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LA·뉴욕서도 신용불량자 구한다
[CEO] LA·뉴욕서도 신용불량자 구한다
신용회복위원회 이종휘(62) 위원장은 6월에 미국 뉴욕을 다녀왔다. 채무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교민의 신용회복 지원을 위해서다. 지난 3월 처음으로 LA 교민에게 신용회복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LA에서 지금까지 200여 명을 상담했고 현재 50여 명을 심사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싶지만 과거 이민을 떠나기 전에 국내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기록이 남아 있는 교민의 요청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미국에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중국·일본을 비롯한 교민이 많은 곳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석 달 전까지만 해도 1700만여 명의 고객을 관리하던 우리은행장이었던 이 위원장은 지금은 빚에 시달리는 170만 명의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를 돕고 있다. 신용도가 낮은 서민의 버팀목으로 변신한 그를 서울 명동 신용회복위원회 집무실에서 만났다.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시간이 정말 빠르다. 취임하자마자 현안을 보고 받고 직원과 고객 만나기에 바빴다. 짧은 시간이지만 몇 가지 중점 사업도 구상해 결실을 보았다. 인터넷으로도 신용회복 지원을 신청할 수 있도록 사이버지부를 개설했다. 현재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8곳, 강원·충청 등 15곳 등 지부가 23개로 적다. 상담소도 23곳뿐이다. 예산 부족으로 지방 중소도시에는 지부를 세우지 못했다. 이런 약점을 사이버지부 개설로 해결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신용회복 채팅 상담과 지원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석 달 조금 넘었는데 6000여 명이 인터넷으로 상담 받았다. 올해 말까지 사이버지부를 안착시킬 수 있도록 힘쓰겠다. 1년 이상 성실하게 빚을 갚은 사람에게 지원하는 병원비·생활비 등 소액금융 지원을 늘리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은행장 시절과 뭐가 다른가.“은행은 신용도가 높은 고객을 대상으로 우량 고객과 우량 자산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여기는 정상적 채무상환이 어려운 과다 채무자를 경제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신용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은행장 시절에는 부실 기업을 솎아내 우량 기업으로 만들었는데 이번엔 부실 고객을 우량 고객으로 만들게 됐다(웃음).”
이 위원장은 1970년 한일은행을 시작으로 2008년 우리은행장을 지낼 때까지 40년 가까이 은행에 몸담은 정통 뱅커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은행장으로 취임해 과거 투자 손실과 부실 대출을 정리해 위기를 잘 넘겼다. 금융위기의 혼란 속에서도 조직을 다독여 ‘온화한 카리스마’로 불렸다. 공격경영만 외치던 외부 출신 행장들과 달랐다. 신용회복위원회에 와서도 가장 먼저 전국 23개의 지부를 방문해 상담자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직원을 격려했다. 이 위원장은 취임 날 200여 명의 직원에게 업무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개인 돈으로 피자 110판을 돌렸다. 그는 “어렵게 발걸음을 하는 상담자가 많아 직원이 진심으로 따뜻하게 받아주는 게 필요하다”며 “직원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교류해 즐거운 일터와 활기찬 조직문화가 정착되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소액금융 지원을 위해서는 자금 마련이 중요할 텐데.“소액금융 지원제도는 금융채무불이행자에게 연 2~4% 금리로 500만원까지 무보증 대출을 하고 5년간 나눠 갚도록 하는 제도다. 연체 경력이 있는 신용 10등급자가 받을 수 있는 대출은 우리가 유일하다. 출범 이후 현재까지 1만4000여 명에게 1400억원을 지원했다. 매월 1500명에게 300만원씩 지원하려면 매월 50억원이 필요하다. 연간 600억원이다. 현재 받은 기부금은 150억원 수준으로 여의치 않다. 그래서 은행권에 500억원의 기부를 요청한 상태다. 신용회복위원회 덕에 금융채무불이행자가 은행 돈을 잘 갚지 않나. 은행권에서 떼일 뻔한 돈을 받은 게 지난해에만 1조2000억원이나 된다. 우리가 아무 이유 없이 기부 요청을 한 건 아니다. 금융회사에도 좋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일이다. 은행권에서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1, 2차로 나눠 분담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부금액은 올해 은행별로 반환되는 부실정리채권 금액의 비율에 따라 산정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몇 명이 신용을 되찾았나.“17만여 명이 빚을 갚고 신용을 되찾았다. 현재는 50만여 명이 빚을 갚고 있다. 지난해 신용회복 지원 신청자는 8만4590명으로 출범 9년 만에 100만 명(6월 15일 현재 누적 기준)이 넘었다. 이 중 30~40대가 68.9%를 차지하고 있다. 29세 이하 비중도 8.9%(6849명)나 된다. 20대의 경우 신용카드 연체 등으로 오는 경우도 있지만 학자금 대출과 부모의 경제적 어려움 탓에 오기도 한다. 지난해 인지도 조사 결과 50%가 신용회복위원회 이름을 들어봤다고 대답하더라.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절반이나 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지하철·버스 등 교통매체를 활용한 홍보를 계획하고 있다.”
금융채무불이행자라면 신용회복위원회 지부를 방문해 상담 후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채무재조정 제도를 통해 연체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은 프리(Pre) 워크아웃 대상, 연체 3개월 이상은 개인 워크아웃 대상으로 나눠진다(총 채무액이 5억원 미만이어야 함). 프리 워크아웃 대상이 될 경우 약정 이자율이 30% 인하된다. 개인 워크아웃 대상이 될 경우 이자와 연체이자는 전액 감면되고 원금은 최대 50%까지 감면 받을 수 있다. 상환기간은 최장 10년까지 연장되고 기존에 상환하고 있던 이자는 조정된 원금을 상환 완료할 경우 전액 면제된다. 채무자의 상황에 따라 1년 이내에서 채무상환을 유예해주기도 한다.
가계 빚이 1000조원을 넘었다.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더욱 늘어날 듯하다.“가계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지원도 우리의 역할이다. 거치기간 연장 제한이 추진되면 신용카드 대란 때처럼 신용회복위원회를 찾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도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인력을 늘리고 전문성도 강화할 계획이다. 생업 때문에 방문하기 어려운 사람을 위해 8월부터 강원도를 시작으로 충청도, 경기도에 한 달씩 이동상담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색다른 지원 방안은.“취업지원을 강화할 생각이다.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 민간위탁사업자로 선정됐다. 앞으로 취업정보 제공과 취업알선 서비스에서 벗어나 개인별 취업지원 계획에 따라 ‘진단·경로설정→의욕·능력증진→집중 취업알선’에 이르는 3단계 종합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채용기업에도 고용노동부의 고용촉진지원금(6개월 경과 시 최대 650만원)과 신용회복기금의 고용보조금(6개월 경과 시 최대 270만원)을 지원하기 때문에 취업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 올해 4000명 목표 중 현재 1750명의 취업을 지원했다. 금융채무 이외에도 1000만 명에 이르는 통신료 연체 채무불이행자도 지원할 계획이다. 6월부터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통신회사들과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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