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Company] 배터리팩 제조업체 아타 글로벌
소설책 크기 배터리 태블릿PC 8번 충전

[Company] 배터리팩 제조업체 아타 글로벌
소설책 크기 배터리 태블릿PC 8번 충전

직장인 김인석(41)씨는 한 달에 두 번꼴로 캠핑하러 다닌다. 주로 금요일 밤에 떠나는 데 갖춰야 할 장비가 많다. 스마트폰·태블릿PC는 기본 장비다. 얼마 전엔 빔 프로젝터를 구비했다. 캠프장에서 가족과 영화나 TV를 보기 위해서다. 빔 프로젝터는 야외극장을 만들어 준다. 그러나 단점이 있다. 충전이다. 스마트 기기는 자동차 배터리로 충전할 수 있다. 빔 프로젝터는 방법이 없다. 2010년 한 대기업이 빔 프로젝터를 충전하는 무선 배터리팩을 개발·출시했지만 충전 후에도 50분밖에 가동되지 않아 시장에서 밀려났다. 김씨는 “캠프족(族)이나 출장이 잦은 직장인은 노트북 등 중대형 전자제품을 무선으로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팩이 개발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전자제품 동시 충전 가능그런 중대형 무선 배터리팩이 최근 국내에서 개발됐다. 중소 배터리팩 제조업체 아타 글로벌은 빔 프로젝터·노트북 등 중대형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팩 ‘아이에너지4’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9월 시범 출시했고, 올 2월 중순 본격 판매에 들어간다. 용량은 4만mAh, 무게는 1㎏이다. 크기는 갤럭시탭 7.0만 하다. 이 배터리팩을 사용하면 완전히 방전된 빔 프로젝터를 3시간40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아타글로벌은 5mAh 배터리팩(아이에너지5)도 개발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중대형 배터리팩으로 빔 프로젝트·노트북만 충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스마트폰·태블릿PC·PMP 등 국내에 출시된 2200여개 전자제품이 모두 충전된다. 김봉준(35) 아타 글로벌 대표는 “기존 국내외 배터리팩은 5V(휴대전화)나 12V(노트북) 제품만 충전할 수 있었지만 아이에너지4는 내부에 자동변압장치가 있어, 5V·12V·16V·19V를 사용하는 모든 전자기기를 쉽게 충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타 글로벌은 2009년 6월 창업했다. 인원은 5명, 지난해 매출은 100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업계에선 “기술력만큼은 최고”라고 평가한다. 전자칩 부품제조업체 쎄라텍의 윤원식 대표는 “아타 글로벌의 아이에너지 시리즈는 소형 제품에만 쓰이던 보조 배터리의 영역을 중대형 제품으로 확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아타 글로벌의 배터리팩은 올 3월 서울시교육청에 납품된다. 용도는 차량 CCTV 블랙박스용 보조배터리. 일단 1만대가 납품된다. 이 회사 류근후(47) 품질 담당 이사는 “최근 불거진 학교 폭력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일선 학교는 자동차에 CCTV를 설치해 학생들의 움직임을 체크할 계획이다”며 “CCTV 블랙박스의 무선 배터리로 아이에너지가 채택됐다”고 말했다.

김봉준 대표는 국내 1위 도어락 전문업체 아이레보 출신이다. 서울통신기술의 ‘삼성 이지온 도어락’ 개발에도 참여했다. 문 잠금장치 개발자가 보조 배터리 업계에 뛰어든 배경은 독특하다. 김 대표는 2007년 도어락 유통업체 ‘민성상사’를 창업했다. 도어락 제품을 유통해 제법 많은 돈을 벌었다. 2009년 애플 아이폰3의 배터리케이스(충전기능을 갖춘 케이스)까지 유통했다. 그런데 이게 화근이었다. 2010년 1월 아이폰4가 출시되면서 미리 납품받았던 아이폰3용 배터리케이스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손실은 수억원에 달했다.

김 대표는 “배터리로 입은 손실을 배터리로 만회하겠다”며 곧장 소형 배터리팩(용량 5000mAh 이하) 제조업에 도전했다. 이 역시 쉽지 않았다. 소형 배터리팩 시장에는 국내 80여 개 업체가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품질에도 문제가 많았다. 김 대표는 중대형 배터리팩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때마침 ‘용량 3만mAh급 중대형 배터리팩을 개발해 달라’는 한 대기업의 주문이 들어왔다. 당시 용량 2만mAh 이상의 배터리팩은 없었다.



