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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Issue] 하반기 주택시장은 안갯속

[Weekly Issue] 하반기 주택시장은 안갯속

올 하반기에도 주택시장은 상승세를 보이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진은 국내 최고가 아파트와 고급 빌라가 밀집한 서울 삼성동 일대.

주택시장이 안갯속이다. 지난해 말의 상승 무드가 연초까지 이어지다 주춤하더니 약세로 바뀌었다. 특히 수도권에서 그렇다. 또다시 침체국면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건 아닌가, 일부 주장처럼 폭락장의 전조가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적지 않다.

올 한 해의 절반인 반환점을 돌고 있다. 하반기 주택시장이 어떨지 관심이 쏠린다. 부동산시장의 중심은 주택시장이다. 주택시장 전망이 어떠냐에 따라 다른 상품의 투자 전망도 이어지게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전망이 썩 좋아 보이진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 아파트 값 6개월 반짝 상승지난해 말 부동산 관련 연구소 등에서 발표한 올해 주택시장 동향은 “좀 나아질 것”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해 말 바닥을 친 듯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선 여세를 몰아 올해에 소폭이나마 상승 분위기를 탈 것으로 봤다. 주택경기가 회복되며 수요가 느는데 올해 입주물량은 예년보다 줄어 공급이 감소할 것이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예상은 빗나갔다. 3월까지는 분위기가 괜찮았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월간 0.1~0.3% 올랐고, 거래량은 예년보다 앞선 3~4년간의 같은 달 평균보다 20~30%가량 많았다. 3월에 정부가 시장의 기대와 달리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4월부터 부활시키기로 하면서 시장에 찬바람이 불었다. 거래량이 예년보다 20%가량 줄더니 5월부터는 수도권 집값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12월 상승세로 전환한 후 6개월 만이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대출 규제 강화라는 악재를 만난 탓이지만 그만큼 아직은 주택시장의 체력이 강해지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매매시장과 달리 전세시장은 달아올랐다. 한 곳이 눌리면 다른 곳이 부풀려지는 풍선효과처럼 전세시장은 매매시장 침체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올 들어 6월 17일까지 서울이 6.3%, 수도권이 7.5% 각각 올랐다. 6월은 전통적 비수기로 꼽히는 데도 예년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 매매시장에 반갑지 않은 소식만 기다리고 있다. 우선 금리가 오름세다. 6월 10일 올 들어 세 번째로 기준금리가 올라 3.25%로 상향 조정됐다. 올해 말까지 한두 차례 더 기준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금리 인상은 주택담보대출이자 부담을 늘리기 때문에 주택 수요를 위축시키게 마련이다.

물가상승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물가상승률이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소비자물가가 상반기 4.3% 올랐고 하반기에 다소 둔화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3.8% 수준의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상승률로는 4%다. 물가와 아파트 가격은 역의 관계로 물가가 오르면 자연히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고 큰돈이 나가는 주택 구입에 신경 쓸 여유가 줄어든다. 물가상승률이 4%를 넘으면 수도권 아파트 값이 하락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 정책도 집값 상승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정부는 올 들어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네 차례 대책을 내놨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정부 대책 중 일부는 되레 거래 활성화 대책이라는 명분을 무색하게 했다. 수도권 DTI 부활이 그렇고 지난 5월 지정한 5차 보금자리지구는 입지여건이 좋아 보금자리 대기 수요만 늘렸다. 여기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분양가를 10%가량 낮추겠다고까지 했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보금자리주택 대기 수요를 더 키웠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하반기 집값은 하염없이 떨어질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집값 하락에 제동을 걸 요인도 있다. 주택시장의 공급원인 입주물량 감소다. 최근 3년간 연평균 입주물량이 2000~2010년 연평균보다 수도권에서 14%가량 적다. 올해 수도권 입주예정 물량이 11만3000여 가구로 지난해보다 33%나 감소한다. 수도권에서 특히 전용 60~85㎡형의 중형 입주물량이 많이 줄어든다.

민간과 공공으로 나누면 민간주택 입주물량 감소폭이 공공보다 훨씬 크다. 이는 입주물량이 더 줄어들게 하는 효과가 있다. 공공주택 중에는 입주 후에도 전매제한을 받는 집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거래가 안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수도권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하반기에 크게 떨어질 것이란 전망은 드물다. 하반기 수도권 아파트 값에 대해 주택산업연구원은 1% 정도의 상승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강보합세로 전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수요 위축보다 공급 감소 효과가 좀 더 클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더딘 수요 회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조사에서도 하반기 주택거래 실적이 상반기보다 소폭이나마 나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전셋값 폭등 이어질 수도전세시장은 상반기 못지않은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하반기 매매시장이 상반기와 큰 차이 없이 이어질 경우 신규로 주택시장에 나오는 주택 수요는 대부분 전세시장으로 몰리게 된다. 금리 인상과 불확실하긴 하지만 전·월세 상한제 등이 전셋값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 전셋값은 2000년대 초반과 같은 폭등세가 10년 만에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 들어 6월까지 상승률은 이미 지난해 한 해 동안의 상승률 수준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주택산업연구원 모두 하반기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을 5%로 내다봤는데 상반기 상승률(7.5%)과 합치면 올해 전셋값 상승률은 12.5%로 예상된다. 이는 2001년 24.9%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는 시간이 상당히 필요하기 때문에 전세 수요 일부를 매매 수요로 돌려 전세난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말한다.

매매시장 보합세와 전세시장 강세로 예상되는 하반기 주택시장에서 가장 유망한 투자상품은 역시 임대수익형이다. 시세차익을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임대수입을 올릴 수 있는 상품 투자가 유망한 것이다. 도시형생활주택 등 소규모 가구를 겨냥한 임대상품이 하반기에도 여전히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기존 세대에서 분리해 새로 주택시장에 나오는 가구들 상당수가 1~2인 소규모 가구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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