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명품 브랜드 대거 상륙 한국 거머쥐면 아시아 잡는다

명품 브랜드 대거 상륙 한국 거머쥐면 아시아 잡는다


한국 명품 시장이 주목 받고 있다. 연평균 22.4% 성장하며 올해는 시장 규모가 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제는 세계 4대 명품 시장으로 부상했다. 2011년 럭셔리 마켓을 짚어봤다.
루이비통 인천공항점 입구.

지난 9월 1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보기 드문 행사가 열렸다.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채욱 인천공항공사 사장, 그리고 이브 카셀 루이비통 회장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 날 루이비통은 세계 최초의 공항 면세점을 오픈 했다. 신라면세점 인천공항점이다.

이브 카셀 회장은 “루이비통이 세계 1700여 공항 중 인천국제공항을 선택한 건 규모와 질적인 면에서 세계 최초의 자격을 갖췄기 때문”이라며 “중국·일본·동남아 고객이 함께 할 수 있는 중간 지점”이라고 말했다.

그간 루이비통은 공항면세점에 매장을 내지 않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공항에서는 여유로운 쇼핑과 최고의 서비스가 어렵다는 이유다. 하지만 생각을 바꿨다. 글로벌 명품 마켓 구도가 바뀌고 있음을 감지한 것이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지난 4월 초 직접 현장 조사를 위해 인천공항을 찾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유통사업을 이끄는 재계 2세들이 아르노 회장을 앞다퉈 만났다. 세계 최초의 루이비통 공항점 유치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된 것. 결과는 이부진 사장의 승리.

아르노 회장이 인천공항점 파트너로 신라면세점을 낙점한 것이다.

이브 카셀 루이비통 회장은 오픈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루이비통의 세계 4대 시장 중 하나로 본사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동북아 허브인 인천국제공항은 외국 여행객들이 많이 이용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역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루이비통 입점으로 중국인 관광객과 공항 환승객이 크게 늘 것이라 내다봤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지난해 1조4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총 매출기준 전 세계 공항 2위를 기록했다. 루이비통 인천공항점 오픈을 계기로 세계 1위인 두바이공항의 1조5000억원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망은 적중했다. 루이비통 인천공항점의 하루 매출은 오픈 한 지 한달 만에 전체 면세점 매출의 10%를 넘어섰다. 하루 평균 매출이 3억원에 달하며, 5억원을 넘긴 날도 있다. 500㎡ 넘는 매장엔 100여 명의 직원이 있지만 입구에 쇼핑객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이런 추세라면 연 매출 1000억을 거뜬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최근 인천공항을 거쳐 미국으로 이동하는 중국, 동남아 여행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루이비통 입점으로 인지도가 크게 올라가면서 내년 중국인 관광객 300만 명 유치와 전 세계 면세점 매출 1위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미 인천공항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호텔신라 역시 루이비통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업계 전문 애널리스트는 “4분기 매출은 4752억원, 영업이익 194억 원으로 이 중 면세점 매출이 4007억에 달할 전망”이라며 “특히 루이비통 인천공항점 매출이 예상보다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루이비통 인천공항점 개장을 축하하기 위해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왼쪽부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브 까셀 루이비통 회장, 이채욱 인천 공항공사 사장, 장 밥티스트 드뱅 루이비통 아시아 퍼시픽 사장.



올해 명품 시장 규모 6조원대글로벌 명품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주요 소비 지역이 영미유럽권에서 아시아 지역으로 옮겨왔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중국, 동남아시아 명품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럭셔리 시장은 2007년 이후 연평균 22.4% 성장하고 있다. 맥킨지&컴퍼니 조사에 따르면 2009년 40억 달러였던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2010년 45억 달러(약 4조8015억원)다. 성장 속도로 볼 때 올해는 시장 규모가 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주요 명품업체들의 국내 매출은 지난 10년 동안 10배 이상 증가했다. 루이비통코리아는 2008년 2812억원, 2009년 3721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15% 늘어난 427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 역시 2008년 309억원에서 2009년 418억 원, 2010년 523억원으로 매년 100억원 이상 늘어나고 있다. 올해 매출 증가율이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했을 때 루이비통코리아의 올해 매출은 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구찌 역시 한국에서 선전하고 있다. 구찌그룹코리아는 2008년 2014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2731억원으로 뛰었다. 영업이익 역시 2008년 252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431억원으로 증가했다. 구찌도 지난 10년 사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1.5배, 10배 늘어났다.

롯데백화점(전 점포 기준)의 지난해 명품 매출은 2005년 대비 174.2% 신장했다. 같은 기간 전 점포의 신장률인 46.2%의 3.7배에 달한다. 전체 매출에서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5년 3.6%에서 2010년 6.8%로 커졌다. 현대백화점의 명품 매출도 5년 새 103% 늘었다.

