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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맞벌이 지출의 함정서 벗어나라

[Trend] 맞벌이 지출의 함정서 벗어나라

맞벌이는 양날의 칼이나 마찬가지다. 부부가 돈을 벌어 절대 소득은 늘 수 있지만 도우미 비용과 과소비 등으로 자산 상태는 외벌이 가정보다 나쁠 수 있다.

복고 바람이 불고 있다. 문화, 특히 대중문화 영역에서 지나간 시대의 감성이 다양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7080세대뿐만 아니라 젊은이도 쎄시봉에 열광하고 있다. 1980년대를 다룬 영화 ‘써니’는 40, 50대와 더불어 이들의 자녀 세대에게도 인기를 끌면서 500만 명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남진의 ‘빈잔’,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 등 ‘나는 가수다’에서 나온 옛날 노래가 온라인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다. PC방에 밀려나던 당구장이 늘어나고, 패션에서도 복고풍이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복고의 무풍지대도 있다. 바로 ‘가부장적인 가장’의 모습이다. 개그콘서트의 ‘두분토론’이라는 코너에는 ‘남자는 하늘’이라고 외치는 남하당 대표 박영진이 가부장적인 과거의 남자를 연기한다. “여~자가…뭐~어, 회~~식, 회식을 한다고…그런 거 다 하고 다니면 소는 누가 키우냐고, 소는?”이라고 외치는 모습이 비난이나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웃음거리가 되는 건 이제 그런 모습이 더 이상 없다는 사실에 동의해서다.

가부장적인 남자가 없어진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인권이 신장됐거나 가정에서 여성의 신분이 상승한 덕도 있겠지만 경제적인 배경에서도 찾을 수 있다.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부터 40, 50대 부부까지 맞벌이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면 대부분 긍정적인 답변이 나온다. 맞벌이 이유는 대부분 자녀교육, 주택대출금 상환, 여유로운 생활 등이다. 예비 부부뿐 아니라 30, 40대 맞벌이 부부를 포함한 설문조사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여성보다 남성이 맞벌이를 더 원한다는 사실이다. 형편만 넉넉하면 자녀 양육과 가정을 꾸려가는 전통적인 주부를 원하지만 맞벌이에 대한 남편의 은근한 요구, 시어머니의 눈치와 현실적인 필요에 떠밀린다.

많은 남성이 맞벌이 부부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혼자 지고 있는 경제적 부담을 아내와 나누는 친구의 여유가 부럽다. 맞벌이를 결심하고 직업 전선에 뛰어드는 여성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보태면 좀 더 나은 가계를 꾸려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다. 과소비하거나 사치하지 않고 둘이 벌면 경제적으로 훨씬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우미 비용, 교육비 등 많이 들어통계에 따르면 이런 기대는 착각일 수 있다. 맞벌이 가구가 외벌이 가구보다 소득은 많지만 자산 상태는 좀 다르다. 2000년까지 5년마다 통계청에서 실시한 ‘가구소비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맞벌이 가구는 높은 소득에도 자산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맞벌이 가구가 소득도 많고 연간 소득에서 지출을 뺀 연간 흑자액이 크지만 저축액이 적고 대출은 더 많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우는 아이를 놀이방에 떼어놓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힘겨운 직장생활을 견뎌내면서 일하고 있는 엄마들이 번 돈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맞벌이 가정의 일반적인 소비지출 형태를 살펴보면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우선 맞벌이 가정은 매월 고정적인 지출이 많다.

집을 살 때 대출이 좀 많아도, 자동차를 구입할 때 할부금이 좀 부담스러워도 두 사람의 소득으로 충분히 감당할 자신이 있기에 고정적인 지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전자제품을 구입할 때 신용카드 할부는 고민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의 월급도 며칠 안 가 바닥을 드러내고 마이너스 대출은 원상 복구된다.

맞벌이, 특히 중산층 맞벌이 가구는 교육비 지출이 많다. 교육열이 상대적으로 높기도 하지만 자녀와 함께할 수 없는 시간을 돈으로 채워야 한다. 부모가 올 때까지 아이를 학원에 보내야 하고, 그 학원은 옆에 있어주지 못하는 엄마의 부채의식을 상쇄할 만큼 좋은 학원이어야 한다. 주말이면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좀 더 재미있고, 좀 더 맛있고, 좀 더 멋진 문화공간에서 보낸다.

