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조 중국 U-시티(첨단도시) 시장을 잡아라
25조 중국 U-시티(첨단도시) 시장을 잡아라
4월 28일 상하이 훙차오 셰러턴 호텔. 삼성SDS, LGCNS, SK텔레콤, KT, LH공사 등 내로라하는 한국 IT 및 도시개발 관련 기업 14개사와 한국유비쿼터스도시협회, 해외건설협회, 국토연구원 관계자 등 8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토해양부와 KOTRA가 마련한 중국 상하이 U-시티 로드쇼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중국 측에서도 상하이, 청두, 충칭, 저장성 항저우, 장쑤성 롄윈강 등 지방정부 관계자와 옌청, 우시, 난퉁, 난징 등 각 지역 개발구 관리위원회 담당자 30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한국의 앞선 U-시티 개발 경험을 한 수 배우기 위한 인파로 행사장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이날 한국 기업이 중국을 찾은 것은 중국 U-시티 시장규모가 하루가 다르게 급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U-시티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세계 최초의 첨단 도시 브랜드다. 중국은 U-시티를 ‘지능성시(智能城市·Smart City)’라고 부른다. 한국의 U-시티 개념보다 다소 좁은 범위다. 주로 도시 정보화 사업의 일환으로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위주로 추진되는 것이 우리와의 차이점이다. 또한 중앙정부 차원에서 통일적 계획하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각 지방정부가 현지 사정에 맞게 지역개발 차원에서 추진한다.
지리정보시스템 등 분야 취약중국에서 현재 추진 중이거나 개발계획이 발표된 스마트시티만 50여 곳에 이른다. 한국 U-시티 시장규모가 제한적인 것에 비하면 중국은 기회가 무궁무진한 엘도라도와 같다.
지난해 말 중국 정부는 올해 시작되는 12·5 규획에서 차세대 IT 기술, 에너지 절감, 신재생에너지, 신에너지 자동차 등 7대 신흥 전략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U-시티와 관련 깊은 산업 분야가 많다. 이들 7대 산업 육성에 투입되는 자금만 1조5000억 달러(연평균 3000억 달러)에 달한다.
아울러 향후 5년간 중국 정부가 공을 들이는 분야가 바로 ‘도시화’다. 정부는 2015년까지 도시화율을 현재의 47%에서 55%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인구 20만~30만 명 규모의 신도시를 매년 50~60곳 추가 건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건설 중인 신도시의 계획 면적만 1만㎢에 달한다. U-시티 산업 발전에 있어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춘 셈이다.
중국의 스마트시티 관련 시장규모는 1500억 위안(약 25조5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U-시티 산업생산액이 1조3000억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치다. 게다가 중국은 성숙시장이 아니라 이제 한창 뻗어 나가고 있는 거대 잠재시장이다.
중국의 도시 IT 인프라 중 선진국과 비교해 낙후한 대표적 분야가 초고속 인터넷망이다. 중국의 인터넷 보급과 이동통신 분야는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나 보급률과 속도 측면에서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네티즌 수는 4억5700만 명으로 2009년과 비교해 7330만 명 증가했다. 그러나 중국의 인터넷은 여전히 xDSL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한국처럼 초고속 광인터넷 보급률은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급증하는 네티즌 숫자를 인터넷 스피드가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ITS(지능형 교통 시스템), RFID(IC칩을 내장해 무선으로 관련 정보를 관리하는 인식 기술) 등은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알짜배기 분야다. 2009년 중국의 ITS 시장규모는 18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선진국에서 교통 관련 분야 투자에서 ITS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에 이르나 중국은 겨우 1%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잠재력이 매우 크다. 또한 중국은 RFID 분야에서 2009년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3대 시장으로 떠올랐다. 2010년 시장규모는 전년 대비 38% 증가한 120억 위안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텔레매틱스, LBS(위치기반서비스), GIS(지리정보시스템), 홈 네트워크 등 U-시티 건설에 필수적인 응용 IT 기술 서비스 및 제품 분야는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현재 중국은 아직 정부 공식 GIS 및 GPS 표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 간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고 서로 지재권 침해가 빈발하는 실정이다.
현재 중국의 스마트시티 건설에 주로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IBM과 시스코, 히타치, 인텔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중국에서 추진되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중 절반 정도에 참여하고 있다. 사실상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셈이다.
현지 유력 업체와 손잡고 진출해야중국 기업 중 U-시티 관련 전문기업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대표 주자를 꼽으라면 화웨이(華爲)를 들 수 있다. 중국 최대이자 세계 2대 네트워크 및 통신 장비 공급업체인 화웨이는 U-시티 건설에서 통합 플랫폼 공급의 선두 주자다. 이외에 선저우수마(神州數碼), 항저우화수(杭州華數) 등이 비교적 활발하게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동통신 사업자의 시장참여도 활발하다. 특히 차이나모바일은 2009~2014년 중 장시(江西)성에 200억 위안을 투자해 ‘무선 인터넷 시티’ 건설을 진행 중이다. 또한 2009~ 2012년에는 베이징 IT 인프라 투자에 180억 위안을 투입하고 있다. 차이나텔레콤은 상하이 시정부와 12·5 규획 기간 중 ‘스마트시티 인터넷속도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총 투자액만도 260억 위안에 달한다. 2015년 상하이시 일반 가정의 인터넷 속도를 지금보다 12.5배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중국에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실제 우리 기업이 전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지는 그렇게 크지 않다. 스마트그리드, ITS, 통신 등 분야는 현지 국유기업들이 사실상 제어하고 있기 때문에 여타 기업들이 진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U-시티 프로젝트가 아직 시험적인 단계여서 일반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점도 제약 요인이다.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U-시티 프로젝트는 대부분 경쟁입찰 방식을 취하고 있다. 중국이 아직까지 WTO(세계무역기구) 정부 조달 협정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 기업이 공개경쟁을 통해 수주하기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새롭게 추진되는 위성도시의 개별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현지 정부가 전문적으로 설립한 개발업체가 맡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 일부 참여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지 유력 업체와 손잡고 협력을 통해 진출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 최대 가전메이커인 하이얼은 전국 12개 도시에서 ‘통신, 인터넷, TV 네트워크’ 등 3망 융합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하이얼과 손잡고 한국의 앞선 경험과 기술 노하우를 활용해 공동 진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2010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상하이 엑스포 주제는 ‘아름다운 도시, 행복한 생활(Better City, Better Life)’이었다. 한국관은 엑스포 주제에 맞게 ‘조화로운 도시, 다채로운 생활(Friendly City, Colorful Life)’을 주제로 참가해 기술과 문화가 어우러진 미래 도시를 연출해 관람객의 호평을 받았다. 상하이 엑스포는 중국 정부가 꿈꾸고 그려 가는 미래 도시 이미지의 전주곡이었다. 상하이 엑스포의 성공적인 한국관 참가와 중국 최초의 U-시티 로드쇼 행사를 계기로 앞으로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올 U-시티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의 진출이 보다 확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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