명품 시장이 커지면서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가 속속 한국에 상륙했다. 올해 제니스,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MM6, 호스트인트로비아 등이 입성했다. 특히 독창적이고 전위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패션하우스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여성 콘템포러리 라인인 영국 MM6의 단독 매장은 갤러리아가 전 세계 1호 매장이다.

최근 신라호텔 아케이드에 입점한 이탈리아 최고급 원단·의류 회사 루이지 콜롬보도 출발이 순조롭다. 머플러 하나에 1000만원이 넘는데도 남성 고객들에게 인기다. 강한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층을 겨냥한 미우미우와 알렉산더 맥퀸은 올해 매출이 기대 이상이라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서 발렌티노는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17.7% 신장했다. 발렌시아는 8.7%, 아크리스 7.7%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구찌그룹 계열의 보테가 베네타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2~3년 사이 명품 빅3에서 신흥 브랜드로 넘어오는 소비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샤넬이나 에르메스를 찾던 예물 고객마저 옮겨오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의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마니아층을 보유한 신흥 브랜드의 출현, 여기에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른 신규 유럽 브랜드들의 진출 러시로 한국의 명품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남성 럭셔리 시장의 성장도 주목할 만 하다. 구매력 있는 40~50대 남성들이 주요 소비층으로 급부상하면서 ‘Wealthy Fifty’ ‘Mansumer’ 등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다.



쑥쑥 크는 남성 명품 시장 최근 신세계 백화점은 강남점에 ‘멘즈 컬렉션’이라는 남성 토털 패션 존을 마련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이 곳엔 기존 남성 명품 브랜드뿐 아니라 신세계 백화점에서 직접 들여오는 유럽 장인들의 소규모 명품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입점 해 있다.

화장품 업계는 블루오션으로 남성 뷰티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꽃 미남 열풍이 불면서 기초 라인에만 머물던 남성 화장품은 기능성 라인으로 옮겨가며 여성 화장품만큼이나 다양해졌다. 명품 코스메틱 브랜드들은 앞다퉈 ‘옴므’라인을 선보였다. 작은 에센스 한 병에 1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 수입 화장품 SK-Ⅱ는 최근 영화배우 유지태를 앞세워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남성 특성상 고객으로 끌어들이기까지는 어렵지만 한번 구매를 하게 되면 지속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진입장벽이 높지만 브랜드 충성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2011 한국 명품시장 보고서’를 발표한 ‘매킨지&컴퍼니’의 브라이언 리 팀장의 설명이다. “현재 남성용 명품 시장은 전체 명품 시장의 9%로 일본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그 격차는 급속히 줄어들 겁니다. 남성 명품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시계와 구두 등 고급 액세서리 시장도 눈에 띄게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고급 시계 시장의 성장세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스위스 남성 시계 브랜드 IWC의 경우 2006년 국내 매출이 10억원에서 지난해 500억원으로 5년 만에 50배나 늘었다. 이탈리아 가죽 가방 브랜드 피나이더는 지난해 국내에 선보인 이후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 이탈리아 본사 제작팀장이 ‘왜 이렇게 많이 팔리는지’ 조사를 위해 한국을 방문할 정도였다.

명품 액세서리의 대명사는 바로 신발이다. 멋과 편안함을 두루 갖춘 명품 슈즈 브랜드들도 한국 공략에 열을 올렸다. 그야말로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작업 한 최고급 구두부터 전 세계 셀레브리티들이 열광하는 최신 유행 브랜드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이탈리아의 체사레 파치오티, LVMH의 벨루티, 영국의 대표 슈즈 브랜드 존롭과 지미 추, 프랑스의 크리스티앙 루부탱, 스페인의 마놀로 블라닉 등이 모두 한국에 진출해 격전을 벌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90년 한우물’ 맥주회사의 소주 시장 도전...성공할까

2엔데믹 1년…기업회의·포상관광 시장 되살아난다

3잠자는 보험금만 7000억원…혹시 나도 찾을 수 있을까

4해리스 vs 트럼프, 끝나지 않은 美 대선…투자 전략은

5동남아시아 유니콘의 현재와 미래

6성심당 대전역점 운영 계속한다…월세 4.4억→1.3억 타결

7 美 8월 PCE 물가 전년대비 2.2%↑…3년 6개월만에 최저

8NHN “페이코, 티몬·위메프 사태로 1300억원 피해”

9‘8억 차익 예상’ 이수 푸르지오 무순위청약에 14만명 몰렸다

실시간 뉴스

1‘90년 한우물’ 맥주회사의 소주 시장 도전...성공할까

2엔데믹 1년…기업회의·포상관광 시장 되살아난다

3잠자는 보험금만 7000억원…혹시 나도 찾을 수 있을까

4해리스 vs 트럼프, 끝나지 않은 美 대선…투자 전략은

5동남아시아 유니콘의 현재와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