마지막으로 맞벌이들은 외벌이들이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지출이 많다. 가사도우미를 쓴다든지, 보모를 쓴다든지, 자녀들 봐주시는 부모님께 용돈을 드린다든지 등의 비용이다. 여성 배우자의 사회생활로 옷값, 경조사비 등 품위유지에 필요한 다양한 비용과 활동비도 든다.



외벌이 가정의 위험에 대비해야높은 고정지출, 과도한 사교육비, 맞벌이로서 불가피한 지출 등 맞벌이 가정의 지출구조 문제점은 맞벌이가 중단되면 큰 문제가 되기 시작한다. 부부 중 한 사람의 실직,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외벌이 가정이 되는 순간 두 사람의 소득에 기대어 유지해온 주택대출 상환금과 자동차 할부금, 각종 세금과 카드 결제대금이 얼마 안 가 연체되기 시작한다. 아이들 교육 때문에 집을 줄여 이사하는 건 쉽지 않고 당장 학원을 끊기도 힘들다. 한두 달이면 문제가 해결되겠지라는 낙관적인 전망으로 생활수준을 쉽게 바꾸지도 못한다. 연체가 반복되면 곧 갚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카드사나 캐피털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게 되고, 최악의 경우에는 사채를 이용하거나 신용불량자 대열에 서게 되기도 한다.

생각보다 돈이 모이지 않고 대출이 줄지 않는다고 해서, 지출 구조가 경직돼 위험하다고 해서 맞벌이를 그만두는 건 답은 아니다. 하지만 맞벌이를 하면서 재산을 늘리거나 매월 돌아오는 고지서 막기에 바쁜 할부금 인생을 살지 않으려면, 또는 맞벌이가 중단되는 위험이 다가오더라도 큰 문제에 처하지 않으려면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는 첫째, 맞벌이가 아니라 외벌이라고 생각하면서 지출을 적절하게 통제하는 것이다. 외벌이 가정도 저축하고, 주택을 구입하고 자녀를 교육시키고 있다. 가능하면 한 사람의 소득은 전부, 최소한 50% 이상은 반드시 저축한 후 나머지를 부담 없이 쓰면 된다. 배우자 중 한 사람의 소득은 안전망, 즉 나쁜 시기를 대비하는 특별 비상자금으로 따로 적립해 두는 게 행복한 맞벌이의 지혜다. 이 돈은 나중에 자녀의 대학 학자금, 은퇴 후의 노후준비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둘째, 가능하다면 고정 지출보다는 계획적인 사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자녀 영어교육이 필요하다면 비싼 학원에 보내면서 매월 학원비를 과다 지출하는 것보다는 그 돈을 모아 해외 영어연수를 보내는 게 재무적으로는 더욱 현명하다. 외벌이의 위험이 다가왔을 때 영어연수는 미루면 되지만 영어학원을 중단하기는 어렵다. 사치라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가계 재무적 관점에선 훨씬 안전한 방법이고 교육효과도 더 클 수 있다. 고정 지출을 줄이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는 카드할부 사용을 줄이고 현금으로, 일시불로 구매하는 것이다. 이런 구매습관이 고정 지출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준다.

셋째, 필요한 보험을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다치거나 아프거나 혹은 사망해 가계의 소득이 중단되거나 줄어들 확률은 외벌이 가정보다 맞벌이 가정이 확실히 높다. 충분한 여유자금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반드시 보험에 가입해 가계의 위험을 줄이는 것이 좋다.

미국 중산층 맞벌이 부부의 파산을 연구한 책 『맞벌이의 함정』에서 저자 엘리자베스 워런은 높은 소득에도 많은 지출 탓에 빡빡한 생활을 하는 맞벌이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가정은 한 사람만의 소득과 현재의 재산만으로 6개월 이상 살아갈 수 있는가?” 맞벌이를 하는 당신이 만약 이 질문에 “예스”라고 답할 수 없다면 당신은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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