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hes] 압축형 펀드에 압축 투자
[Riches] 압축형 펀드에 압축 투자
서울 압구정동 A씨는 압구정동에 모여 있는 여러 은행, 증권사의 PB센터와 거래하며 수십억원의 금융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투자 고수다. A씨는 지난해 랩어카운트에 가입해 꽤 높은 수익을 거뒀다. 브레인투자자문·케이원투자자문 등의 투자자문사에서 자문해 주는 포트폴리오로 주식을 운용했다.
그런데 A씨는 한 가지 찜찜한 게 있었다. 그는 랩어카운트는 늘 60% 넘게 주식편입 비중을 유지해야 하는 주식형 펀드와 달리 투자자문사의 시황 전망에 따라 주식 비중을 0~100%까지 자유자재로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다고 들었다. 현실은 달랐다. 막상 주가 하락기에 운용하는 걸 지켜보니 주식 비중을 거의 줄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실망한 그는 담당 PB에게 “랩어카운트 성과는 만족하지만 주식 중심의 운용 형태라면 굳이 3% 내외의 비싼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에 가입해도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 개포동에 거주하는 B씨는 만기된 적금 4500만원으로 랩어카운트에 가입하기 위해 한 증권회사를 방문했다가 돌아서고 말았다. B씨가 가입하고자 했던 랩어카운트의 최저 가입금액이 5000만원이어서 가입하지 못한 것이다. 보통 주식형 펀드나 ELS(주가연계증권) 등에는 최저 가입금액이 없거나 100만원 정도였기에 별 생각 없이 돈을 들고 갔다가 민망한 일만 당한 것이다.
올 들어 압축형 펀드에 1조원 몰려랩어카운트처럼 20~3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압축형 펀드의 수익률이 일반 주식형 펀드를 압도하면서 주목 받고 있다. 가입 금액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 대형 주식형 펀드는 올 들어 종합주가지수처럼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압축형 펀드는 다르다. 올해만 15%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 들어 주가 상승기마다 주식형 펀드 투자자의 차익 실현 욕구가 강해 4조원이 넘는 자금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 나가고 있지만, 유독 압축형 펀드로는 1조원이 넘는 돈이 들어왔다.
특히 JP모간의 ‘코리아트러스트펀드’에는 올해 들어서만 1조2000억원 가까운 돈이 몰렸다. 강남권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이 펀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30개 안팎의 우량기업 주식만을 선별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펀드는 사실상 국내 압축형 펀드의 효시 격으로 1년 수익률이 50%에 이른다. 벤치마크인 코스피 수익률을 두 배 가까이 웃돌고 있다.
압축형 펀드의 가장 큰 특징은 적극적인 주식 운용으로 시장 흐름과 차별화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종목 수가 20~30개 내외로 적은 만큼 주식시황에 민첩하게 대응해 높은 수익률을 추구한다. 올해 ‘차·화·정’시대 라고 불릴 정도로 자동차, 화학, 정유주가 주도주로 주식시장을 이끌어가는 상황에서는 이와 관련된 대형주의 비중이 높은 압축형 펀드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압축형 펀드는 수수료도 싸다. 3% 내외의 랩어카운트 수수료와 달리 1~2%대에 불과하다. 랩어카운트는 보통 5000만원에서 1억원이라는 최저 가입금액 장벽이 있지만 압축형 펀드는 다르다. 최저 가입금액이 없다.
2개월 지나야 종목 알 수 있어그렇다고 압축형 펀드가 만능은 아니다. 압축형 펀드에 가입할 때 주의할 점도 여럿 있다. 우선 압축형 펀드는 선택의 폭이 넓지 못하다. 일반 주식형 펀드와 달리 압축형 펀드는 적극적인 투자성향을 보유한 투자자가 선호한다. 펀드의 종류가 10여 개를 넘지 않는다. 운용 기간이 짧고 운용 규모가 아직 작아 검증되지 않은 펀드를 제외하면 더욱 그렇다. 제로인이나 모닝스타 등 펀드평가사의 자료를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일정 기간 이상의 검증된 데이터로 확인한 후에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압축된 주식 종목이 어떤 건지 알기 어렵다는 것도 단점이다. 일반 주식형 펀드가 50개가 넘는 종목을 담고 있는 반면, 압축형 펀드는 이 절반도 안 되는 종목을 보유하며 수익률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엄선된 종목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좌우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랩어카운트처럼 투자 종목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길 바라지만 주식형 펀드이기 때문에 2개월이 지난 후에야 종목 포트폴리오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와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압축형 펀드에 가입하는 게 좋다.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주식시장이 1만큼 오를 때 1이상 수익을 달성할 수 있기도 하지만, 주식시장이 1만큼 하락할 때 1 이상 손실을 볼 수도 있다. 가급적이면 투자자금을 한꺼번에 투자하기보다 적립식 투자방법으로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 매월 일정금액을 투자할 경우 투자 시점의 분산 등을 통해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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