놓치지 않았다. 지난주 중국의 양대 인터넷 포털인 시나닷컴과 넷이즈닷컴은 ‘이집트’란 단어의 검색을 차단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역시 마찬가지였다(중국의 인터넷 검열당국은 이미 진짜 트위터뿐 아니라 페이스북과 유튜브 접속을 차단했다.) 중국 정부는 이집트 관련 정보를 제한하지 않는 웹사이트는 “강제 폐쇄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 당국은 중동의 정치 혼란을 소련 해체 후 그루지야, 우크라이나, 그리고 키르기스스탄의 권위주의 정권을 무너뜨린 이른바 ‘색깔 혁명’의 연속으로 본다. 그런 까닭에 민주화 시위의 여파가 중국에까지 밀려들까 우려한다. 중국의 대응전략은 이제 단순히 외신공급을 차단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당국은 또한 실시간으로 논쟁의 방향을 이끌어가려 노력한다. 지난주 국영 글로벌타임스는 색깔 혁명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민주주의가 서방에서 성공한 전력 덕분에 ‘강한 매력’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경고를 잊지 않았다. “민주주의 방식이 다른 국가에도 적용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일부 신흥 민주국가는 가두 시위로 계속 몸살을 앓는다.”
이 같은 평가는 과거 천안문 사태 당시 중국 정부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 반정부 시위는 혼란을 초래할 뿐이며 현상을 유지해야 안정을 얻게 된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이집트가 사회적 안정과 평온을 되찾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MELINDA LIU
BY THE NUMBERS
도미노 혁명 다음 행선지는?
The Odds of an Uprising
튀니스와 카이로 시가지에 혁명의 바람이 휘몰아친다. 이제 가장 큰 의문은 그런 반정부 시위가 다른 나라로 확산되느냐는 점이다. 어느 나라가 그 뒤를 따를 가능성이 클까? bookmaker.com은 다음 저항운동이 어디서 일어날지를 두고 확률을 배정했다(카이로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자 지난 3일 베팅을 잠정 중단했다). 다음은 100달러를 걸었을 경우 잠재적인 배당금이다.
120달러
다음 대형 폭동은 예멘에서 일어난다.
300달러
다음 대형 폭동은 이란에서 일어난다.
4000달러
다음 대형 폭동은 시리아에서 일어난다.
6000달러
다음 대형 폭동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어난다.
이집트 봉기
배후가 미국이라고?
U.S. STATE'S BLOGGER U
이집트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고 위키리크스가 미국 국무부 외교문서를 추가 공개한 뒤로 이집트 국영TV는 워싱턴이 그런 혼란의 배후라고 비난했다. 미국 정부가 “저항세력 지도자들을 은밀히 후원했다”는 주장이다. 이를 뒷받침할 증거로 2008년 미 국무부의 일부 지원으로 뉴욕에서 열린 모임이 제시됐다. 이 모임엔 이집트 ‘4월 6일 청년운동’의 회원 한 명을 포함해 세계 각지의 사회 운동가 20여 명이 버락 오바마의 소셜 미디어 팀 같은 전문가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그 회의를 제안했던 전직 미 국무부 관료 제임스 글래스먼에 따르면 모임의 주제는 ‘공공 외교 2.0’ 다시 말해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사회·정치 개혁 방안이었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이집트 운동가는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동기부여를 받은 느낌이었으며 인맥을 구축할 좋은 기회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이집트 반정부 시위의 배후가 미국이라는 주장에 코웃음을 친다. 오히려 회의 뒤 미국이 별다른 지원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집트 민주주의와 관련해 미 국무부의 후속 지원을 요청했을 때 미 당국자들은 기껏해야 발뺌하기 일쑤였다고 그는 말했다. “그들은 ‘우리는 다리를 개방해 놔야 한다. 너무 큰 이해가 달려 있다’는 둥 뜬구름 잡는 소리를 했다. 이집트의 운명이 걸려 있는 일인데도 말이다.”
MIKE GIG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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