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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 국내 1위 의자업체 시디즈 김상현 대표

CEO - 국내 1위 의자업체 시디즈 김상현 대표

의자 전문업체 시디즈의 김상현 대표가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시디즈 전시장에 앉아 있다.

“주인공이 앉아 있는 의자가 어떤 브랜드인지 알아?” 그가 TV를 볼 때면 가족에게 늘 하는 질문이다. 그는 방송사 뉴스 앵커가 쓰는 의자부터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의자까지 줄줄이 꿰고 있다. 영화를 보러 가서도 어떤 브랜드 의자인지를 알아내고 나서야 영화에 집중한다. 의자에 관한 모든 걸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이 남자. 의자 전문업체인 시디즈의 김상현(51) 대표 얘기다. 시디즈는 사무가구 전문회사 퍼시스 계열사다. 2007년 1월 퍼시스 의자 사업부를 떼서 만들었다.



업계 최초로 의자연구소 설립이 회사는 국내 가구회사 최초로 세계 3대 디자인 상인 독일의 ‘iF 디자인 어워드’와 ‘레드닷 디자인상’, 미국의 ‘IDEA 디자인상’을 모두 받았다. 올 11월엔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199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상을 받았다. 11월 9일 서울 송파고 오금동의 시디즈 전시장에서 김상현 대표를 만났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꾸준히 디자인 경영에 최우선 순위를 둔 덕에 거둔 결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의자시장 규모는 4000억원 대로 추산된다. 시디즈, 듀오백코리아, 파트라 등의 브랜드 업체와 비(非) 브랜드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디즈의 지난해 매출은 816억원으로 선두권이다. 올해 목표는 1000억원이다. 김 대표는 “국내 정상 자리를 지키기 위해 디자인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기능과 디자인은 분리될 수 없다’는 이른바 인체 공학적 디자인을 강조한다.

김 대표는 사용자의 등과 허리의 부담을 줄이는 기능을 강조하고 불필요한 장식은 최소화했다. 시디즈에서는 이걸 ‘스마트 디자인’이라고 부른다. 올 여름 내놓은 학생용 의자 ‘링고’엔 시디즈의 디자인 철학이 그대로 녹아있다.

이 제품은 키나 체형의 변화에 관계 없이 의자 높이와 좌석의 깊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브랜드 의자를 구입하고 싶지만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빨라 고민하는 주부를 겨냥한 제품이다. 등받이에 자석을 부착해 사용자가 손쉽게 등받이를 교체할 수 있다. 김상현 대표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편안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이 돋보이는 제품”이라며 “대표적인 스마트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시디즈가 실용적인 디자인을 강조하는 건 김 대표가 자동차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김 대표는 기아자동차 계열사에서 CV조인트(엔진에서 발생한 동력을 바퀴로 전달하는 부품) 등을 설계하다 1993년 퍼시스로 옮겼다. 당시 김 대표는 가구 업계와 자동차 업계는 전혀 다른 분야라고 생각해 주저하기도 했지만 대기업에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회사를 옮겼다. 막상 가구 업계에 발을 들여놓고 보니 의자와 자동차는 매우 비슷했다. 의자 한 개 모델을 만들 때도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소형 자동차 한 대 값인 2000만원 정도를 들여 모형을 제작하고, 신체 움직임에 따라 여러 차례의 테스트를 한다. 시디즈는 의자 설계 프로그램으로 자동차회사가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김 대표는 “자동차 한 대를 제조할 때 드는 노력과 의자 한 개를 만들 때 드는 노력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2007년 국내 가구 업체 최초로 ‘의자 연구소’를 세운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김 대표는 “퍼시스에서 가구연구소가 있지만 의자는 식탁이나 책상과 달리 사용자의 자세에 따라 모양이 바뀌기 때문에 좀더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의자연구소엔 20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김 대표는 좁은 국내 시장보단 해외 시장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 100억원을 돌파했다. 세계 가구시장을 이끌고 있는 독일, 이탈리아 등을 비롯해 세계 60여개국에 제품이 수출하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해외 시장 진출이 어려울 것이라며 만류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역발상을 했다.

해외 시장에서 시디즈의 브랜드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디자인에 공을 들이면 얼마든지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디즈는 2007년 7월 국내 의자업체 최초로 세계 사무용품 유통업계 시장점유율 2위인 미국 오피스디포의 플로리다 본사 사무실에 T50 의자 4000개를 납품했다. 2008년엔 IBM의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 해외 지사에 의자를 공급했다.

시디즈 관계자는 “미국 사무가구 회사인 헤이워스의 제품을 사용하던 IBM이 시디즈의 T50을 표준의자 모델로 선정했다”며 “이집트 카이로에 400개를 선적하는 등 2009년까지 1만개를 공급했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의 엄격한 사무가구 품질기준인 미국 가구생산자협회 인증규격 테스트에서 기준치(80㎏의 무게에서 견디는 힘)를 넘어 120㎏의 무게를 견디는 테스트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김 대표는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수출 실적에서 점수를 매긴다고 하면 70~80점은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수출 비중 50%까지 확대할 계획”김 대표는 수출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전체 매출의 10%선인 수출 비중을 5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국내 가구 업계는 이미 포화상태여서다.

중국과 중남미 시장으로 활동 영역도 넓힐 생각이다. 중국은 저가 가구 업체의 경쟁이 치열해 시장 진입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만 김 대표는 “세계 시장에서 시디즈 브랜드가 인정을 받으면서 생산량이 늘어나는 추세라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면 얼마든지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한 새 제품도 계속 내놔 새로운 시장도 계속 열어나갈 계획이다. 현대인들의 컴퓨터 사용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고령화 사회가 본격화됨에 따라 허리와 등에 부담을 줄여주는 의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는 “아이폰이 사람들의 일상을 혁명적으로 바꿨든 예상을 뛰어 넘는 의자로 사람들의 삶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의자 업계의 ‘애플’을 꿈꾸는 것이다.

김혜민 이코노미스트 기자 has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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