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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동나지 않게 찾아 쓸 묘수 마련하라

[Retirement] 동나지 않게 찾아 쓸 묘수 마련하라

지난해 퇴직한 김모(58세)씨는 퇴직금으로 받은 5000만원과 투자용 아파트를 판 돈 2억5000만원을 합쳐 3억원의 목돈이 있다. 김씨의 바람은 이 돈을 잘 굴려서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씩 써야 중간에 동나지 않고 사망할 때까지 활용할 수 있을 지 여간 고민이 아니다.

몇 살까지 살 지 알 수 없는데다, 중간에 예기치 못한 사고라도 생긴다면 자칫 목돈이 다 날아갈 수도 있기 때문에 불안하다. 그러다 보니 요즘 아내에게 “무조건 아껴 쓰라”며 잔소리만 늘고 있다.

김씨처럼 은퇴 후에는 은퇴 이전과 다른 고민을 만나게 된다. 지금까지 모은 자산으로 어떻게 은퇴생활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많은 사람이 막연한 불안감으로 무작정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다 보면 생활수준이 떨어지면서 은퇴 이후 삶의 만족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 지난번에 상담한 어떤 여성은 월 300만원 이상의 연금소득을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이미 확보해두고 있는데도, 노후 생활비를 월 200만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노후 소득원을 확인하고서는 생활수준을 좀더 올려서 풍요롭게 지내겠다고 안심했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막연한 불안감에 빠지기보다는 가지고 있는 은퇴 자산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를 해봐야 한다. 노후자금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가져야 하는 전략이 있다. 우선 은퇴 후 매월 생활비를 가정하고, 국민연금의 수령액을 파악해야 한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얼마를 마련할 수 있는가를 계산한다. 마지막으로 각종 연금상품을 계산하고,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산을 고려하면 은퇴 후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재원을 파악할 수 있다.

그 다음 문제는 이렇게 마련한 노후자금 재원을 현명하게 찾아 쓰는 방법이다. 우리는 그동안 은퇴자금을 모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제는 어떻게 찾아 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만약 은퇴자산에서 너무 많은 금액을 찾아 쓰면 자산이 너무 빨리 소진될 위험이 있다.

반대로 적게 사용하면 죽을 때 많은 자산을 남기게 되지만 적정하게 인출했을 때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궁핍한 은퇴생활을 보낼 수 있다. 은퇴자산에 대한 인출전략이란 은퇴 전에 축적한 노후자금에서 은퇴생활을 위해 일정 금액을 인출하더라도 사망하기 전에 노후자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하는 전략이다.



불안감에 무작정 줄이면 삶의 질 떨어져우선 은퇴 이후 투자수익률로 인출금액을 계산하는 방법을 보자. 은퇴자산이 3억원, 앞으로 예상 수익률이 7%, 물가상승률 3%, 은퇴생활 기간 30년을 가정하면, 첫해 찾을 수 있는 돈은 1646만5000원(월 137만원)이다. 둘째 해부터는 해마다 물가상승률만큼 늘려서 인출할 수 있다. 이 금액으로 인출하면 30년 동안 중간에 돈이 떨어지는 일 없이 나눠서 쓸 수 있다.

계산이 비교적 간단한 장점이 있지만 매년 똑같은 수익률을 올린다는 건 비현실적이다. 해마다 자산시장의 상황에 따라 실제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가정치를 기준으로 인출하면 자칫 은퇴자산이 일찍 소진될 위험이 있다. 또 30년보다 더 살면 당연히 생활비가 부족한 상황을 맞게 된다.

둘째 해마다 일정한 비율로 찾아 쓰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4%룰’이다. 이는 최초 은퇴자산의 4.15%를 연말에 인출하고 그 이후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인출금액을 늘리면 금융시장의 변동에 관계없이 30년까지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논리다. 미국의 벤젠(Bengen)이 은퇴자산을 고갈시키지 않고 안전하게 인출할 수 있는 최대 안전 인출률을 구하기 위해 1926년부터 1975년까지 50년 동안의 자본시장 변화를 분석한 결과로 도출한 것이다. 이 방법은 과거 수익률이 마치 미래에도 똑같이 재현된다는 가정을 가지고 있어 현실적이지 않다.



국민연금 기반으로 연금·보험상품 마련해야셋째 방법은 은퇴 이후 생활 단계에 따라 인출방법을 다르게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활동기(은퇴 후부터 70대 말까지)에는 활발하게 취미생활과 사회생활을 즐기기 위해 많은 자금을 인출해 사용한다. 그 다음 회고기(70대 말~80대 초)에는 거동이 느려지고 활동이 축소되므로 자금 인출규모를 줄인다. 최종 단계인 간병기(80대 중반~사망시점)와 부인 홀로 생존기에는 의료비와 간병자금으로 상당한 많은 자금을 찾아 쓴다. 이렇게 은퇴 후 삶의 단계별로 달라지는 생활상을 반영해 필요한 자금을 달리 쓰는 방법이다. 물론 이렇게 노후생활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계산해서 자금을 인출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치매와 거동 불편으로 시달리고 판단력도 떨어지는데 장기간 정교하게 자금 인출을 관리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은퇴 후 비용을 인출해 사용할 것인가? 우선 국민연금을 먼저 고려하자. 해마다 물가상승률만큼 반영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만약 은퇴 후에 월 생활비로 300만원이 필요하다면 국민연금 수령액(예를 들어 월 100만원)만큼 뺀 나머지 200만원을 매월 찾아서 쓰면 된다. 둘째, 물가상승률만큼 매년 증가하면서 인출하는 조건을 가진 연금상품을 보험사에서 찾아야 한다. 이런 상품을 요구할 정도로 지식이 많은 고객은 많지 않다. 만약 보험상품 외의 대안을 찾는다면 자신이 주기적으로 3년에서 5년 단위로 인출하는 자금 규모를 늘리자. 매년 증가시키는 방법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셋째, 은퇴 축하금을 마련하자. 은퇴하자마자 10년 내지 15년 동안 취미생활, 자기계발, 사회활동에 필요한 목돈을 미리 마련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간병기 때 필요한 자금을 따로 준비한다. 의료비와 간병비용으로 일정한 목돈을 준비한 다음 은퇴 후 최소한 20~30년간 묵혀두었다가 찾는 방법이다. 물론 민간의료보험상품이나 간병상품으로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최종적으로는 부인이 10년 이상 홀로 생존 때 사용하는 비용은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 남편의 상속연금과 재산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

고령화 시대는 ‘자산 축적’에서 ‘자산 인출’로 변화하는 시대라고 한다. 노후 준비가 취약한 베이비부머들은 부동산 자산을 처분하고 줄여서 목돈을 마련한 다음 매월 생활비로 꾸준하게 인출해야 노후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베이비부머의 시작인 1955년생들은 이미 지난해 만 55세 정년을 맞이해서 대거 퇴직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65세부터 본격적으로 은퇴생활을 한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8년 정도 밖에 남질 않았다. 이들과 달라야 한다. 꾸준한 은퇴 준비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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