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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하얀 국물 라면 전쟁 2라운드 - 대반격 준비 끝내고 고민에 빠지다

[Business] 하얀 국물 라면 전쟁 2라운드 - 대반격 준비 끝내고 고민에 빠지다

하얀 국물 라면이 인기를 끌면서 시중 편의점 판매대에는 관련 제품이 가득하다.

국내 라면시장의 최강자인 농심이 대반격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농심은 25년간 국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히트 상품인 ‘신라면’이 경쟁사의 하얀 국물 라면에 속절없이 밀리자 대책을 세웠다. 농심의 라면 개발팀은 극비리에 해물을 소재로 만든 하얀 국물 라면의 개발을 마쳤다. 문제는 이걸 내놓을지 말지 결정하지 못한 것이다. 농심의 경영진은 새로운 제품의 출시 여부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라면시장의 대세는 하얀 국물 라면이다.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하얀 국물 라면시장에 뛰어드는 게 맞다. 그러나 1위인 농심으로선 후발주자가 만든 시장에 들어가는 게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다.



해물 소재로 꼬꼬면과는 차별화신라면 천하로 통하던 국내 라면시장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 건 3월에 방송인 이경규가 자신이 출연하는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라면요리 대결 편에서 닭 육수와 계란, 청양고추를 넣은 라면인 ‘꼬꼬면’을 선보이면서부터다. 당시 꼬꼬면은 요리사 에드워드 권, 농심·삼양식품·한국야쿠르트 등 라면업계 관계자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호평을 받으며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닭 육수의 담백한 국물 맛과 청양고추의 깔끔한 매운맛이 더해진 꼬꼬면에 심사위원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이를 상업화한 건 농심도, 삼양라면도 아닌 라면시장의 변방에 있던 한국야쿠르트였다.

한국야쿠르트는 ‘왕뚜껑’ 등 컵라면 분야에서는 강자이지만 봉지면에서는 ‘팔도 비빔면’ 등 일부 제품만 생산하는 약체였다. 그러면 어떻게 한국야쿠르트가 꼬꼬면을 거머쥐게 됐을까.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당시 요리 경연에 참석했던 농심과 삼양식품의 심사위원은 라면 개발자들이었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마케팅 전문가가 나갔다”며 “자연스럽게 해당 마케터가 다른 회사보다 먼저 이경규씨와 접촉해 상업화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야쿠르트가 꼬꼬면을 생산하기로 했다는 사실은 5월에 전해졌고, 누리꾼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자 삼양식품이 돌연 7월 말 한국야쿠르트에 앞서 ‘나가사끼 짬뽕’ 카드를 꺼내며 하얀 국물 라면시장에 먼저 진출했다. 삼양식품은 나가사끼 짬뽕은 자체적으로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제품으로 꼬꼬면과는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야쿠르트는 이에 대해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꼬꼬면이 히트할 것 같으니 삼양식품이 ‘미-투(Me too)’ 제품을 먼저 출시하면서 선수를 친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꼬꼬면은 나가사끼 짬뽕보다 다소 늦은 8월 초에 시장에 나왔지만 매장에 진열되면 수 시간 만에 동났으며 현재까지 7000만개 넘게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한국야쿠르트는 12월 중순 라면 생산 라인의 조정을 마치고 꼬꼬면 대량 생산 체제에 들어갈 예정이다. 꼬꼬면과 나가사끼 짬뽕이 라면시장을 뒤흔들며 일시적으로 판매량에서 신라면을 제치는 현상까지 일어나자 오뚜기도 11월 중순에 ‘기스면’을 내놓으며 하얀 국물 라면시장에 동참했다. 오뚜기도 “3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기스면을 개발했다”며 꼬꼬면이나 나가사끼 짬뽕의 인기 때문에 기스면을 낸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라면 업계에서는 “한 상품을 개발하는 데 3년이나 지체했던 것 자체가 문제”라며 냉담한 반응이다.

후발주자들이 일제히 하얀 국물 라면을 내놓고 인기를 끌자 농심도 마음이 급해졌다. 농심은 1986년 라면 최강자였던 삼양식품이 우지파동으로 휘청거릴 때 소고기와 적고추로 얼큰한 맛을 내는 빨간 국물 라면인 신라면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라섰다. 그러나 꼬꼬면의 인기로 하얀 국물 라면이 돌풍을 일으키자 농심도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이미 올해 들어 신라면의 매출이 예전 같지 않다는 기류가 감지되자 농심은 4월에 신라면에 사골 국물을 더한 업그레이드 제품인 ‘신라면 블랙’을 내놓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와 공방 끝에 가격만 올린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다 국내 판매를 접어야 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10월 후속타로 내놓은 ‘쌀국수 짬뽕’은 출시 한 달 만에 200만개 넘게 팔리며 호응을 얻었지만 쌀국수의 특성상 조리 시간이 너무 길다는 약점이 있어 신라면의 영광을 이어가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농심은 비밀리에 하얀 국물 라면 개발에 착수했다. 농심은 하얀 국물 라면 출시에 대해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지만 상품화와 관련된 내용은 아직 결정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라면 업계와 대형 유통망에서는 농심이 이미 신제품의 전체적인 윤곽을 잡았고, 조만간 시장에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꼬꼬면과 기스면은 닭고기, 나가사끼 짬뽕은 해물을 소재로 하고 있어서 차별화된 맛을 내기 위해 연구진은 수프 제조에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농심의 새로운 하얀 국물 라면은 맛과 스타일이 나가사끼 짬뽕과 비슷하고 매운맛과 보통, 순한 맛의 3가지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제품은 다른 하얀 국물 라면과 같이 면을 기름에 튀긴 형태의 유탕면으로, 가격은 1000원대 초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는 농심의 하얀 국물 라면이 해물 샤부샤부 맛을 표방한다는 소문이 있지만 제품 개발을 통해 계속 새로운 내용이 추가될 수 있어 최종적인 맛은 어떤 형태일지 속단할 수 없다.

농심 경영진은 최근 하얀 국물 라면의 시식회도 연 것으로 알려졌지만 출시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농심 경영진이 이미 제품 개발을 끝내 놓고도 자존심 문제 때문에 출시를 미루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라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도 농심이 하얀 국물 라면을 판매하기 위한 준비를 끝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며 “농심이 신제품을 생산하면 유통망을 통해 물량을 공격적으로 쏟아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꼬꼬면 생산시설 증설 전 공세 펼듯 라면 업계에서는 농심이 새상품을 출시한다면 한국야쿠르트가 꼬꼬면의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기 전에 행동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야쿠르트는 컵라면 중심으로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어 아직 제대로 된 마케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산 체제를 구축하면 꼬꼬면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야쿠르트는 꼬꼬면 수요를 맞추기 위해 이르면 12월 중순까지 월 600만∼650만개의 봉지면을 양산할 수 있는 생산라인 1기를 증설하고 내년 초에 추가로 라인을 설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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