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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충돌 해법 ⑤·끝] 비전 없이 열정 끌어낼 수 있나

[세대충돌 해법 ⑤·끝] 비전 없이 열정 끌어낼 수 있나

사람은 누구나 복잡한 문제일수록 단순 명료하게 해결하기를 바란다. 기업인 역시 복잡한 세대 갈등을 일거에 녹여내면서 신세대 직장인들이 강한 열정을 갖고 업무에 몰입하도록 하는 것이 없을까 고민하게 마련이다. 과연 그런 것이 존재할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바로 ‘비전’이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일하기 좋은 직장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었는데 결론은 대부분 일치하고 있다. 일하기 좋은 직장은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반드시 보수가 좋은 직장을 의미하지 않았다. 일하기 좋은 직장은 공통적으로 ‘리더에 대한 신뢰’ ‘업무에 대한 자부심’ ‘동료와의 관계에서 얻는 재미’라는 세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이는 기업 구성원이 물질적 보상보다는 정신적 만족을 더 중요시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전부이다시피 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훨씬 가치지향적인 신세대 직장인은 이 점에서 한층 명확하다.



극일(克日) 공통 비전 효력 없어져일하기 좋은 직장이 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가 있다. 비전을 제시하고 공유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제대로 된 비전을 제시해야만 리더가 구성원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고, 비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구성원이 업무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으며, 같은 비전을 공유함으로써 동료와 관계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기업의 비전은 대체로 추격자 입장을 반영한 것이 많았다. 해당 분야 세계 몇 위 안에 진입하자는 것 등이다. 사실 지난 시기 많은 한국 기업은 암묵적으로 일본을 넘어서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자는 것을 비전으로 삼았다. 과거에는 이런 식의 비전이 나름대로 효력을 발휘했다. 치욕적인 일제 식민지를 겪었고 온갖 멸시를 받으며 살았던 세대에 일본을 넘어서서 세계 최고가 되자는 목표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만들고도 남았다.

황창규 박사가 미국에서의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건너와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가장 큰 동기도 “일본을 한번 이겨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이러한 비전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 이미 많은 분야에서 일본을 넘어섰거나 따라잡고 있기 때문이다.

본디 비전다운 비전은 기업이 세상을 바꾸는 데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명시하는 것이다. 기업 구성원이 뜨거운 가슴을 안고 함께 꿀 수 있는 꿈이자 고객이 그 기업의 가치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비전이다. 이를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다.

1980년대 초반의 일이다. 애플은 당시 최고의 마케터로 인정받고 있던 펩시 사장 존 스컬리를 새로운 CEO로 영입하기로 했다. 미국 최고 수준의 대기업에서 거액 연봉을 받고 있던 존 스컬리가 당시로서는 작은 기업이었던 애플로 옮길 가능성은 결코 높지 않았다. 이 어려운 작업을 떠맡고 나선 사람은 스티브 잡스였다. 스티브 잡스는 뉴욕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로 존 스컬리를 초대했고, 발코니에서 자신보다 훨씬 나이도 많고 경력에서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앞서 있던 거물 존 스컬리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평생토록 설탕물만 팔면서 살고 싶으십니까? 아니면 세상을 바꾸고 싶습니까?”

존 스컬리는 이 한마디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결국 존 스컬리는 펩시를 그만두고 애플로 자리를 옮겼다. 세상이 기억하는 훌륭한 기업인은 공통적으로 기업이 세상을 바꾸는 일, 즉 고객 가치를 우선하고 그에 충실하면 돈은 저절로 벌린다고 보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기업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기여해 왔다. 기업이 제품을 개발해 공급하는 것은 대체로 과거 양반 귀족만이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대중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시장성은 바로 그로부터 확보되는 것이었다. 가령 이집트 파라오는 20명의 노예가 부채질을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오늘날 부채 노예의 역할은 에어컨이 대신하고 있다. 또한 보통 2명에서 4명 정도였던 가마꾼의 역할을 이제는 승용차가 대신하고 있다.



비전 재정립 위한 노력 절실이렇듯 기업의 참된 존재 근거는 사람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며, 이를 명시적 목표로 담아낸 것이 바로 비전인 것이다.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기업의 비전을 살펴보자.



코닥 언제 어디서나 추억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하자.



디즈니 온 가족이 함께 행복을 누릴 순간을 제공하자.



MS PC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도록 하자.



월마트 부자가 살 수 있는 똑같은 물건을 서민이 살 수 있도록 하자.



구글 세상의 모든 정보를 집대성해 누구나 쉽게 이용하도록 하자.



애플 세상에 없는 꿈의 기기를 만들자.



페이스북 세상을 더 개방적으로 연결하자.


이러한 비전은 해당 기업 직원의 공통의 꿈이 되었고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원천이 됐다. 직원은 그러한 꿈을 통해 자신이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충만할 수 있었다. 그러한 자부심은 곧바로 뜨거운 열정을 낳았고 기업을 발전시키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가 되었다. 뛰어난 기업인일수록 비전을 우선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구글의 창업자는 철저하게 비전을 중심으로 경영에 임한 인물로 유명하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창업한 뒤 얼마 안 되어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투자자는 지분을 확보해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런데 투자자는 줄곧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해야 했다. 공동 창업자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데 도통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이들은 이미지에 광고를 포함하는 등의 수익 모델을 제시하면 사용자에게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번번이 반대했다.

이들의 판단 기준은 시종일관 사용자 편익이었고 세상의 모든 정보를 집대성해 누구든지 쉽게 이용하게 만들겠다는 꿈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배너광고나 팝업창도 모두 없앴다. 결국 몇 개의 단어로 된 짧은 문안으로 스폰서에 링크하는 애드워즈(Adwords)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도리어 이것이 엄청난 광고수익을 안겨다 주는 원천이 되었다.

2004년에 설립돼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업체 페이스북은 초기 배너광고도 반대하고 2006년 야후의 10억 달러 인수 제안을 거절할 만큼 수익과는 무관하게 움직였다. 창업자 저커버그가 우선했던 것은 수익이 아니라 세상을 더 개방적으로 연결하겠다는 비전이었다. 결국 그러한 옹고집이 페이스북을 골드먼삭스 평가 기준 500억 달러 가치를 갖는 기업으로 만들었다.

한국 기업의 임원이나 간부에게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처럼 직원들이 갖고 있는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체로 대답하지 못한다. 이런 조건에서 신세대 직장인이 열정을 갖고 몰입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 기업이 비전 재정립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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