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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ecom 4G가 온다] 1분 만에 영화 받고 HD급 영상 통화

[Telecom 4G가 온다] 1분 만에 영화 받고 HD급 영상 통화

7월부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LTE 방식의 4G 서비스를 시작한다. 지난 3월 KT는 4세대 와이브로 전국망 서비스를 실시한 바 있다. 이동통신 방식이 4세대로 넘어가는 길목에 서 있다. 4G는 지금 사용하는 3G와 어떻게 다를까? 표준 방식에서 우위를 다투고 있는 LTE와 와이브로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더 빨라진 이동통신 기술이 우리의 생활상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전망해봤다.
지난 4월 SK텔레콤이 시연한 LTE 서비스. 영상통화 화질이 생생하다.

HD(고해상도) 뮤직비디오가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막힘 없이 흘러나온다. 800MB짜리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 받는 데 단 1분25초가 걸린다. 이 모든 것이 한 손에 들어오는 휴대전화로 가능해지는 세상이 멀지 않았다. 4G(4세대 통신기술)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SK텔레콤은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각광 받고 있는 LTE(Long Term Evolution)의 시연회를 열었다. 이 행사에서 LTE는 기존 3G(3세대 이동통신)의 WCDMA망에 대비해 5~7배 빠른 하향 최대 75Mbps, 상향 최대 37.5Mbps의 속도를 기록했다. 3G에서 다운로드 받는 데 약 7분24초가 걸린 영화를 LTE 환경에서는 1분25초 만에 다운로드 받을 수 있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이에 앞선 1월, 4G 이동통신에서도 LTE보다 더 빠른 속도의 LTE-어드밴스드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시연했다.

이 이동통신 환경에서는 CD 한 장에 해당하는 700MB 분량의 영화 한 편을 9.3초 만에 무선으로 내려받을 수 있었다. 시속 70㎞로 달리는 차에서 3D영상과 풀HD화질의 영상을 스트리밍으로 끊김 없이 본다. HD급 고화질의 영상통화는 마치 그 사람과 직접 대면한 듯 생생했다. 이날 시연한 LTE-어드밴스드 시스템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무선인터넷(3G) 속도(14.4Mbps)에 비해 40배 이상 빨랐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7월과 8월 LTE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지난 3월에는 KT가 와이브로 전국망으로 4G 서비스를 시작했다. 2세대 CDMA, 3세대 WCDMA를 이어 새로운 이동통신 시대에 진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LTE는 무엇이고 4G는 무엇일까?



통화 끊김 현상 줄어들 듯엄밀하게 말해 LTE 기술은 기존의 이동통신보다 더 빠른 속도를 내긴 하지만 4G는 아니다. 이동통신의 세대 구분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라는 국제기구에서 모바일 네트워크 속도를 일정 기준으로 나눠 정한다. ITU가 정한 4G 서비스의 조건은 정지 중 최소한 1Gbps를, 이동 중 100Mbps의 속도를 내는 것이다.

지금 상용화되고 있는 LTE는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고 ITU 역시 이 기술이 4G가 아니라고 못 박은 바 있다. 지난해 ITU에

서 4G 이동통신 국제표준으로 통과된 것은 LTE-어드밴스드와 와이맥스2였다. 와이맥스2는 와이맥스에서 한발 진보한 기술을 가리킨다.

LTE는 유럽의 통신업체들이 개발한 기술로 3세대의 기술을 장기적으로 진화시켰다는 의미를 지녔다. 와이브로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의 표준기술이고 와이맥스는 미국전지전자학회의 표준기술이다. 그러나 두 기술은 처음 사용하던 주파수 대역만 달랐을 뿐 이제는 대역을 호환해 사용하므로 같은 기술로 볼 수 있다.

LTE는 WCDMA의 후속 기술이기 때문에 유럽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가 자연스레 LTE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 구축된 3G망과의 연동도 쉽다. 그러나 와이브로에 비해 개발이 덜 진행되었고 기술이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와이브로는 기술개발이 상용화 단계까지 이뤄져 있다. KT는 이미 전국망을 구축한 상태다. 와이브로는 일관성 있는 IP(인터넷 프로토콜) 기반 기술이라 비교적 간단하다. 그러나 3G와의 호환성이 떨어져 시장에서 선호도가 낮다. 와이브로 출시 초기에는 가입자 수가 증가하다가 최근 들어서는 그 수가 정체상태에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세계 주요 모바일 기술 회사가 모인 단체인 3GPP가 LTE를 지지하고 있고, 유럽 대부분 나라와 북미, 일본 등이 LTE를 상용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향후 단말기 시장에서도 우세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LTE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KT 역시 이미 구축한 와이브로망에 LTE망을 점진적으로 더해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엄격하게 말해 LTE와 와이브로 모두 4G라기보다는 4G로 가는 과도기의 의미를 갖는 기술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박애순 팀장은 “현재 이동통신사가 서비스하려는 기술은 4G로 가는 가장 마지막 단계로 3.9G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회사들이 완벽한 4세대가 아닌 3.9세대의 방식을 시행하고자 서두르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는 535만 명에 달했다. 기업의 예상보다 스마트폰 대중화 속도가 빨라졌고 무제한 데이터 이용 요금을 사용하는 고객이 늘면서 데이터 이용량 역시 급증했다.



