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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우익의 대망을 꿈꾼다

진정한 우익의 대망을 꿈꾼다



미 공화당 대선주자 미트 롬니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예비선거에서 뉴트 깅그리치에 패했지만 플로리다주에서는 새로운 활기를 되찾았다. 그렇지만 이제 미트 롬니 ‘대세론(inevitability)’은 예전 같지 않다. 공화당은 그의 유력한 경쟁자를 한 명씩 계속 만들어냈다(뉴트 깅그리치는 예비선거 두 곳에서 승리했다). 그런 공화당 내부의 힘은 롬니가 경쟁자 모두를 물리친 뒤에도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 ‘매사추세츠의 온건파(The Massachusetts Moderate: 깅그리치가 우호적일 때 롬니를 그렇게 부른다)’는 길고 긴 투쟁을 앞두고 있다. 이념보다는 계급에 관한(less to do with ideology than with class) 투쟁이며, 그의 말과 행동보다는 정체성과 관련된(less with what he says or does than with who he is) 투쟁이다. 그는 유세에서 청바지 차림으로 서민들과 어울리지만 언제나 가장무도회에 참가한 듯한 부유층 인사의 인상을 떨치지 못한다.

공화당 내부의 사정이 어떻게 변했는지 상기할 필요가 있다면 롬니의 지난번 선거운동 마지막 날을 돌이켜 보라. 2008년 2월 존 매케인 후보에게 패배를 인정했을 때였다. 공화당의 지지기반이 한데 모인 듯한 보수연합 정치활동위원회(CPAC) 연차 대회에서 그는 “보수파 중의 보수파(the conservative’s conservative)”로 소개된 뒤 단상에 올라 그의 생애에서 매우 중요한 연설을 했다. 미국 문화의 미덕을 강조하며 진보주의의 폐해(the corrosive effects of liberalism)를 비난했고, 대담하게도 자신의 선거운동을 1976년 로널드 레이건의 반란에 견주었다(dared to liken his own campaign to Ronald Reagan’s 1976 insurgency). 청중은 그의 말에 동의하며 큰 환호성을 올렸다.

저명한 보수파 지도자들도 롬니의 보수운동 합류를 환영했다. 방송인 러시 림보, 손 해니티, 마크 레빈, 로라 잉그레이엄(CPAC에서 롬니를 소개했다) 등이 전파를 통해 롬니에게 지지를 표했다. “나는 확실한 보수파 후보로 받아들여졌다”고 롬니가 최근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돌이켰다. 우익 청중의 갈채가 여전히 귓전에서 맴도는 가운데 롬니는 2012년을 향한 긴 여정을 시작했다. 대권 야망(presidential ambitions)에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했다고 그는 확신했다.

그러나 보수파의 사랑은 잔인할 정도로 변덕이 심하다(The conservative love proved cruelly illusory). 지난해 6월 롬니가 2012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날부터 그런 점이 뚜렷했다. 뉴햄프셔주에서 거행된 그의 출정식(kickoff event)은 당연시되는 ‘롬니 대세론’의 분위기를 띄우려고 신중하게 연출됐다. 그러나 뉴햄프셔주의 다른 곳에서 열린 세라 페일린의 버스 유세가 보수운동의 열기를 빼앗아 갔다. 공화당의 텃밭에서 롬니의 발자국은 크지 않다. 그 숱하게 남은 빈 공간을 메우려는 각축전이 2012년 선거운동의 드라마다(the scramble to fill it has been the story of the 2012 campaign). 경쟁자들이 후보 사퇴를 시작하는 데도 그 공간을 더 많이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롬니의 앞날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웠다. 예비선거에서 깅그리치의 두 번째 부상으로 그 점이 더 확실해졌다. 그러면서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롬니의 지지도를 두고 ‘붕괴(collapse)’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롬니는 보수파가 자신을 꺼리는 이유를 이해한다며 그 원천으로 롬니케어(Romneycare)를 지적했다. 오바마케어(obamacare: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건강보험 개혁법)에 빗대어 롬니가 매사추세츠 주지사였을 때 서명한 이 주의 건강보험개혁법을 말한다. 전 국민과 전 주민의 보험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둘 사이에 유사점이 많다. 롬니는 이렇게 말했다. “4년 전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요약해서 말하자면 이렇다. 오바마 대통령은 2700쪽 짜리 오바마케어 법안에다 매사추세츠 건강보험제도를 양의 탈처럼 늘여 덧씌우려 했다(tried to stretch the sheep’s clothing of the Massachusetts health-care plan around it). 그래서 일부 공화당원들은 내가 오바마케어의 입안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또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나를 온건파로 분류했다. 오바마와 내가 같은 생각인 것처럼 보였기(it sounded like the president and I were on the same page) 때문이다.”

