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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ury & Celebrity ⑥ Gucci

Luxury & Celebrity ⑥ Gucci


이탈리아 럭셔리 패션 하우스를 대표하는 구찌. 론칭한 지 올해로 90년 됐다. 한 세기의 패션사를 풍미한 역사에 숱한 유명인사 이름이 새겨져 있다. 알랭 들롱이 신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홀스빗 장식 로퍼는 디자인과 장인정신의 창조적 조화로 평가 받는다. 현재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영구 전시돼 있다. 구찌의 패셔너블한 장면들은 화려하다.

스포츠 중에서도 승마는 럭셔리의 결정체다. 아직까지 전 세계 왕족들은 승마와 여기서 파생된 말 사육, 말 교육을 과학과 예술의 영역으로 여기고 있다. 오늘날 명품이라 불리는 브랜드 중 다수가 귀족의 승마용품을 만드는 회사로 출발했다. 구찌도 예외는 아니다. 1900년대 초반, 이탈리아 피렌체 지방의 상류층은 승마를 즐겼다. 사보이 호텔에서 일하면서 상류층의 기호와 문화를 배운 구찌의 창립자 구치오 구치는 1921년 피렌체로 돌아와 가죽제품을 만드는 가게를 열었다. 여기서 주로 만든 것이 바로 승마 제품이었다.



럭셔리의 결정체, 라이딩 컬렉션당시 승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여러 장식은 오늘날 구찌의 상징이 됐다. 말의 입에 물리는 재갈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홀스빗’, 안장을 고정하는 뱃대끈을 보고 만든 ‘웹 스트랩’ 등이 그것이다. 중세 기사가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구찌의 엠블럼 ‘크레스트 로고’ 역시 승마에서 영감을 받았다. 최근 재키 오버 사이즈 백에 쓰이고 있는 가죽 스티칭 기법 역시 피렌체만의 독특한 기술인 안장 공예술에서 유래했다.

구찌는 올 시즌 모나코 왕실의 공주인 샬롯 카시라기를 위한 라이딩 컬렉션을 선보였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카시라기 공주는 어린 시절부터 예쁜 외모 덕분에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이는 할머니인 그레이스 켈리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구찌와 모나코 왕실의 인연은 그레이스 켈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66년 구찌는 매장에 직접 찾아온 켈리만을 위한 특별한 스카프를 제작했다. 이 스카프에 사용된 꽃무늬는 2004년 구찌의 액세서리 디렉터가 된 프리다 지아니니가 발굴해 다시 사용했다. 이는 지아니니가 구찌의 액세서리 디렉터로 성공하는 기반이 됐다. 지금 그는 구찌의 전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그가 다시금 카시라기 공주를 위한 승마 컬렉션을 디자인함으로써 왕실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1. 2010년 11월 카를라 브루니 사르코지 부부. 과거의 뱀부 백을 재해석한 구찌의 ‘뉴 뱀부’ 백이 눈에 띈다. 2. 모나코 공주이자 승마선수인 샬롯 카시라기. 구찌가 그녀를 위해 디자인한 라이딩 컬렉션을 입 2010-2011 글로벌 챔피언스 투어에 참가했다. 3. 1991년 로마를 방문할 당시 구찌 뱀부 백을 들었던 다이애나비. 사진은 로마의 카슬러 호텔(The Kassler) 앞에서 촬영됐다.

지아니니는 “카시라기 공주가 승마에서 보여주는 열정은 영감을 주며 일상에 우아함을 더한다. 그녀를 위한 컬렉션은 기능성과 스타일 등 모든 면을 고려해 제작했다”고 말한다. 이번에는 구찌의 아카이브에서 발굴해 낸 로제트(rosette) 장식을 사용했다. 카시라기를 상징하는 ‘C.C’ 로고를 블레이저·폴로·안장패드·담요 등에 새겨 넣었다. 원래 초록과 빨간색인 웹 스트랩은 블루와 레드로 새롭게 디자인됐다. 구찌는 하우스 창립 90주년을 맞아 브랜드의 전통이 담긴 라이딩 컬렉션을 계속 강화할 계획이다.



남성들의 로망 홀스빗 슈즈승마에서 영감을 받은 홀스빗 장식은 구찌의 상징일 뿐 아니라 남성용 구두의 심벌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국내의 한 구두 브랜드가 이 심벌을 사용해 저작권 분쟁을 일으켰을 정도다. 1952년 홀스빗 장식을 처음 선보였을 때는 백 등에 사용하다 1953년부터는 남성용 신발을 장식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브라운, 블랙 컬러로 선보인 남성용 가죽 모카 신에 홀스빗 장식을 얹자 단번에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클라크 게이블, 존 웨인, 프레드 아스테어뿐 아니라 영화 감독인 프랜시스 코폴라 등 유명인이 애용하는 아이템이 됐다.

