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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Issue] 금값이 진짜 금값 됐다

[Weekly Issue] 금값이 진짜 금값 됐다

금이 정말 ‘금값’이 됐다.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비싸진 금값 때문에 결혼이나 돌잔치를 맞은 소비자나 금은방은 모두 울상이다. 종로 금은방 거리에는 손님이 뜸하다. 시내 금은방의 한 돈짜리 돌반지 시세는 25만원 선이다. 반 돈짜리 금반지 가격이 2년 전 한 돈짜리에 가까울 지경이다.

금 관련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는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안전 위주로 투자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고수익까지 누려서다. 금 관련 펀드는 올해 대부분 두 자릿수 수익률을 보였다. 은·구리 등 금속 관련 원자재 펀드가 잘해야 한 자릿수 수익률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꽤 높다. 펀드평가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금 관련 펀드 8개는 모두 고수익률을 기록했다.

올 초 들어간 금펀드도 짧은 기간에 10%대 수익률을 내고 있다. 금 파생상품인 ‘KB스타골드특별자산A’는 2008년 5월 설정 이후 무려 68.12%의 수익률(연초 이후 14.11%)로 최고 수익을 냈다. ‘삼성코덱스(KODEX)골드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이 7월 20일 기준 수익률 13.70%로 그 뒤를 따랐다. 2008년 5월 19일 ‘미래에셋맵스인덱스로골드특별자산투자신탁’에 가입한 투자자는 최근 무려 61.88%의 수익률을 올렸다. 올 초에만 들었어도 12.15%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금광업 관련 주식연계펀드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블랙록월드골드’ 등은 연초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지만 2년 이상 보유한 경우 83.29%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제로인 신건국 레이팅사업부 팀장은 “금 관련 펀드는 다른 펀드에 비해 리스크가 작은 편이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금 관련 펀드의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값은 앞으로도 오름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금 관련 펀드에 지금 가입해도 그리 늦진 않다고 권하는 전문가가 많다. 다만 단기적 시세 조정이 있을 수 있어 짧은 시간에 고수익을 바라긴 어렵다. 펀드(금 상장지수펀드) 이외에도 금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금 관련 저축상품, 금 선물투자 등이 있다. 은행에서 골드바를 사 일정 기간이 지나면 오른 금값 변동분을 반영해 예금액을 찾는 방식이다.

금 저축은 시중은행에서 들 수 있다. 실제 금값에 따라 총예금액이 달라진다. 오른 금값만큼만 이자 수익을 얻는 대신 리스크가 낮은 게 장점이다. 금 선물투자는 전문가 수준의 실력이 필요하다. 금값이 상승세에 있다 해도 어느 정도 오를 것인지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금값이 올라도 손실을 볼 수 있다.



미국 경제 불안에 신흥시장 수요 많아국제 금값 전망은 금빛이다. 금값은 2009년 이후 꾸준히 올랐다. 7월 19일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1600달러를 돌파했다. 같은 시간 한국금거래소 국내 금 소매시세는 3.75g(1돈) 기준 21만9450원을 기록했다. 부가가치세 10%와 세공비를 제외한 가격이어서 실제 소매가격은 이보다 훨씬 비싸다. 금값이 온스당 1600달러를 넘은 것은 뉴욕상업거래소의 심리적 경계선을 허문 것이어서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뒀다.

7월 27일 현재 뉴욕 상업거래소 금선물값은 온스당 1616.8달러로 다시 한번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값은 올해 초 온스당 1300달러 수준에서 시작됐지만 4월 1500달러를 돌파한 후 3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금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 수단이어서 경제가 어려울 때 더욱 돋보인다. 최근 금값이 계속 오른 이유는 불안정한 국제 경제 때문이다. 미국의 디폴트 위기설과 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파탄이 세계 경제 상황을 악화시켜 국제 금융자본이 금으로 투자처를 옮기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금을 많이 가지고 있는 미국과 유럽이 불안정한 재정상황을 타개하고 부채 상환을 위해 국제시장에 금을 대거 내다팔 가능성이 있고, 이들 금 보유국이 부채상환용 자금을 유리한 가격에서 마련하기 위해 일부러 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금을 대체할 만한 안전자산이 없다는 것도 금값이 오르는 이유다. 연초 달러 가격이 요동치고, 미국 주가가 흔들리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 국채로 투자금이 몰렸다. 하지만 백악관과 미국 공화당이 티격태격하며 재정부채 한도 설정을 늘리지 못하자 미국의 디폴트 위기설이 불거졌고, 이에 따라 미 국채보다 더 안전한 자산인 금으로 투자금이 대거 몰린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2차 양적완화 결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인 것도 금의 명목가격 오름세를 부추겼다. 금 거래는 모두 달러 표시로 이뤄지기 때문에 같은 가치에서 거래되더라도 달러 표시 가격이 계속 오른 것이다.

신흥시장의 금 수요가 늘어난 것도 금값 상승의 요인이다. 중국 중심의 수요가 탄탄하다. 중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금을 매집해 외환보유액 가운데 금 비중을 늘려 왔다. 이에 더해 인도의 금 매입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경제 사정이 나아진 인도인의 금 매입이 금값을 올린다고 분석했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9, 12월 축제와 결혼시즌이 겹쳐 금 수요가 폭증한다. 이에 대비해 인도 금거래상이 미리 금을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수요에 비해 금 공급량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1975년 세계 금 생산량은 연간 1200t 수준이었다. 2001년 2600t까지 꾸준히 늘었지만 2008년 이후 2260t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이 원유, 동, 주석처럼 전략자원의 성격이 크지 않아 정부 차원에서 금을 체계적으로 개발하지 않았고, 광산개발 비용이 늘면서 생산량이 감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귀금속 리서치업체 GFMS는 2009년 말 기준 세계 부존 금 총량을 16만6000t으로 보고 있다. 아직 파내지 않은 금 매장량은 2만6000t으로 추정된다. 현재 생산속도로 금을 파내면 12~13년 후에는 매장량이 고갈된다. 제한된 공급 때문에 금값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수요 탄탄하고 공급은 제한적미국 뉴욕에 있는 경제분석사 뉴에지USA는 올해 금값이 온스당 18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 이유로 아시아 시장의 수요 증가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꼽았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외국계 금값 전망 리포트는 연말 1700~2000달러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현대증권 손동현 수석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금 선물가격은 1600달러 선을 돌파한 뒤 고점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면서 “단기 가격상승에 대한 부담이 있고, 현재를 미국 2차 양적완화가 종료된 데 따른 조정 국면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말 금 현물가격을 온스당 1590달러, 선물가격을 1510달러대로 전망했다. 손 위원은 “내년 이후 중장기적으로 보자면 공공기관이 외환보유액을 축소해 금을 사들이는 등 투자처 다변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외환선물 김강민 애널리스트는 “미국 부채 한도 문제가 해결되면 금값 조정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8월 초 금값이 다소 진정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연말에는 금값이 더 오를 것으로 봤다. 그는 “8월 중순부터 인도 쪽 사재기 수요가 들어와 연말까지 금값은 꾸준히 오르고 중장기적으로는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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