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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GREEN MOVEMENT >> 이효리도 채식한다? 미식가들의 반란

NEW GREEN MOVEMENT >> 이효리도 채식한다? 미식가들의 반란


구제역 파동을 거치면서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다. 먹고 입는 것에 대한 탐욕에 대한 자기반성이다. 채식의 실천은 개인의 건강과 웰빙을 넘어서 환경을 생각하는 대안운동으로 자리매김해 간다. 채식주의자가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더 건강해진다.
가수 이효리는 지난해 말부터 동물보호단체 카라에서 유기동물 보호 활동을 해 왔다.

최근 가수 이효리의 ‘채식주의 선언’을 두고 말이 많다. 그가 “한두 달 전부터 고기를 거의 먹지 않았고 모피 거부 의사도 밝혔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소속사 측은 “지난해 말 동물보호 단체에 가입한 뒤로 조금씩 고기를 멀리했다”고 설명했다. 이효리는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다. 그녀가 육류 하면 돼지 껍데기나 곱창까지도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는 사실은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이효리는 “건강검진 결과를 받고 놀라기도 했지만 유기견 보호소에서 순심이를 입양해 키우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구제역으로 떼죽음을 당한 소와 돼지를 보면서 몸에 좋지도 않은 고기를 굳이 먹을 필요가 있을까 회의감이 들었다”고 그녀가 덧붙였다.

한우 소비 촉진 업무를 담당하는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펄쩍 뛰었다. 그가 지난해 3억여원을 받고 이 단체의 한우 홍보대사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단체 카라(KARA)의 임순례(영화감독) 대표는 이효리가 “지난해 협회에 가입한 뒤로 유기동물 보호를 위한 바자회를 여는 등 연예인 중 가장 열심히 활동했다”고 말했다.

채식을 선언한 연예인은 이효리만이 아니다. 시민단체인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최근 배우 공효진, 김효진 등도 채식을 즐긴다. 이 둘

은 모피코트 CF 제의도 거절했다. 스타연예인 중에서 김창완, 김제동, 윤진서, 이하늬, 송일국, 박진영 등도 채식주의자다. 민주노동당의 강기갑 의원은 채식주의 전도사를 자임한다.

그는 “정치인이 채식을 실천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건강에서부터 생명, 환경을 지키는 채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채식주의 바람이 거세졌다. 그동안엔 건강이나 웰빙을 이유로 채식을 했다면 최근에는 환경을 생각하는 조금 더 큰 뜻의 실천운동으로 발전한 듯하다.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와 지구 전체를 살리자는 뜻에서다.

지난 3월 6일 서울 신촌전철역 앞에 대학생, 의사, 간호사, 일반 회사원, 주부 등 30여 명이 모였다. ‘한국채식연합’의 정기모임이다. 채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매주 만나 서로 정보를 나누고, 대국민 캠페인을 벌인다. 이 단체의 회원수는 2009년 6000명 수준에서 최근 2만 명을 넘어섰다. 거리에 나선 회원들은 각자 준비해 온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한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니콜 키드먼, 앤젤리나 졸리 등 할리우드 스타들의 가면이다. 이들 배우는 채식주의자이자 환경운동가로 유명하다.

주부 차수빈(31)씨도 그 틈에 있었다. 차씨는 기아, 지구온난화 문제를 생각해 본 끝에 3년 전부터 완전 채식을 실천해 왔다. “채식을

하면 그 안에 담긴 철학이나 가치를 곱씹어보게 돼 점점 생활도 검소해지고 소박해진다”고 그가 설명했다. 피케팅에 참가한 간호사 구자경(27)씨는 “1년 전 건강상의 이유로 채식을 시작한 뒤로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병원 동료들도 처음엔 이상한 시각으로 봤지만 요즘은 채식에 관심이 커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2000년 다음카페 ‘채식나라’로 시작해 2006년 민간단체 등록을 거치며 환경운동에 앞장 서 온 채식연합은 초창기에는 동물보호운동

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2009년 광우병 파동과 조류독감, 최근 구제역을 거치면서 공장형 축산업이 지구온난화와 삼림황폐화에 미치는

