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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論濁論] - 게임의 룰을 지키려면…

[淸論濁論] - 게임의 룰을 지키려면…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서 불공정 거래 행위가 논란이 되고 있다. 불공정 거래는 우리 자본시장의 혼탁성을 보여주는 면도 있지만 그만큼 자정능력이 발동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는 발전된 자본시장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은 ‘자본시장의 공정성·신뢰성·효율성’을 위해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행위와 시세조종과 함께 일반적 부정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시스템 평가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현행 규제체계의 적용대상인 행위유형이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하기에 충분한지 여부다. 둘째 금융감독당국과 검찰, 법원의 조사와 수사, 기소와 재판절차가 규제효과를 달성하기에 충분한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느냐다. 자본시장법상 불공정 거래 규제는 적용범위와 집행의 실효성 양면에서 과거에 비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행위의 규제방식과 일부 시세조종 관련 조항의 적용범위, 특히 자본시장법에 따라 강화된 부정거래 행위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석론상 과제가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본시장에서 불공정 거래에 대한 처벌을 논의할 때 항상 유의해야 할 건 보호법익이다. 자본시장법상 불공정 거래 행위 규제를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보호법익은 주식 등 거래의 공정성과 유통의 원활성 확보라는 사회적 법익이다.

주식의 소유자 등 개개인의 재산적 법익은 직접적인 보호법익이 아니다. 대법원에서도 동일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자본시장 참여는 투자자를 비롯한 시장 참여자의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자본시장 규제에 대한 강한 준수 의지를 가진 건전한 투자자에 한해 허용되는 ‘특권’이다.

요컨대 자본시장에서 불공정 거래를 근본적으로 제거하려면 불공정 거래 관련 규제의 집행과정에서 ‘자본시장의 공정성·신뢰성·효율성’이라는 금융규제 목적이 증권 범죄자의 개인적 인권에 버금가는 중대한 법익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다시 말해 게임의 규칙을 준수할 의사가 없는 자를 자본시장에서 격리하는 데 망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의 전환이 입법과 사법, 행정의 모든 단계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불공정 거래에 따른 재산적 이익은 금액의 다과를 불문하고 반드시 환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불공정 거래에 대한 손해배상의 효율화를 위해 현재 ‘위반한 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안 날부터 1년간 또는 그 행위가 있었던 날부터 3년간’으로 되어 있는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를 연장하거나 일반투자자의 손해배상청구를 지원하는 소송지원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본시장법상 불공정 거래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상 집단소송의 대상이다. 따라서 실제 활용될 경우 재산적 이익의 환수를 통한 사전적·사후적인 불공정 거래 규제효과는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불공정 거래전력자에 대한 일정기간 계좌개설금지 또는 거래정지제도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차명거래의 현실을 고려할 때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겠지만 자본시장으로부터의 격리라는 상징적 의미는 매우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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