4G 시대 킬러앱은 미디어 과도한 트래픽으로 인해 데이터 사용이 끊어지고 통화품질마저 떨어지자 기업은 차세대 이동통신으로 진화를 앞당겼다. 박용완 영남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는 “주파수는 정해져 있는데 데이터가 폭증하자 한정된 주파수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감당할 수 있는 발전된 기술 형태로 빠르게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속도로가 넓어지면 교통 정체가 해소되는 것처럼 전송 속도가 빠른 기술이 데이터 폭증 문제를 해결해 주는 셈이다.

3G 시대를 가장 처음 열었던 KT는 SHOW라는 서비스로 영상통화를 킬러앱(등장하자마자 시장을 재편하는 상품)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3G의 르네상스는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데이터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뤄졌다. 앞으로 펼쳐질 4G 시대는 과연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까?

7월에 시작되는 LTE 서비스는 하향 최대 75Mbps, 상향 최대 37.5Mbps로 LTE-어드밴스드보다는 속도가 떨어진다. 4G 와이브로도 다운로드 속도가 40.32Mbps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사들이 제공하는 와이파이 속도 평균이 하향 6.76Mbps, 상향 3.57Mbps임을 감안하면 통신 환경이 훨씬 더 나아짐을 알 수 있다.

피터 초우 HTC CEO는 “4G의 킬러앱은 비디오”라고 이달 초 공식석상에서 밝혔다. 당장 4G가 시작되는 대로 이용자들의 눈이 즐거워진다는 것이다. 3G망에서 VOD (Video On Demand)를 이용하면 일반 수준 화질의 동영상만 감상할 수 있지만 LTE 환경에서는 HD급, 즉 4.5Mbps 화질의 동영상까지 볼 수 있다. 화질이 좋은 영상을 스트리밍 서비스로 볼 때 나타나던 끊김 현상도 해소된다.



빠른 기술에 맞춰 더 강해진 단말기영상통화 품질도 개선된다. SK 관계자는 7월 도입될 LTE 기술을 통해 “흐릿한 화면에 영상마저 끊기던 영상통화 대신 8배 이상 선명한 영상과 2배 이상 깨끗한 음성의 고품질 영상통화가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발전한 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다자간 영상통화를 하거나 문자 대신 영상을 전송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아도 손안의 휴대전화만으로, 그것도 와이파이가 아닌 이동통신만으로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콘텐트 선택 자체도 다양해진다. 용량 문제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웹상의 다양한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DMB 방송 외에도 각종 인터넷 방송도 모바일로 시청할 수 있다. 통신 환경의 제약에서 벗어남에 따라 1인 방송이나 영상물 제작에 뛰어드는 이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4G 시대의 킬러앱으로는 위치기반서비스, 멀티미디어서비스, 미디어방송서비스, 게임서비스가 꼽힌다. 사실 새삼 새로운 콘텐트는 없다. 양희동 이화여대 교수는 “대중화와 서비스 안정도의 차이”라고 설명한다. “통신 속도가 빨라진다고 해서 이동통신에 큰 역할의 변화가 생기기보다는 통신 기능과 엔터테인먼트가 여전히 우선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각 분야의 변화상은 예견된다. 게임의 경우 온라인으로 여러 사용자가 대전하는 형태의 네트워크 게임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LG전자가 발표한 4G 버전의 스마트폰은 단말기 자체에 3D 게임용 애플리케이션이 탑재되어 있었다.

자신의 위치를 온라인에 등록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포스퀘어(foursquare)’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앱 개발자들은 특정 장소에 대한 정보와 위치기반기술을 결합한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는데 통신 속도 향상으로 인해 위치와 관련 정보의 공유가 더 빠르고 큰 폭으로 행해지게 된다.

네트워크의 변화는 단말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팬택 기술전략본부 양진성 연구원은 “고화질 동영상 구현을 위해 4.3인치에서 크게는 5인치 화면의 단말기까지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빠른 통신기술을 단말기도 부지런히 쫓아가고 있다. 더 좋은 성능의 CPU와 그래픽카드를 탑재한 제품을 속속 내고 있다. 막대한 사용량을 따라잡기 위해 배터리 용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4G로 인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것은 기업이다. 빠르고 안정적인 이동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업무용 단말기가 각광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사무실 밖에서 업무를 보는 대신 작은 단말기로 현장 상황을 회사 서버에 남기는 식이다.

이미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지난해 초부터 지하철유지관리시스템을 스마트폰 단말기로 하고 있다. 고장 난 시설물 접수는 물론 이에 대한 처리 결과도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중앙시스템에 기록한다. 시설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사무실을 오가며 생기는 시간 차도 없앴다.

양 연구원은 “이동통신을 통한 스마트오피스, 스마트워크의 개념이 기업과 산업현장 전반에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4G가 화두에 오를 때에는 항상 클라우드 컴퓨팅도 뒤따라 나온다. 인터넷 서버에 데이터와 네트워크, 각종 콘텐트를 저장해놓고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도록 구축한 환경이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이동통신의 제약이 없어지면 없어질수록 클라우드 시스템의 활용도는 올라가기 때문에 두 기술은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박용완 교수는 “콘텐트와 하드웨어가 결합하는 최종 형태의 서비스”라며 “무선통신과 클라우드 컴퓨팅이 발전하면 PC가 가정에서 사라지고 더 가벼운 단말기들로 교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4G가 완전히 상용화되는 시기를 2012년 상반기나 중순께로 예상한다. 이동통신 기술의 진보는 늘 생각지도 못한 문화적 변화를 일으키게 마련이다. 내년 하반기, 더 빨라진 IT 환경이 우리 삶에 가져올 변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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