영향 등을 일반인에게 알려왔다. 이원복 채식 연합 대표는 “최근의 구제역으로 350만 마리에 가까운 소·돼지가 살처분되는 등 축산업

의 폐해가 심각한데도 우리사회는 여전히 환경에 무신경하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스타 사이에서 채식은 매우 일반적이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앤젤리나 졸리, 니콜 키드먼, 브래드 피트 등이 채식을 즐긴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축산업으로 발생하는 환경피해와 고기를 먹으면서 발생하는 건강 비용, 동물 학대 비용 등을 일찍이 고려하기 시작했다. 실례로 1990년대 후반 영국에서는 광우병, 구제역 파동을 거치면서 국민의 23%가 채식주의자가 됐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도 채

식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설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0일 서울지하철 2호선 대림역 앞에서 열린 모피반대 나체 시위에도 많은 시민이 관심을 보였다. 주부 박순자(51)씨는 피켓에 그려진 동물을 보고 “동물들을 저렇게 잔인하게 죽이면 안 되죠. 우리 가족도 요즘은 채식을 하고 있어요”라며 맞장구쳤다. 시민과 퍼포먼스를 하는 회원 간에 즉석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학생 최한진(25・서울대)씨는 “축산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무조건 채식을 주장하기보다 왜 육식을 줄여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희종 서울대(수의학) 교수는 “국제식량기구의 2008년 통계로 추정할 때 지난 3년 간 소는 연평균 13억~14억 마리, 돼지 9억4000만~9억9000만 마리, 닭 164억~169억 마리가 사육된다”며 “돼지와 닭은 사육된 지 1년 미만에 도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희생되는 동물의 수는 훨씬 더 많다”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이번 구제역 파동을 지켜보며 “인간의 지나친 욕망이 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한다”고 느꼈다.

채식주의자들의 대외적인 영향력은 갈수록 커져 간다. 물론 아직 정치 세력화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생활 속에서 환경운동을 실천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계속 늘어간다. 특히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의 확산이 눈에 띈다. ‘고기 없는 월요일(meat free monday)’ 캠페인은 가수 폴 매카트니가 2009년 벨기에 기후변화 토론회에서 제안해 독일, 브라질 등 세계적으로 보급된 환경운동으로 국내에서도 뿌리를 내리는 중이다. 이 캠페인에 동참하는 기업과 NGO는 55개에 이른다. 미래숲,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동물보호연합, 동물사랑실천협회, 생태채식연대, 지구시민운동연합, 한살림, 여성환경연대 등 50여 개 시민단체가 힘을 실었다. 국내에서 ‘고기 없는 월요일’ 캠페인을 이끄는 한약사 이현주(42・건강사회를 위한 한약사회 부회장)씨는 “이 캠페인은 단순한 채식 운동이 아니라 환경운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장식 축산업이 인간의 몸과 자연에 주는 폐해를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축산업의 과잉으로 전 세계에서 매 시간 축구경기장 7개 규모의 열대림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지자체와 공공기관, 기업도 이 캠페인에 줄지어 참여한다. 안양시는 지난 1월 10일부터 매주 월요일 채식식단을 제공한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끼치는 육식을 줄인다”는 취지에서다. 창원시는 지난해부터 매월 첫째 월요일을 ‘그린푸드 데이’로 정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1월부터 학교급식에 ‘주 1회 채식의 날’로 정했다. 제주도의회와 강원 병무청도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에 참여한다. 사기업 중에는 SK건설, 보루네오가구 등이 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국내에서는 채식주의 환경운동을 통한 정치세력화의 시도도 있었다. 2001년 녹색평화당과 2004년 초록정치연대가 채식주의 환경 운동의 시초가 됐다. 초록정치연대 정책위원을 지낸 우석훈(성공회대) 교수는 “당시 채식주의자들이 환경운동그룹을 형성해 ‘베지파티(Vegetarian party)’를 구성해 보자는 논의가 일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이들 정당의 맥을 잇는 ‘초록당사람들’이 재결성됐다. 이 단체는 유기농음악회, 녹색사회포럼, 녹색독서모임 등을 개최하면서 저변을 넓혀 간다. 초록당 사람들 운영위원 조상우(47)씨는 “채식의 가치를 정책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우석훈 교수는 “채식 등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환경운동이 힘을 얻으려면 젊은이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 캠퍼스나 언론의 관심도 점점 늘어난다. 대학생 강대웅(29)씨는 “채식이야말로 가장 적극적인 환경운동”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채식동아리 ‘콩밭’을 운영하는 그는 “구제역 파동으로 채식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최대 육류 소비국 가운데 하나인 한국의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콩밭’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지난해 10월 서울대 구내에 채식식당이 문을 열기도 했다. 그는 “겨울방학 중에도 채식식당을 찾는 학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대 말고도 삼육대, 세종대 구내에도 지난해 채식식당이 문을 열었다.