대기업 뛰어들 것에 대비 소형 개발그는 2011년 3월 국내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가졌다는 배터리팩 제조업체 A사에 개발을 의뢰했다. 경비 절감을 위해서였다. A사 연구진은 “4주 안에 만들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개발에 실패했다. 대기업 납품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김 대표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사재를 털어 2011년 7월 중국으로 건너갔다. 두달여 중국 심천에 머물면서 중국 배터리 기술자와 중대형 배터리팩 개발에 힘을 쏟았다. 2억원을 투자해 작은 연구소까지 만들었지만 배터리팩 개발은 여의치 않았다. 용량을 높이면 크기가 커졌고, 크기를 줄이면 폭발위험이 증가했다.

그는 밤샘작업 끝에 ‘발열(發熱)’을 줄이면 적당한 크기의 중대형 배터리팩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먼저 플라스틱 외관을 얇은 철로 바꿨다. 열을 빠르게 전도하기 위해서였다. 내부 부품배치를 수십·수백차례 바꿔 발열을 80%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발열문제를 해결하자 적정 크기의 배터리팩이 완성됐다. 여러 전자제품의 동시충전도 가능해졌다.

이제 남은 건 품질확인이었다. ‘중국에서 만든 제품의 품질은 형편없다’는 편견을 극복할 방법은 확실한 품질검증밖에 없었다. 김 대표는 아이레보 시절 친분을 쌓았던 배터리 품질 전문가 류근후 이사를 무작정 찾아갔다. 류 이사는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에서 전자제품 품질검증업무(1992~95)를 담당했다. 팬택앤큐리텔, 벤처기업 유비컴에서도 배터리·충전기 품질확인 업무를 했다.

류 이사는 반신반의했다. 그 역시 ‘중국 사람들이 만든 제품은 믿지 못한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이에너지4의 내부구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이에너지4의 부품배치는 완벽했죠. 더구나 각종 실험에서 만족도 90점 이상을 얻었어요. 가끔씩 나타나는 불안정한 동작성만 극복하면 최고 제품이 될 만했죠.” 아이에너지4의 기술력을 직접 확인한 류 이사는 2011년 10월 아타 글로벌의 품질 담당 이사로 합류했다.

아타 글로벌은 우여곡절 끝에 중대형 배터리팩 시장을 열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아타 글로벌의 제품을 통해 중대형 배터리팩의 상품성이 입증되면 대기업이 뛰어들 수 있다.

아타 글로벌이 소형 배터리팩 시장에 다시 뛰어든 것은 이런 이유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만들어 ‘대기업 리스크’를 극복하겠다는 포석이다. 한 중소기업의 ‘배터리 도전’은 지금부터다.



이윤찬 이코노미스트 기자 chan4877@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민주당·민주연합, 30일 합당···‘코인 논란’ 김남국도 복당

2 "이스라엘, 5월1일 밤까지 하마스 휴전 응답 기다릴 것"

3“아직 한 발 남았다”...‘롤러코스터’ 타는 비트코인, 남은 호재는

4법원 “의대 증원, 5월 중순 법원 결정까지 최종 승인 말아야”

5 네타냐후 "휴전과 무관하게 라파 진입할 것"

6삼성자산운용, KODEX 미국30년국채+12%프리미엄 ETF 상장

7S&P, 韓 국가신용등급 ‘AA’ 유지… 등급 전망 ‘안정적’

8태영건설 기업개선계획 가결…워크아웃 본격 진행 개시

9이제는 ‘항공기 엔진’도 쪼개 투자한다...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실시간 뉴스

1민주당·민주연합, 30일 합당···‘코인 논란’ 김남국도 복당

2 "이스라엘, 5월1일 밤까지 하마스 휴전 응답 기다릴 것"

3“아직 한 발 남았다”...‘롤러코스터’ 타는 비트코인, 남은 호재는

4법원 “의대 증원, 5월 중순 법원 결정까지 최종 승인 말아야”

5 네타냐후 "휴전과 무관하게 라파 진입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