부분적으로는 롬니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그는 이번 공화당 경선에 처음부터 ‘롬니케어’라는 낙인이 찍힌 명패를 목에 걸고 뛰어들었다. 경선 후보 중 한 명인 릭 샌토럼은 “주홍글씨(a scarlet letter)”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에게 롬니의 더 큰 문제는 주류 정치인을 원초적으로 경멸하는 티파티(the Tea Party, with its visceral disdain of the political establishment)로 인해 달라진 공화당의 현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롬니는 지금도 기득권 출신의 주류 정치인이고 앞으로도 그런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또 토론에서 날카로운 공세를 펼 능력은 있지만 ‘골목길의 말싸움’은 그의 장기가 아니다(rhetorical alley fighting is not his métier).

조지 H W 부시(조지 W 부시의 부친)의 백악관에서 비서실장을 지낸 존 수누누는 이렇게 말했다. “롬니가 맞닥뜨린 문제는 조지 H W 부시가 시달렸던 문제와 똑같다. 두 사람 모두 고상한 상류층 출신(come from a genteel segment of society)으로 혀에 날카로운 날을 세우는 능력(capacity of putting sharp edges on the words they use)이 원래 없다. 보수파는 신랄하고 날카로운 언변을 좋아한다. 또 그보다 더 날카로운 팔꿈치(someone with sharper elbows)를 가진 후보를 원한다.”

롬니의 선거운동은 특정 이슈에 관한 그의 입장을 넘어 서민의 마음을 사려는 기발한 전략(particular strategy for winning over the pitchfork crowd)이 없다. 롬니 캠프의 한 고위 전략가는 “그냥 이기는 게 최고”라고 말했다. “이기고 나면 모두가 좋아하게 마련이다.” 특정 이슈에 관한 그의 견해는 적어도 아직 경선에 남아 있는 후보만큼이나 보수적이다. 불만에 찬 보수파 지지기반은 여전히 그를 의심하지만 바로 그런 사실 때문에 앞으로 우파는 롬니가 성공할 경우 오히려 그를 좋아하게 될지 모른다. 그의 가장 취약한 이슈인 건강보험을 두고 롬니는 보수층 기반을 안심시키려고 무진 애를 썼기 때문에[취임 첫날 50개 주 전역에 오바마케어 포기 명령을 내린 뒤 완전한 폐지(full repeal)를 추진하겠다고 연거푸 공약했다] 나중에 백악관에 가서 그보다 약간이라도 못 미치면 반란이 일어날 수 있다. 수누누는 오바마가 무슨 일이 있어도 오바마케어를 반드시 폐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공약을 이행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 외에 다른 이유가 없더라도(if for no other reason than to confirm his commitment to doing it) 그렇게 해야 한다.”



우익의 좌절감은 주로 새로운 ‘레이건’을 찾으려는 변치 않는 염원에서 비롯된다(Much of the frustration on the right derives from its abiding search for a new Reagan). 롬니는 결코 ‘레이건’이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보수성을 믿어달라며 우익을 확신시키려고 오랫동안 애써왔기 때문에 보수적인 프로그램에 자신을 단단히 옭아 맬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거기서 벗어나면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at great cost). 만약 롬니가 경선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올 11월 오바마를 이긴다고 가정한다면 그는 지금 자신을 끌어내리려고 애쓰는 보수파가 상상할 수 있는 수준보다 레이건 모델에 훨씬 더 가깝게 나라를 통치할지 모른다.