이 신발에 매력을 더한 건 미남 배우였던 알랭 들롱. 그는 이탈리아 나폴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 ‘태양은 가득히’(1960)에서 홀스빗이 장식된 구찌 모카 신을 신고 등장했다. 덕분에 홀스빗이 장식된 모카 신은 섹시해지려는 남자들이 갖고 싶어하는 최고의 신발이 됐다.

남성용 슈즈의 성공에 힘입어 1968년 구찌는 여성용 모카 신을 출시했다. 이는 로런 바콜 같은 배우가 즐겨 신으며 우아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홀스빗 장식을 얹은 남녀 슈즈는 1962년 이후 현재까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의상 연구소의 컬렉션으로 영구 전시돼 있다. 타이틀은 ‘디자인과 크래프트맨십의 패셔너블한 시도’.

오늘날까지도 구찌는 스웨이드, 내추럴 레더, 페이턴트, 새틴, 퍼 등 다양한 소재의 로퍼를 선보이고 있다. 유명인들이 신었고 박물관에도 전시되는 신발을 일상에서 신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구찌는 재클린 케네디와도 깊은 연을 가지고 있다. 케네디 대통령의 아내이자 패션지 ‘보그’의 에디터 출신인 재키. 영부인이 된 후에는 감각을 발휘해 ‘아메리칸 드림’의 살아 있는 롤모델이 되었다. 재클린 케네디는 커다란 체격과 두상을 감추기 위해 클래식한 패션을 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얼굴 전체를 가리는 선글라스, 부풀린 헤어 스타일, 커다랗고 심플한 뱅글 등 그녀가 착용한 아이템은 훗날 ‘재키 스타일’을 규정하는 아이콘이 됐다.

그녀가 애용했던 액세서리 중 하나가 바로 구찌 백. 1950년대에 선보인 구찌 백은 어깨에 밀착되는 실용성에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재클린 케네디의 사랑을 받았다. 그녀는 다양한 소재로 된 구찌 백을 여러 개 구비해 1960년대에 즐겨 들었다.



재키가 사랑한 백그녀의 구찌 사랑은 개인적인 모임은 물론 공식적인 자리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전 세계 젊은이들의 패션 멘토였던 재키 덕분에 이 백은 더욱 유명해졌고 이름 또한 ‘재키 백’으로 불렸다.

2009년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프리다 지아니니는 재키 백에 새로운 감성을 불어넣은 ‘뉴 재키 백’을 선보였다. 둥근 모서리와 시그니처 디테일 등은 오리지널의 모습을 그대로 살렸다. 넉넉한 사이즈와 부드러운 보디 디자인을 통해 현대 여성에 적합하게 디자인했다. 여기에 지아니니의 시그니처 디테일인 뱀부 양식의 가죽 태슬을 장식해 화려한 느낌을 더했다. 1950년대 선보인 재키 백은 오늘날까지 구찌의 베스트셀러다. ‘패션’에 ‘스토리’가 더해지면 얼마나 긴 생명력을 갖는지를 증명한다.



전쟁 속에서 태어난 뱀부 백손잡이를 대나무로 만든 뱀부 백 역시 구찌를 대표하는 아이템 중 하나. 이는 사실 전쟁 중 자원 부족에 시달리다 궁여지책으로 개발한 아이템이었다. 세계대전 당시 피렌체에 있는 구찌 장인들은 일본에서 수입이 가능했던 유일한 소재인 대나무를 가방 손잡이로 사용했다. 대나무에 열을 가해 반원 모양이 되도록 구부리고, 반짝이도록 광택을 내 가방의 핸들로 사용했던 것.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간직한 뱀부 백은 패션과 자연, 두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백은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비롯해 벨기에의 파올라 여왕, 그레이스 켈리, 데보라 커,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수많은 셀레브리티의 사랑을 받았다. 전통을 해석하는 탁월한 감각을 지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리다 지아니니는 2010년 오리지널 뱀부 백을 재해석했다. 이름하여 ‘뉴 뱀부 백’. 원래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했으나 시즌 컬렉션과 어울리도록 좀 더 큰 사이즈로 만들었다. 백 내부에는 거울과 포켓을 내장해 실용성을 더했다. 또 태슬 장식으로 화려함을 더하고 탈부착이 가능한 숄더 스트랩을 달아 좀 더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도록 했다.

뱀부 백은 오늘날까지도 구찌 창립 당시처럼 피렌체의 공방에서 100% 핸드 메이드로 만들어지고 있다. 장인들은 뱀부 백 하나를 만들기 위해 총 140개 조각과 13시간의 사투를 벌인다. 이 결과물은 최근 새로운 영부인 패션을 만들어내고 있는 카를라 브루니 사르코지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브루니는 종종 구찌 뱀부 백을 들고 공식 석상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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