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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 `1인자 기술력 없으면 비전도 없다`

CEO >> `1인자 기술력 없으면 비전도 없다`

이성재 대표가 표면처리한 알루미늄 프레임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이 프레임은 LCD TV에 들어간다.

지난 4월 20일 오전 11시. 이성재(52) DBT 대표의 시간 약속은 정확하고 철저했다. ‘약속을 지키자’. 그의 성공 비결은 단순 명료했다. 이 대표는 사소한 약속도 거의 어겨본 적이 없다. 이 대표는 28세 때 회사를 설립했다. DBT의 모기업인 대봉기계다. 전류를 끊고 보내는 개폐장치의 외관 압력용기를 생산하는 회사다.

이 대표는 “사업을 시작해 보니 1인자의 기술력이 없으면 비전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독일, 일본 등 기술박람회를 다니면서 세계적인 기술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0여 년 전 일본에서 변압기 기술을 도입해 그 기술을 응용, 플라스마 기술을 개발했다. 이 플라스마 기술을 응용해 또다시 아노다이징(anodizing·양극산화처리)의 핵심기술인 전기를 일정하게 공급하는 정류기 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이로 인해 DBT는 최근 제13회 장영실 국제과학문화상 대상(산업용품개발)을 수상했다.

이 대표는 2004년 세계 최고 수준의 알루미늄 소재 표면처리 공법인 신(新)아노다이징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신아노다이징 기술은 특정 전압과 전류파형을 이용해 알루미늄 표면을 세라믹 층으로 변화시켜 내구성과 내마모성, 절연성, 항균성 등을 강화한다. 그는 이 같은 세계 제일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2007년 11월 경남 양산시 북정동 산막공단에 DBT를 설립하고 초경질 알루미늄피막 제품 양산에 들어갔다. DBT는 국내외 기업들로부터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아 해마다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다.

DBT는 올해 임가공 매출 목표를 150억원으로 잡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6억원 선. “일본 P사와 100억원 규모의 가전제품 외장케이스 생산계약을 체결하는 등 제품계약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밀려드는 주문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임직원들은 주말도 없이 매일 새벽 2~3시까지 근무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는 흑자전환도 무난할 것”으로 내다봤다.

DBT가 개발한 신아노다이징 공법을 통해 알루미늄을 가공(표면처리)할 경우 기존 제품보다 내마모성 등 강도가 최소 2배 이상 높아진다. 피막도 3배 이상 두껍게 처리할 수 있다. 이렇게 가공된 알루미늄은 값비싼 동이나 스테인리스 스틸의 대체재로 손색이 없다. 게다가 스테인리스와 동보다 훨씬 가벼워 전자제품이나 가전제품뿐 아니라 건축용 자재, 항공용 소재, 반도체 등 첨단 소재로도 활용 가능하다. 절연성도 2배 이상 높아 프린터 및 복사기 드럼 등에 적용 가능하다. DBT의 신아노다이징 기술은 270여 가지 자연색을 재현할 수 있어 같은 제품에도 소비자 취향을 고려해 다양한 색상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장점까지 갖췄다.



가볍고 단단해 인기DBT의 공법은 특정 전압과 전류파형을 이용, 금속재질을 표면처리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코팅이나 도금처럼 인체에 유해한 크롬과 아연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기술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DBT의 신아노다이징 기술이 기존 아노다이징 기술의 한계를 극복, 그동안 답보상태에 있던 금속 표면처리 기술 수준을 2~3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 대표는 “국내 알루미늄 표면 처리회사는 6000개가 넘는다”며 “관련 업체들의 꿈을 DBT가 실현했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 기술을 개발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사기꾼 소리도 들었다. 새롭게 개발한 기술이다 보니 기계 자체가 쓸모없는 비싼 고철덩어리로 변해 은행 대출이 거절됐다. 게다가 국내 대기업과 TV·휴대전화 부품을 계약했지만 판매 부진 이유로 생산이 중단됨에 따라 자금상황은 더욱 더 나빠졌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절벽에 부딪쳤을 때 분명 둘 중의 하나는 나온다고 믿었다.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가 생기거나 발을 디딜 수 있는 땅이 생긴다고….” 이 대표는 이 같은 신념 하나로 어려움을 극복해냈다. DBT의 임직원과 자신을 믿어준 소액주주들은 새로운 도약의 발판 및 원동력이 됐다.

DBT는 2007년 경남 양산 산막공단에 자리 잡았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세계의 기술을 능가하는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며 “DBT는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DBT는 이 같은 경영방침에 따라 꾸준히 연구개발에 매진해 향기 나는 휴대전화 케이스, 내부 압력을 이용한 가열압력용기 밀폐시스템, 알루미늄 번호판 지지대 등 13개의 특허와 실용신안을 이미 등록했거나 진행 중에 있다.

이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차세대 그린에너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태양광 발전 프레임과 풍력 발전 분야에도 신아노다이징 기술을 접목해 세계시장 정복을 꿈꾸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태양광 발전과 관련한 모든 산업이 각광 받고 있다”며 “향후 시장 잠재력 자체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증가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태양광 전지용 알루미늄 프레임 모듈은 태양광 발전 설비의 사용 수명에 영향을 주는 주요 부분이다. 이런 대다수의 태양광 발전 설비가 산간이나 바닷가 등 외지에 설치되고 있으며, 한번 설치 후 최소 20~30년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DBT는 현재 해외수출 건으로 태양광 발전 설비용 프레임 모듈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하반기 정상계약 체결 후 본격 양산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DBT가 모든 제품에 적용하면 이는 세계 최초가 된다. 알루미늄에 표면처리하는 원천기술을 DBT만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DBT는 자체 브랜드 피오리토(Fiorito)를 통해 1년 안에 완제품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피오리토는 이탈리아어로 피어오르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아직은 여력이 안 돼 피오리토 브랜드로 시장에 내놓지 못하지만 냄비, 코펠, 식판 등 신아노다이징 기술이 적용된 알루미늄 제품을 생산하면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DBT는 2~3년 안에 국내 3곳과 중국에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현재 부산시 생활체육회 야구연합회 회장과 독서생활운동중앙회 부산지부장, 극단구포 대표 등을 맡아 활발한 사회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부산시 재즈클럽 회장, 외항요트협회 부회장도 역임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메세나 활동은 사회공헌을 넘어 기업문화에도 매우 큰 변화를 일깨워줬다”면서 “창조성과 적극성 등의 교훈은 세계적 기업으로 나아가는 DBT를 지탱해주는 뼈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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