롬니의 뉴햄프셔주 예비선거 승리는 그가 공화당의 우익에게 어느 정도 먹혀들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는 그 주에서 스스로 ‘아주 보수적(very conservative)’이라고 생각하는 낙태 반대(pro-life) 유권자들만이 아니라 심지어 티파티 당원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유권자들의 지지도 얻었다. 그러나 그 뒤 몇 주 동안 롬니는 자신에 대한 보수파의 저항이 얼마나 집요한지 절실히 깨달았다. 뉴햄프셔 예비선거 며칠 뒤 보수파 기독교 지도자들은 텍사스주에 모여 ‘롬니가 아닌 다른 후보자(a non-Romney candidate)’를 미는 문제를 논의했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일부 인사들은 낙태 문제에서 롬니의 입장 번복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주요 인사 중 한 명은 롬니의 신앙 문제를 두고 비공식 논의도 있었다고 전했다. “작은 집단이었는데 ‘우린 사교 지도자가 미국 대통령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We don’t want to have a cult leader as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는 말이 들렸다.”

롬니의 2010~2011 세금신고서(tax filings)가 공개됐기 때문에 모르몬 교회에 낸 헌금(그 2년 동안 413만 달러였다)이 그의 신앙에 대한 유권자의 불안감을 고조시킬지 추측이 무성했다. 뉴스위크는 그에게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가 그랬듯이 유세에서 신앙을 공개적으로 논하겠느냐고 질문했다. 롬니는 2007년 텍사스주 연설에서 한번 그런 적이 있다며 문제가 제기되면 피하지 않겠다(would not shy from the subject when it arises)고 말했다.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로, 그리고 나의 개인적인 구세주로 진심으로 믿는다. 하지만 그 문제가 대통령의 조건이 되는 건 원치 않는다(I would not want that to be a qualification for president). 유대인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에는 자연신을 믿는 사람이나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도 대통령이 됐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에 대한 내 종교적 신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진 않지만(I don’t wear my religious conviction in the divinity of Jesus Christ on my sleeve) 성서를 믿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믿으며 가능한 한 내 삶을 주님의 가르침에 따라 살려고 애쓴다.”

롬니가 개신교도가 많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서 깅그리치에게 패한 이유 중 하나는 그의 모르몬교 신앙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롬니도 자신의 신앙 때문에 일부 종교적 보수파가 지지하기를 주저할지 모른다고 인정했다. “공화당 내에서 내 신앙을 진정한 걸림돌(a real stumbling block)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모르몬교도에게 표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 그점을 충분히 인정한다. 수치나 비율을 댈 순 없다. 하지만 앞으로 그 문제가 선거의 방향을 결정한다고 보진 않는다(I don’t think it’s dispositive in the races ahead). 전국의 모든 예비선거에서 승리를 기대하진 않는다. 내 신앙 문제가 다른 곳보다 더 큰 요인이 되는 곳도 있을 수 있다(there may be somewhere that becomes a bigger factor than in others).”

투표에 작용하는 하나의 요인(motivating factor)으로서 종교적 편견(prejudice)의 효과를 정확히 측정하기는 어렵다. 다른 형태의 비관용(intolerance)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롬니는 오래 전부터 유권자들이 투표소에서 자신을 판단할 때 모르몬 신앙을 염두에 두었다고 생각했다. “2008년 선거운동에서 사람들이 이 문제를 큰 고려 사항으로 여긴 듯하다. 이제는 미국인 대다수가 나의 다른 큰 약점으로 눈을 돌렸다(the great majority of Americans have moved on to my other more glaring weaknesses).”