강씨는 “기존의 환경단체들이 굵직한 환경 이슈만 다루고 운동으로서의 채식을 잘 인식하지 못했다”며 “채식운동이 하나의 대안적 환경운동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채식전문지를 표방하는 잡지도 나왔다. 지난 2월 초 창간된 ‘Begun’의 편집장 김태혁(37)씨는 “깨끗한 먹을거리, 착한 소비, 채식을 키워드로 제대로 된 먹을거리를 소개하겠다”고 말한다. 이 잡지는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NGO인 ‘굿네이버스’에 기부할 방침이다. 그는 “육식이냐 채식이냐 선식이냐를 따지기보다 제대로 먹는 방식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우희종 교수는 “동물의 생명권, 지구온난화 등 환경적 요인, 기아문제 등을 이유로 채식의 사회운동화도 바람직하지만 소비자의 선택권도 함께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유명 영화배우 내털리 포트먼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Eating animals’를 읽고 소극적 채식주의자에서 비건(유제품, 계란 등 동물성 제품의 섭취는 물론, 가죽제품, 양모 등 동물성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됐다.그간 채식하는 사람들을 ‘유난스럽다’고 생각했다면 가까운 곳에서 책으로 또는 음식으로 채식을 만나보면 어떨까? 물론 이 행위가 당신에게 ‘스트레스’나 ‘강요’로 받아들여져선 안된다.



채식주의로 가는 길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멜라니 조이 지음
‘고기를 먹으면 왜 안되는지’가 아니라 ‘고기를 왜 먹는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육식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먹을 수 있는 동물과 먹을 수 없는 동물은 어떻게 구분되는가, 육식이 자연스러운 행위라면 살인이나 식인 풍습 역시 자연스러운가 등의 의문을 풀어낸다.

(모멘토 펴냄, 2011)



노 임팩트 맨



콜린 베번 지음
작가와 그의 아내, 딸, 그리고 강아지까지 온 가족이 ‘뉴욕 한복판에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살아남기’라는 주제로 벌인 1년 프로젝트를 담았다. 역사 분야 저술가지만 환경에는 문외한이었던 저자는 어느 날 환경위기에 무력한 자신을 발견한다. 이후 일회용품과 교통수단을 거부하며 전기까지 끊어버린 상황에서 스스로 고민하고 시도하고 대안을 찾아가며 삶의 방향을 잡아 나간다.

(북하우스 펴냄, 2010)



Eating Animals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현대인의 식문화를 통찰력 있고 익살맞게 풀어낸 책. 평소 우리의 잔인한 (고기를 먹는) 식습관을 정당화시켜주는 여러 신화, 우화를 탐구해 나가며 독자들이 식습관에 품었던 궁금증을 풀어준다.

(Little Brown & Company 펴냄, 2009)



희망의 밥상



제인 구달 지음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이자 침팬지들의 대모인 제인 구달 박사는 비만이나 당뇨병 같은 질환에서부터 에이즈, 사스, 조류독감에 이르기까지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이 인류의 잘못된 밥상으로부터 왔다고 말한다. 먹을거리의 변화를 통해 지구 환경과 인간 건강에 대한 이해를 유도하는 책.

(사이언스 북스 펴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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