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월드 >> 만우절 장난이 현실로
IT월드 >> 만우절 장난이 현실로
해마다 4월 1일이면 이용자는 설레고, 기자들은 긴장한다. 만우절을 맞아 주요 IT 서비스 업체들이 ‘깜짝 이벤트’를 하기 때문이다. 잠시라도 긴장을 늦췄다간 영락없이 ‘낚이게’ 된다. 올해도 예외가 없었다.
몇 가지 재미있는 올해 만우절 장난을 보자. 동영상 공유 서비스 유튜브는 ‘유튜브 탄생 100주년 기념 동영상’을 4월 1일 하룻동안 첫 화면에 올렸다. 탄생 100주년이라니? 인터넷이나 캠코더가 보급되기도 전인 1911년에 유튜브가 태어났단 말인가? 삼립호빵 첫 TV 광고, 대한늬우스, 김기영 감독 작품 ‘하녀’ 등이 유튜브를 통해 전파됐다며 만우절 너스레를 떨었다.
싸이월드도 장난에 동참했다. 4월 1일 싸이월드 첫 화면 로고가 ‘쵸재깅’으로 바뀌었다. ‘Cyworld’를 한글 자판에서 입력하면 ‘쵸재깅’이 된다. 싸이월드 로고인 주황색 동그라미 속 얼굴도 한쪽 눈을 찡긋하는 장난기 어린 모습으로 바뀌었다.
스마트폰용 트위터 응용프로그램 ‘훗스윗’을 만드는 훗스윗미디어는 라이언 홈스 CEO 명의로 ‘훗스윗이 소셜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라는 e메일을 보낸 뒤 곧바로 ‘실수로 전달된 기밀 내용이므로 e메일을 지워 달라’는 e메일을 다시 보냈다. 훗스윗 홈페이지에서 해당 소셜게임 관련 내용을 누르면 ‘만우절 장난’이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가장 화제를 모은 건 구글의 만우절 이벤트였다. 구글은 4월 1일 ‘G메일 모션’이란 새로운 기능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구글 웹메일 서비스인 ‘G메일’을 키보드나 마우스 대신 사람 몸동작으로 e메일 내용을 입력하고 주요 명령을 실행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구글 웹오피스 서비스인 ‘구글 문서도구’에도 적용할 예정이라는 추가 계획도 곁들였다. 서비스를 설명하는 동영상 속엔 구글 직원들이 우스꽝스러운 몸동작으로 e메일 내용을 입력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용자 사이에서 폭소가 터졌음은 당연한 일이다.
놀라운 건 그 다음이다. 장난스러운 거짓말이 현실이 돼 나타났다. 구글 G메일 모션 기능을 실제로 구현한 이가 나타난 것이다.
USC(서던캘리포니아대) ICT(창의기술연구소) MxR랩 연구원인 에번 수마는 FAAST란 뼈대 인식 프로그램을 지난해 12월 개발했다. FAAST는 MS(마이크로소프트) X박스 360용 동작인식 입력기인 ‘키넥트’를 이용한다. 키넥트 센서로 사람 동작을 인식해 마우스나 키보드로 할 수 있는 작업을 대체하는 식이다. 수마는 구글의 만우절 장난을 보고 곧바로 말했다.
“이봐 구글, 그거 내가 벌써 만든 기능이라고!”
수마는 30여 분에 걸쳐 FAAST 기능을 뜯어고쳐 G메일 모션 기능을 곧바로 구현했다. 이어 2시간 분량의 동영상과 더불어 이를 공개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1분35초짜리 동영상에선 실제로 수마가 몸동작으로 G메일 내용을 입력하고 전송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는 한술 더 떠 “G메일 모션엔 버그가 있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며 훈수를 뒀다.
MS 키넥트 센서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MxR랩이 공개한 동영상 속에선 휠체어를 탄 신체장애인도 손쉽게 비디오 게임을 즐기거나 재활훈련을 하는 등 다양한 응용 분야가 소개돼 있다.
MS는 2월 말 개발자를 위한 키넥트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를 공개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키넥트 센서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응용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 수 있게 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키넥트를 불법 해킹해 동작인식 기술을 쓰곤 했는데, MS가 이를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개발자는 ‘비영리’ 조건만 지키면 된다. MS는 키넥트 센서 기술이 e메일과 게임,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