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재건축부담금 너무 겁낼 필요 없어
[Trend] 재건축부담금 너무 겁낼 필요 없어
부동산 투자에서 가장 매력 있는 재료의 하나가 재건축이다. 재건축은 기존의 낡은 주택(주로 아파트)을 허물고 그 자리에 대부분 아파트를 새로 짓는 사업이다. 이 과정에서 주택 규모가 커지면서 개발이익이 발생하는 게 재건축의 매력이다.
개발이익은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연면적 비율) 상승으로 생긴다. 용적률이 높아져 건축연면적이 늘어나는 데 따라 시장에 팔 수 있는 주택이 생긴다. 이게 개발이익이다. 일반에 분양한 주택 수입이 나오기 때문에 비용 부담을 줄여 재건축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재건축은 2000년대 초중반 집값이 요동칠 때 막대한 개발이익을 안겨줬다. 재건축으로 지은 집값이 크게 올라 재건축 사업비를 대고도 적지 않은 차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안정세다. 재건축은 여전히 매력 있는 투자상품으로 꼽힌다.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건설경기가 침체하면서 곳곳에서 개발사업이 삐걱거리고 있다. 이게 재건축에는 더 큰 호재가 될 수 있다. 시장 양극화로 재건축 중에서도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의 경우 ‘알짜’가 된다.
참여정부의 마지막 재건축 규제재건축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우선 추가부담금. 간단히 말해 재건축 공사비다. 전체 사업비 중 일반분양 수입분을 제외한 금액은 재건축 단지 주민이 부담해야 한다. 추가부담금은 주택을 분양 받을 때 내는 중도금처럼 공사 기간 동안 나눠 낸다. 추가부담금과 비슷한 이름으로 재건축부담금이라는 게 있다. 잘 알려진 추가부담금과 달리 이 부담금은 ‘숨은 비용’이다. 재건축 단지에 부과되는 준조세 성격이다. 아직 제대로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 첫 부과된 사례가 나오면서 만만치 않은 위력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서울 중랑구 우성연립재건축과 정풍연립재건축에 조합원당 각각 590만원, 190만원가량의 재건축부담금 고지서가 발송됐다. 재건축부담금을 별로 의식하지 않고 있던 조합원에게 날벼락이었다. 이들 조합은 “집값이 별로 오르지 않는 중랑구에서 이 정도면 강남권 등에서는 상당한 금액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부담금은 참여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한 마지막 재건축 규제 카드로 내놓았다. 2006년 야당(한나라당)의 반대 속에 여당(열린우리당)이 밀어붙이기로 강행처리해 도입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다.
재건축부담금을 파악하려면 몇 가지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재건축부담금은 재건축 사업을 통한 ‘초과이익’에 부과되는 돈이다. 초과이익은 단지 전체를 기준으로 완공 후 집값(종료시점 주택가액)에서 사업시작 시점의 집값(개시시점 주택가액)과 공사비 등 개발비용, 사업기간 동안 해당 지역의 평균 집값 상승률을 반영한 정상주택 가격 상승분을 뺀 금액이다. 재건축으로 오른 집값 가운데 개발비용을 뺀 금액이다.
재건축부담금은 조합원당 평균 초과이익이 3000만원 이하이면 나오지 않는다. 3000만원이 넘으면 기본으로 나오는 부담금이 다르고 누진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초과이익이 많을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조합원당 초과이익 규모에 따라 부과율이 10~50%다. 이를테면 조합원당 초과이익이 5000만원이면 재건축부담금은 500만원이지만 1억원이면 부담금은 1600만원으로 2배 넘게 늘어난다.
재건축부담금이 관련 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나 나오는 건 완공 이후에 부과되기 때문이다. 재건축부담금 적용 대상 단지가 이제야 서서히 완공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광명·부천 등에서도 완공된 단지가 있었지만 이들 단지엔 부담금이 면제됐다.
부담금 감안해 투자해야재건축부담금을 무시해선 안 된다. 아직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에 부담금이 부과되지 않았을 뿐이지 적지 않은 부담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재개발·재건축 전문인 J&K부동산투자연구소는 2015년 말 완공 기준으로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는 1억원이 넘게 나올 것으로 추정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1억3524만원, 개포주공 1억2578만원이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가 9090만원이고 강동구 고덕주공이 4566만원, 과천시 주공은 2870만원 등이다.
집값이 급등했거나 늘어나는 면적이 많을수록 부담금도 많아진다. 단위면적당 집값이 비싼 지역에서도 많이 나온다. 집값이 같은 비율로 오르더라도 절대적인 금액이 크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강남권에서 많이 나오는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재건축을 하더라도 면적 증가가 많지 않은 사업장에선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금이 나온다. 개시시점 집값과 종료시점 집값이 크게 차이 나지 않아서다. 일반분양분이 적은 중층 재건축 단지에선 부담금이 나오지 않기도 한다. 최고 50층 넘는 초고층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용산구 이촌동 렉스와 내년 완공 예정인 송파구 송파동 반도 등은 부담금이 면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 재건축부담금 폐지 법안이 올라가 있어 재건축부담금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민주당에서 폐지에 반대하고 있어 재건축부담금 폐지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재건축 투자자들은 재건축부담금을 감안해 투자해야 한다.
재건축부담금은 역설적으로 재건축 투자성을 가늠하는 잣대다. 재건축부담금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단지는 그만큼 초과이익이 크다는 뜻이다. 남는 게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의 재건축부담금 시뮬레이션은 그동안 시장의 관심을 끈 재건축 단지의 인기를 다시 한번 확인해줬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의 권순형 소장은 “재건축부담금이 초과이익 전부를 가져가는 건 아니기 때문에 부담금을 물더라도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다”며 “재건축 투자에서 부담금을 너무 겁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건축부담금을 피하지는 못하더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완공시기 조절이다. 앞으로 집값은 2000년대 초중반처럼 급등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완공시기를 1~2년 늦추거나 당긴다고 해서 완공시점 집값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개시시점 집값은 사정이 다르다. 대부분의 재건축 단지 사업기간이 10년이 넘어 개시시점은 완공 시점을 기준으로 역산한 10년 전이다. 2015~2020년 사이에 완공한다고 볼 경우 10년 전인 2005~2010년 사이에 재건축 시세는 요동쳤다. 2006년엔 40~50%가량 치솟았고 2008년엔 15% 정도 급락했다. 즉 2016년보다 2017년 완공하면 초과이익을 줄여 재건축부담금을 덜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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