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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원 KOICA 이사장 인터뷰 _ '한국 기업 ODA(공적개발원조) 더 활용하세요'

박대원 KOICA 이사장 인터뷰 _ '한국 기업 ODA(공적개발원조) 더 활용하세요'

"감사할 줄 아는 원조를 해야 합니다.”

빈국을 원조하는 것은 우리가 감사 받아야 할 일인데, 박대원(64) KOICA(한국국제협력단·이하 코이카) 이사장은 반대로 말하는 것 같았다. 박 이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빌려 “원조는 두 손으로 겸손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자이카(일본국제협력단) 홈페이지를 보면 슬로건이 일본 국익의 극대화”라며 “피원조국 입장에서 어느 쪽을 더 좋아하겠느냐”고 물었다.

외교관으로 30년을 보내고 2008년 코이카 이사장에 취임한 박 이사장은 “코이카는 천사들이 모인 곳이고 나는 천사장”이라는 말로 조직의 정체성을 대신했다. 올해로 창립 20주년 된 코이카는 정부의 대외 무상원조 사업을 전담하는 기관이다.

2009년 말 우리나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코이카는 더욱 바빠졌다. 이 위원회는 22개 선진국이 가입한 조직이다. 세계에 공식적으로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변신을 알린 계기였다.



“선택과 집중으로 무상원조 확대”박 이사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그는 “산타클로스가 보따리 풀듯 하는 원조에서 규모가 크고 피원조국에 실제 도움이 되는 원조로 바꿔갈 것”이라고 말했다. 2월 18일 성남시 시흥동에 있는 코이카에서 박 이사장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무상원조가 수혜국은 물론 우리나라 수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이 있다.

“무상원조와 수출증진을 직접 연결하는 것은 무리다. 피원조국에 도움을 주면서 해당 국가의 상품이 현지에서 각광 받아 수출증진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이것이 원조의 목적이 될 수 없다. 무상원조는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와 인도주의 실현이라는 목적에서 시행해야 한다. 경제적 효과는 부수적 문제다.”

- 코이카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일반적 정서는 그렇지 않은 측면이 있지 않나?

“ODA(공적개발원조)의 목적은 빈국을 하루빨리 개발해 더 이상 다른 나라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살 수 있는 힘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정치·경제적 동기에 의한 전략적 원조는 개발원조 초창기에 주로 진행됐던 것이다. 최근 국제사회는 이를 지양한다. 대한민국은 감사할 줄 아는 원조를 원칙으로 한다. 한국전쟁 때,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한국을 도왔지만 지금은 우리보다 못한 나라가 많다. 이런 나라에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아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 수혜국 국민은 우리가 도와주는 것을 아나?

“페루에 우리가 지어준 병원이 여섯 곳이다. 우리 의료진이 나가 봉사한다. 아제르바이잔 한 지역의 경우 200㎞나 떨어진 곳에서 식수를 끌어올 수 있게 했고 사용한 물을 재생해 쓸 수 있는 기술도 전수했다. 바닷물이 범람하는 베트남의 한 농촌 마을에는 둑을 세워줬다. 동남아 곳곳에도 우리가 지어준 병원과 학교가 있다. 그들도 우리의 진정한 마음을 알 것이다.”

- 한국형 ODA를 강조하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한국은 개발도상국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한다. 이는 우리의 경험과 관련 있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르게 성장한 한국은 개도국의 현실과 처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그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안다는 얘기다. 단순히 원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험을 다른 개도국의 개발을 돕는 데 활용하는 것이 다른 나라와 차별된 한국형 원조 모델이다.”

- 기후변화 대응에 초점을 맞춘 녹색 ODA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시설을 개도국에 구축하고 기술을 전수하는 일은 수혜국 국민의 소득 증대와 직결되는 사업이다. 동남아 일부 국가는 천혜의 자연환경에도 불구하고 1모작밖에 못 하는 곳이 많다. 관개시설이 부족해서다. 우리는 이런 곳에 친환경 에너지를 구축해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직접적 도움을 줄 수 있다.”

- 그동안 푼돈을 여러 곳에 뿌리는 방식의 원조가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렇다. 내가 외국에서 대사관 근무를 할 때만 해도 10만 달러 정도 되는 사업이 대부분이었다. 산타클로스가 보따리를 푸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300만~400만 달러가 넘는 사업이 많다. 향후 정부는 26개 중점 협력국을 지정하고 원조 프로젝트 역시 5개 중점 분야(교육, 보건, 행정, 농림수산, 산업에너지)로 축소해 집중 지원할 방침이다.”

- 원조 규모를 늘리려면 예산이 수반돼야 하지 않나.

“지난해 예산은 4000억원 정도였다. 원조하는 국가 중에서는 꼴찌 수준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 재정을 감안할 때 한번에 확 늘릴 수는 없다. 그나마 열심히 뛰어 올해 예산은 전년 대비 15% 정도 늘었다. 앞으로 효과적이고 성과 중심의 원조 체계를 갖추면서 2015년까지는 GNI(국민총소득) 대비 0.25%로 늘릴 계획이다(이 비율은 2009년 0.1%였다).”



ODA 시장은 기업에 블루오션- ODA 시장에 국내 기업의 관심은 많은가?

“그렇지 않다. ODA 시장은 1000억 달러에 이른다. 우리나라가 OECD 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이 되면서 ODA 시장 국제 입찰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 하지만 아직 우리 기업은 ODA에 적극적이지 않다.”

- 작지 않은 시장인데 왜 우리 기업이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보나?

“일단 ODA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관련 전문가도 없다. 외국에는 수많은 ODA 컨설팅 회사가 활약한다. 이들은 피원조국과 협의해 필요한 사업을 끌어내고 원조국과 원조국 기업에 컨설팅해주면서 커미션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ODA 컨설턴트가 단 한 명도 없다. 기업에 ODA는 분명 블루오션이다.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 올해가 코이카 창립 20주년이다. 다짐과 바람은.

“경제적 관점에서 무상원조를 보는 시각은 문제가 있다. 이젠 우리가 되돌려줄 때다. ODA는 우리나라의 격을 높이는 사업이다. 코이카는 세계적으로 원조기관의 모범을 보이고 싶다. 향후 원조 규모 확대에 발맞춰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효과적이고 성과 중심의 원조사업을 펴나갈 것이다. 민관이 합심해 국제사회에 대한 지원과 기여에 동참하고 그런 활동을 지지해주길 바란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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