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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Forbes Excellence Award] 지상생협력 정동학 STX엔진 사장

[2011 Forbes Excellence Award] 지상생협력 정동학 STX엔진 사장

STX엔진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LNG선, 유조선 등에 탑재되는 선박용 엔진을 만드는 회사다.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방위산업용 엔진과 플랜트 엔진도 생산한다. 연평도 등에 배치된 K9 자주포 엔진도 이 회사가 만든다.

K9용 엔진의 크랭크 케이스는 협력업체인 대신금속이 납품한다. 크랭크 케이스는 엔진 실린더의 아래쪽에서 회전운동을 하는 크랭크를 에워싸고 있는 상자 모양의 부품. 대신금속은 이 크랭크 케이스를 국산화해 지난 5년간 K9 엔진의 원가를 60억원 이상 절감했다.

박수현 대신금속 사장은 과거 10년 넘게 방산용 크랭크 케이스 개발에 매달렸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03년 박 사장은 개발자금을 빌리기 위해 STX엔진을 찾았다. 미국에도 제품을 수출하는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었지만 주변에선 크랭크 케이스의 국산화에 회의적이었다.

STX엔진 측은 16억원의 개발비를 지원했다. 그로부터 2년 후 이 회사는 크랭크 케이스 국산화에 성공했다. 그동안 숱하게 불량이 났다. 자금을 지원한 STX엔진 측에선 직원 다섯 명을 상주시키면서 개발을 도왔다. 결국 수입 단가 2000만원짜리 크랭크 케이스를 800만원에 만들어낼 수 있었다. 방산용 알루미늄 부품의 기술력도 부쩍 성장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방산용 부품은 주로 알루미늄으로 만든다. 이 제품의 수입 대체로 대신금속은 품질상까지 받았다.

7월 15일 창원의 STX엔진 공장에서 만난 정동학(56) STX엔진 사장은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이야말로 대기업의 가장 중요한 생존전략”이라고 말했다.

“협력업체들은 대기업의 뿌리와 같은 존재입니다. 대기업의 힘은 바로 이 뿌리에서 나오죠. 협력업체의 기술과 품질, 나아가 경영 시스템이 모기업과 더불어 성장하지 않으면 대기업도 몰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협력업체는 성장의 파트너요, 이들 업체에 대한 지원은 상생을 위한 생존전략이라고 할 수 있죠.”



STX엔진의 경우 협력업체 의존도가 어떻게 되나요?“우리가 사용하는 부품의 80%가 협력업체 제품입니다. 이들 부품의 품질 내지는 경쟁력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도 완제품을 팔 수 없습니다. 결국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은 우리로서도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 수단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도급 대금 지급을 둘러싸고 협력업체와 갈등을 빚는 기업이 많습니다. 협력업체에 대금 지급은 어떻게 하나요?“100만원까지 현금으로 지급하던 것을 500만원까지 확대했습니다. 업계의 일반적인 관행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우리보다 덩치가 큰 대기업들은 이미 500만원까지 현금으로 결제하는 곳이 많습니다만. 또 모기업이 부도나면 어음 자체가 효력을 상실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우리는 은행의 보증을 받아 협력업체에 이런 영향이 파급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금 결제와 관련해 협력업체들이 겪는 자금난을 모기업이 끌어안아야 합니다.”

STX엔진은 생산량의 80% 이상을 수출한다. 수출 대상 국가는 중국, 유럽, 일본, 러시아, 중남미,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등으로 전 세계에 분포한다. 이 회사는 또 해외시장에 일부 협력업체와 동반 진출했다. 1997년엔 중국 무순에 주물공장을 차렸다. 이후 주물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무순에서 한 시간 거리에 협력업체인 한조가 진출했다. 이 공장에서 만든 한조의 제품은 국내 STX엔진에도 납품된다.

STX엔진은 지난해 다우존스와 한국생산성본부가 주관하는 지속가능경영지수 산업 엔지니어링 부문 국내 최우수 기업으로 2년 연속 선정됐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세 가지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경제적 지속 가능성도 중요하지만 이해관계자와의 관계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확보되는 사회적 지속가능성도 경시할 수 없죠. 협력업체 가운데 지역사회 역내 업체 비율은 어떻게 되나요?“STX는 경남 기반의 기업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협력업체의 76%가 경남·부산권 업체입니다. 전체 구매액의 98.4%인 3700여억원어치를 역내에서 조달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조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죠. 이렇게 역내 업체와 거래하면 물류비가 절감될뿐더러 기술지도를 하기도 쉽죠.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하기도 좋고요. 이해관계를 떠나 지역사회와 콩 한 쪽도 나눠 먹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 회사는 상시적인 협조체제를 갖추기 위해 STX 상생 핫라인을 구축했다. 협력업체 대표가 언제든지 CEO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전화와 e-메일을 개설한 것이다.



STX의 고유한 상생협력 활동으로 무엇을 꼽을 수 있나요?“2008년부터 주요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STX-SCQM(Supply Chain Quality Management)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품질경영 시스템 평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죠. SCQM은 일부 대기업도 하고 있지만 품질에 국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엔진 첨단화·친환경화를 위한 혁신 활동을 유인하는 한편 경영 시스템 업그레이드도 시도하고 있죠. 이 프로그램에 따른 평가가 지난해 497점으로 전년보다 33점 높아졌습니다. 상생 중 으뜸은 사실 품질 상생입니다. 품질에서 밀리면 모기업도 없고 협력업체도 없어요. 상생의 틀 자체가 무너지는 거죠. 우리는 STX-SCQM을 통해 2차 협력업체의 품질까지 챙깁니다. 2차 협력사에서 불량이 나면 1차 협력사를 거쳐 결국 최종 품질에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죠.”



상생 프로그램의 고객은 협력업체들입니다. 협력업체 쪽 반응은 어떤가요?“해마다 조선소 등 외부고객과 내부고객인 임직원 그리고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외부 기관에 의뢰해 고객 만족도 조사를 합니다. 그런데 늘 협력업체 쪽 만족도가 20점가량 높습니다. 협력업체들도 보통 복수의 업체와 거래하는데, 상대적으로 우리와 쌓은 신뢰관계가 돈독하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합니다. 발주 물량이 정확한 편이고 대금 결제 조건도 좋기 때문일 거예요. 발주물량 사전예고제 도입도 검토 중입니다.”

2008년 말 이래 조선 경기 불황은 STX엔진도 피하지 못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이 회사는 발전설비 부문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STX그룹은 최근 이라크 전력부와 30억 달러 규모의 2.5GW 발전 플랜트 건설 계약을 맺었다. 이라크 전역에 100MW 규모의 디젤 발전 플랜트 25기를 건설하는 계약이다. 정 사장은 “그룹이 수주한 이라크 발전 플랜트에 대한 설비 공급으로 올해는 경영환경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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