롬니도 자신의 가장 큰 약점이 ‘시(詩)적인 결함(a poetic flaw)’이 없다는 점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시적인 결함은 정치인들이 대중과 소통을 원할 때 큰 도움이 된다. 롬니의 완벽한 머리 스타일과 완벽한 가족, 사소한 악(petty vices: 술, 담배, 카페인)을 모르는 완고한 태도, 늘 쾌활한 모습 등은 손쉬운 놀림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보통사람들에게 더욱 멀어 보인다. 결점을 미덕으로 바꾸는 재주가 좋은(ever able to turn flaws into virtues) 깅그리치는 자신의 과거 불륜 같은 흠이 오히려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개신교도의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됐던 듯하다고 말했다. “그런 점이 완벽한 체하며 다니는 누구보다도 나를 좀 더 보통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어준 듯하다(It may make me more normal than somebody who wanders around seeming perfect)”고 깅그리치가 기독교방송 CBN에서 말했다.

그런 로봇 같은 롬니의 모습(the Mitt-bot factor)은 보수파의 불안감을 부추긴다. 그 때문에 롬니는 선두주자 자리에서도 늘 도전에 시달렸다. 롬니는 나름대로 장점이 많지만 이번 11월 대선에서 오바마에 맞설 배짱이 없다(lacks the stuff to stand up to Obama)는 느낌이 보수파 사이에서 강하다.

공교롭게도 최근 롬니는 ‘베인의 제왕: 미트 롬니가 상경했을 때(King of Bain: When Mitt Romney Came to Town)’라는 28분짜리 비디오 유출로 바로 그런 시험을 당했다. 릭 페리의 후원단체가 제작한 그 비디오는 롬니가 모험 자본가로서 투자회사 베인 캐피털의 CEO로서 행한 일들을 잔인하게 비난한다. 베인의 탐욕으로 파산했다고 주장하는 가엾은 근로자의 눈물 나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이 비디오의 진짜 힘은 선거전의 역학을 바꿔놓았다는 데 있다. 모험 자본을 사악한 힘으로 보는 시각은 공화당 정치에서는 금기였다(The notion of venture capital as a malevolent force was taboo in Republican politics). 그 비디오에 나오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2008년 롬니의 정적들에 의해 수집된 자료에서 나왔지만 베인에 대한 공격이 실제로 사용되진 않았다. 릭 페리 후보의 지지자들이 그 비디오를 거부하고 제작자인 배리 베넷과 결별했다.

곧 다른 진영에서 그 비디오에 관심을 보였다. 존 헌츠먼 후보의 후원회가 그 비디오를 사들이려고 협상을 하는 동안 깅그리치 진영이 그 비디오를 구입했다. 뉴스위크의 자매 뉴스 사이트인 데일리 비스트(The Daily Beast)가 처음 보도한 그 비디오 입수 소식은 공화당 경선의 드라마를 극적으로 바꿔 놓았다. 롬니 출마의 전제는 선거가 경제 쪽으로 초점을 맞추게 되고 사업가가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치-미디어의 축이 무자비한 자본주의(raw capitalism)로 기울어지면서 그런 롬니의 전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롬니는 오바마가 지난해 가을 그 공격을 시작할 때까지는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치도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후보도 있지만 주로 깅그리치 전 의장이 오바마 대통령의 검찰 측 첫 증인 같은 역할(as perhaps the first witness in the president’s prosecution)을 떠맡기로 작심한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지역사회 운동가 출신으로 ‘점령 시위’ 운동의 메시지와 안전한 거리를 두는 오바마 대통령과 모험 자본주의의 장점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것은 얼마든지 괜찮다. 그러나 깅그리치와 페리가 그러는 것처럼 우익에서 자본주의의 고통스러운 측면을 두고 공격당하는 상황은 그와 완전히 다르다. 롬니는 싸울 능력이 있었다. 예를 들어 그의 책 ‘위대한 미국에게 사과란 없다(No Apology)’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십여 차례 이상 언급한다. 그러나 몹시 고통스러운 한 주 동안 그는 반격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의 지지자들도 낙담했다. 보수파 언론은 나름대로 자본주의 옹호에 나섰고, 미국 공화당의 차기 주자로 유망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롬니에게 세금과 관련된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깅그리치로서도 베인 문제를 꺼낸 것은 대담한 도박(audacious move)이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득이 됐다(in the short run, it paid off). 그는 그 문제를 성벽을 무너뜨리는 파성퇴(battering ram)로 사용해 사그라지던 선거전을 되살려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서 승리했다. 롬니는 ‘대세론’을 잃은 채 절뚝거리며 플로리다주 예비선거에 나섰다. 그의 우익 비판자들이 가장 두려워한 자질을 그대로 입증한 셈이었다.

