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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는 증권·카드 불효자는 보험

효자는 증권·카드 불효자는 보험

맏형 노릇을 톡톡히 했던 은행이 주춤하면서 증권과 카드가 효자 계열사로 뜨고 있다. 보험은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모습이다. KB·우리·신한·하나 등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의 이익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다.

4대 금융지주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았다. 신한지주는 2조원의 이익을 내며 3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우리금융은 2조8000억원대의 충당금을 쌓고도 1조원대의 이익을 냈다. 하나금융은 3년 만에 순이익 1조원 클럽에 재가입했다. KB금융만 부진했다. 국민은행에서 3200명의 희망퇴직을 받아 6000억원을 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였다.

신한지주의 비은행 부문 계열사 가운데 알짜는 단연 신한카드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1070억원으로 2009년보다 29.2%나 늘었다.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 1조6484억원 규모와 큰 차이가 없다. 신한지주 입장에서 은행 못지않은 핵심 계열사로 대접할 만하다. 우리금융에서는 우리투자증권이 보배다. 지난해 2380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우리투자증권은 IPO(기업공개), 회사채 인수, M & A(인수합병) 등 투자은행 부문에서 증권업계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애지중지하는 비은행 계열사는 자산관리와 투자은행 업무가 전문인 하나대투증권이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해 275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은행이나 증권만큼 비중이 크진 않지만 하나다올신탁도 숨겨진 보물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지난해 인수한 부동산신탁회사로 지난해 그룹에 편입된 첫해부터 71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지주사마다 비은행 계열사 육성KB금융에서는 KB투자증권이 눈에 띈다. 국민은행의 이익(112억원)보다 많은 340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KB투자증권은 2009년 428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1년 만에 위상이 달라졌다.

이들과 달리 골칫덩이 취급을 받는 비은행 계열사도 있다. 대부분 보험사다. 우리금융의 우리아비바생명은 15억원의 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한 해 전 105억원보다 86%나 줄었다. 우리아비바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대손충당금 40억원을 쌓은 데다 판매관리비와 예금보험료 등이 늘어 실적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의 하나HSBC생명은 지난해 125억원의 적자를 냈다. 만기가 돌아온 저축보험과 변액보험 가입자 가운데 해지하는 사람이 늘어 적자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KB금융에선 KB선물이 800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효자와 불효자가 섞여 있지만 금융지주사들은 저마다 비은행 계열사를 키울 복안이다. 은행에 편중된 지주사 체제에서 벗어나 위험을 줄이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포석에서다. 은행 부문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도 비은행 부문의 성장이 절실하다.



KB·하나금융 주가 상승 여력 많아금융지주사 가운데 자산 규모 1위인 KB금융은 현재 10%에도 못 미치는 비은행 부문의 이익 비중을 증권과 보험 중심으로 키워 2013년까지 3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KB금융은 3월 초 국민은행의 카드사업부(KB카드)를 분사해 비은행 부문 강화의 첫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여기에 증권·보험 부문의 M & A도 병행한다는 전략이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그룹사의 포트폴리오를 다시 정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알짜 계열사인 우리투자증권의 투자은행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우리은행의 투자은행 사업부문과 공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시장 점유율이 낮은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자산운용 등은 M & A로 덩치를 키울 계획이다. 저축은행 한두 곳을 인수해 지난해 인수한 삼화저축은행과 시너지를 높일 욕심도 있다.

외환은행 인수로 은행과 캐피탈, 카드사의 취약점을 모두 보완한 하나금융은 보험사 육성에 눈을 돌리고 있다. 신한지주는 은행과 비은행 간 이익 비중이 52대48로 비교적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증권과 카드에 비해 보험이 다소 취약한 만큼 이를 보강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연구원은 “현재 대부분의 금융지주사가 은행 지주사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은행 일색”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은행과 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단기간에 덩치와 경쟁력을 키우려면 M & A가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지주사의 비은행 계열사 강화 움직임에 따라 이들의 주가가 상승할 여력도 커졌다. 그동안 금융지주사의 주가는 은행의 이익에 좌우됐지만 앞으론 비은행 계열사의 활약 여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구조조정으로 한발 물러났던 KB금융은 올해 다시 정상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KB금융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카드 부문 분사는 단기적으론 수익에 기여하기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는 촉매가 될 것이란 평가다. 그만큼 KB금융 주가가 오를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다.

하나금융도 외환은행 인수를 성공적으로 매듭짓는다면 주가가 한 단계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지주사 가운데 하나금융의 주가 상승률이 29%로 가장 높았다. 외환은행 인수 발표 덕을 많이 봤다. 신한지주는 경영진 간 갈등에도 불구하고 2조원이 넘는 이익을 올려 주가 상승률이 20%를 넘었다.

금융지주사의 올해 주가 전망은 밝은 편이다. 은행은 물론 비은행 계열사의 영업 전망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 심규선 연구원은 “은행의 순이자마진 부문에서 안정적 이익 증가가 기대되고 카드와 증권을 비롯한 비이자 부문 수익원까지 두루 갖춘 종목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적 개선에다 M & A 등 대형 호재가 많아 주가가 오를 여력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김성희 기자 bob28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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