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화 기로에 선 도쿄전력
국유화 기로에 선 도쿄전력
망가진 재무구조로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도쿄전력은 거액의 손해배상금 부담을 짊어졌다. 일본 정부는 채무 초과를 피할 수 있도록 8월에 ‘원자력손해배상지원기구법’에 따라 배상금을 지불하기 위한 자금을 원자력손해배상지원기구가 대출해주도록 했다. 4월부터 9월까지 분기 결산에서 그 효과가 즉각 나타났다. “지원이 없었다면 심각한 상황에 빠졌을 것이다.” 11월 4일 결산 회견장에서 니시자와 토시오 도쿄전력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나라에서 대출받은 교부금을 특별이익으로 계산해서 손해배상 비용과 상쇄했기 때문에 특별손실이 1조 759억 엔에 이르렀는데도 최종 적자 6272억 엔으로 막을 수 있었다. 다음 분기의 최종 적자도 6000억 엔에 그치리란 예상이다. 원자력손해배상지원기구법이라는 ‘생명연장 장치’ 덕에 도쿄전력은 살아남을 길이 열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앞길에는 먹구름이 일고 있다.
“내년 3월이면 터닝포인트가 찾아올 것”이라고 일본 정부 관계자는 전한다. 현재 원자력손해배상지원기구의 감독 아래 도쿄전력이 작성 중인 ‘종합특별사업계획서’의 제출기한이 3월이다. 원자력손해배상지원기구법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교부금을 대출받기 위해 경영 효율 제고 계획 등을 종합한 사업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10월 말에 먼저 ‘긴급특별사업계획’을 제출했고, 11월 4일의 결산 발표 직전에 에다노 유키오 경제산업성 장관이 승인해 교부금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긴급특별사업계획은 문자 그대로 긴급히 교부금을 대출받기 위한 계획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에 제출해야 할 ‘종합특별사업계획서’야말로 완성판으로,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부터 중기적인 수지균형 계획이나 도쿄전력의 존재 방식까지 함께 담을 예정이다.
정부 지원으로 생명 연장여기서 문제가 되는 게 사고 수습에 드는 비용이다. 우선 원자로 폐기 비용이 문제다.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 1~4호기는 올해 안에 ‘냉온정지 상태’를 맞을 전망이다. 도쿄전력은 관련 비용으로 이전 분기에 6333억 엔, 이번 분기에는 1660억 엔의 추가 비용을 예상했다.
다만 원자로 폐기 비용은 이후 30년 동안 계속 추가될 것이다. 이 비용에 대해서 제3자 위원회는 보고서에 “(폐기 원자로는) 불확실한 요소가 많아 비용 확대의 위험성도 높아진다”고 언급했다.
또 현재 시점에서 원자로 폐기 비용의 대상은 1~4호기뿐으로, 5~6호기와 후쿠시마 제2 원자력 발전소는 포함되지 않았다. 도쿄전력은 이번 회견에서 처음으로 니시자와 사장의 말을 빌어 “(종합특별사업계획에) 어느 정도의 예측을 넣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만약 추가로 원자로를 폐기하게 된다면, 이후 6기의 원자로를 폐기할 비용이 더 든다. 단숨에 자본이 잠식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오염제거 비용이다. 환경성이 8월에 오염제거 방침을 발표했을 때 이 비용이 리스크가 될 거라고 보는 의견은 적었다.
그런데 호소노 고우시 원자력 발전소 사고 담당 환경성 장관이 10월에 한 발언에 따르면, 오염제거 대상지역의 기준이 당초 5밀리시벨트 이상에서 1밀리시벨트 이상으로 확대됐다고 한다. 그 범위는 나가노 현이나 시즈오카 현까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그 비용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벌써 오염제거가 시작된 후쿠시마 시청의 정책추진부 위기관리실과 방사선 종합대책실의 사토 미츠오 과장은 이렇게 말한다. “건축 자재에 따라서는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10월 중순부터 오염제거 작업을 시작했지만 예상외의 사례도 많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환경성은 당장 필요한 오염제거 비용으로 2011년도 2차 보정예산 예비비, 3차 예산 보정, 2012년도 개략예산 요구를 합해 1조 1400억 엔을 예상하고 있다.
다만 오염제거는 장기에 걸친 작업이기 때문에 그 비용은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정부의 원자력 발전과 핵연료 리사이클 기술 등 검토 소위원회의 위원을 맡고 있는 원자력자료정보실의 반 히데유키 사무국장은 “광역 오염제거 비용은 최대 48조 엔에 달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일본정부의 이번 오염제거 방침에서는 원자력배상법에 따라 원인을 제공한 원자력 사업자, 즉 도쿄전력이 오염제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당장 문부과학성의 원자력 손해배상 분쟁 심사회에서는 오염제거를 배상 대상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데, 올해 안에 방침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도쿄전력도 종합특별사업계획 안에 오염제거 비용을 포함시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염제거 비용 최대 48조 엔 다음 분기 결산에서 도쿄전력이 어느 정도의 오염제거 비용을 계산해야 하는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최대 48조 엔에 달하는 거액의 비용을 원자력손해배상지원기구가 일시에 떠맡게 되면, 도쿄전력을 존속시켜야 하는지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일본 정부 관계자로부터 “도쿄전력은 법적정리인가, 공적자금의 자본투입인가 하는 선택에 쫓기고 있다”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까지의 방침을 감안하면 자본투입에 따른 국유화가 현실적인 노선이라 할 수 있다.
도쿄전력이 국유화되면 원자력 발전사업의 국유화나 발·송전 분리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을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 더욱이, BNP파리바증권 나카조라 마나 치프 크레디트 애널리스트처럼 “나라가 책임을 지게 된다면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이나 가격 인상 등을 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도쿄전력은 니시자와 사장의 말처럼 “자본투입을 받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며 민간 기업으로서 존속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사방팔방에서 비용 발생이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 상태대로 지원체제를 유지하기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번역=권용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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