두 차례에 걸친 플로리다주 후보자 토론 중 첫 번째에서 NBC 방송의 브라이언 윌리엄스는 각 후보에게 보수주의 운동을 위해(for the cause of conservatism) 어떤 일을 했는지 질문했다. 깅그리치는 마치 보수주의 운동을 자신이 시작이라도 한 듯(more or less issued the movement from his own loins) 골드워터부터 레이건 시절까지 화려한 경력(gilded résumé)을 자랑했다. 롬니의 답변은 그보다 어색했고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결혼해 자

녀를 가졌고 민간 부문에서 일했다는 것이었다.

2008년 CPAC의 활기 넘치던 청중이 그에게 어떻게 말했든 간에 롬니는 보수주의 운동과는 거리가 멀다. 그가 우익에게 강조해야 하는 점은 자신이 기질과 감수성 측면에서(by disposition, by sensibility) 보수파라는 사실이다. 그는 정치를 하기 전에 가족의 가치를 격찬하는 신앙에 헌신했고 그가 택한 직업은 단점도 많지만 자유기업에 완전몰입하는 경험이었다(full-immersion experience in free enterprise). 그는 정계에 입문했을 때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했을 정도로 매사추세츠주의 현실에 적응했다.

그러나 그는 주지사로서 매사추세츠주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낙태 옹호자임을 선언하며 그 문제를 능숙하게 처리하려고 했지만 실패한 뒤 배아줄기세포 법안(embryonic-stem-cell bill)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낙태 찬성 입장을 철회해 보수파의 입맛에 맞췄다. 수누누는 레이건이 진보적인 캘리포니아를 통치한 만큼 롬니도 진보적인 매사추세츠주를 보수적으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거의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주지사 이전의 레이건은 주지사 시절보다 더 보수적이었던 반면 미트 롬니는 주지사 선거운동에서보다 주지사로서 더 보수적이었다.” 보수파는 신뢰할 만한 실적이 있어야지 보수적인 감수성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본다. 그래서 롬니는 보수파를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롬니는 외교 정책에서 미국의 힘을 만방에 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존 볼턴 전 유엔대사를 걸출한 보좌관이라고 치켜세웠다. 롬니는 중국에 대해 강경한 노선을 견지하며 관세 부과 위협을 주저하지 않는다(He talks tough on China and doesn’t shy from threatening the imposition of tariffs).

기득권층 대 서민(establishment-versus-grassroots)이라는 각본은 상식으로 굳어졌다. 롬니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그 두 계층 간의 긴장이 그를 따라 백악관까지 들어갈 게 뻔하다.

한편 롬니는 자신의 ‘대세론’을 회복하려고 애쓴다. 그는 오는 11월 오바마에게 맞설 상대가 되지 못하리라는 보수파의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플로리다주 예비선거에 임했다. “나를 향한 공격은 걱정하지 않는다(I’m not worried about the attacks that come my way)”고 그가 말했다. “지금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앞으로 거액을 뿌리는 민주당 전국위원회와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조직에 맞서서 버티지 못한다.”

플로리다주 토론에서 그는 당당했다. 토론 무대에서 깅그리치의 우위를 완전히 무너뜨린 뒤 이제 코커스를 개최하는 주와 경선 판도를 판가름내는 수퍼 화요일에 대비한다. 이제 그는 보수파의 소원 중 적어도 일부는 이뤘다. 알파독(alpha dog: 개떼의 우두머리)의 지위다. 으르렁거리는(snarl) 사나움은 없지만 말이다.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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