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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김준태의 ‘세종과 정조의 가상대화’(12) 국가 경영 - 백성을 살리는 정치 펼쳐라

[Management] 김준태의 ‘세종과 정조의 가상대화’(12) 국가 경영 - 백성을 살리는 정치 펼쳐라

정조 지난 번 전하께서 하교하신 “백성들 각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발견하고 살아가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하라”는 말씀은 참으로 감명 깊었사옵니다. ‘나라의 근본을 튼튼하게 하는 길은 백성에게 있으니, 임금은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이들을 돌보고 지켜주어, 백성들이 각자의 삶을 성취해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입니다.’(정조2.6.4).

세종 그래, 우리가 펼치는 정치는 곧 백성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백성을 사랑하는 정치(愛民之政: 세종9.11.11)’, ‘백성을 살리는 정치(生民之政: 세종18.7.21).’ 이 두 가지가 전부니라. ‘너의 가슴 속에는 오로지 백성만을 담도록 해라.’(세종7.12.10).

정조 깊이 새기겠사옵니다. 하오면 전하, 백성을 사랑하고, 백성을 살리는 정치를 펼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요.

세종 의식(衣食)을 풍족하게 해주고 교육을 활성화시켜 아름다운 풍속을 만들어주는 것이 기본이며, 거기에 더하여 “어떤 백성이든 차별 없이 다스리고”(세종9.8.29), “백성들의 상황과 생각, 의견이 막힘 없이 위로 통하게 해야 한다.”(세종15.10.23). 특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백성들이 임금을 믿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세종7.4.14)

정조 참으로 그러하옵니다. 백성이 나라를 믿지 못하고 임금을 믿지 못한다면 어찌 정치가 올바르게 펼쳐질 수 있겠습니까. ‘군사력이 갖추어져 있어도 백성들의 믿음이 뒷받침이 되어야 비로소 나라를 튼튼하게 방위할 수 있고, 재정과 식량이 풍족해도 백성들의 믿음이 뒤따라야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운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백성의 신뢰가 없다면 그 어떤 정책도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니, 평화로울 때나 위태로울 때나 이 도리는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임금은 임금 구실을, 나라는 나라 구실을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홍재전서 권124).

세종 옳은 말이다. 그렇다면 이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 임금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겠느냐.

정조 사사로움을 제거하고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합니다. “당당하고 큰 명분을 갖춘 일일지라도, 거기에 이해관계를 따지고 얻고 잃는 것을 비교하는 마음이 아주 조금이라도 개입되어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대의(大義)가 아닐 것입니다.”(홍재전서 권178). 또한 “도저히 실행에 옮길 수 없는 일을 가지고 일시적인 좋은 말들로 백성을 현혹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홍재전서 권132). ‘백성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옵니다.’(홍재전서 권110). 자신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주는 사람에게 믿음을 갖게 되는 법 아니겠습니까?



미사여구로 백성 현혹하지 말아야세종 중요한 말들을 해주었다. 그 밖에도 법과 제도를 시행할 때는 “모름지기 쇠와 돌처럼 굳건하게 하여, 분분히 변경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세종12.8.13). 일관성이 없이 툭하면 제도를 고치고 법을 바꾸려 드는데, 이는 잘못이다.

정조 명심하겠사옵니다. 하온데 전하, 법과 제도에 폐단이 있다면 바꾸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세종 당연하다. 마땅히 개혁해야 하겠지. 다만 ‘역사가 오래되고 백성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것은, 갑작스레 바꾸고자 할 경우 큰 혼란이 야기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한 번에 다 바꾸려 들지 말고, 폐단을 중심으로 점차적으로 개선해 나아갈 필요가 있다.’(세종6.3.8).

정조 유념하겠사옵니다. ‘새로운 법과 제도를 만들려 하기 전에, 과연 옛 것을 제대로 구현해 보았는지에 대해서도 성찰해봐야 할 것 같사옵니다. 폐단이란 것이 그 법과 제도의 취지와 내용을 온전하게 실행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일 수도 있지 않겠사옵니까?’(홍재전서 권168). 소손이 생각하건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과, 예전 것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 사이에는 모두 조심해야 할 바가 있습니다. 이들 사이의 손익을 잘 살펴서 옛 것을 보완하여 운용해갈 것인지, 아니면 개혁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 것인지, 정당성을 잘 찾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나이다.”(홍재전서 권42).

세종 훌륭한 말이구나. 무릇 “임금이 정치를 할 때는 반드시 한 시대를 올바로 이끌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 왔다. 올바른 다스림을 이룩하는 요체는 백성을 사랑하는 것보다 앞서는 것이 없는데, 그 시작은 백성들이 실생활에서 마주하는 법과 제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세종9.3.16). 그리고 ‘이 법과 제도를 만들 때는 급하게 마련하여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빈틈없이 준비해나가야 한다. 일단 틀이 완성되면 먼저 한 지역을 선택하여 시험 실시를 해 볼 필요가 있는데, 이는 새로운 제도의 편리성을 시험하고 문제점을 확인하여 보완하기 위함이다.’(세종27.9.8). 이에 대해 백성들의 여론이 좋고 나쁘다고 하여 바로 시행하거나 폐기해서도 안 된다. 내가 일전에 공법(貢法)을 만들면서 전 백성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당시 결과가 “찬성은 9만8567명 반대는 7만4149명이었다.”(세종12.8.10 : 각 지역별·신분별 찬반 결과, 개인별 의견 등도 실록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음). 얼핏 찬성이 많으니 시행해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경상·전라도 지방은 찬성이 6만5864대 반대 664로 찬성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많고, 함길·평안도의 경우는 찬성 1410대 반대 3만5912로 반대하는 자들이 월등히 많았다. 이는 토지의 비옥(肥沃)도에 따른 유·불리함 때문이니, 단순히 찬성이 많다고 하여 무작정 시행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여론의 이면을 살펴야정조 “백성을 위하는 정책이라고 해도, 그 정책이 상황과 여건에 부합하는지 아닌지를 성찰해야 하는 것이군요.”(홍재전서 권3). ‘문제의 근원을 고찰하고, 여론의 이면을 살피지 않은 채 오직 이것이 좋은 법이요 아름다운 제도라 하여 마구 시행하다 보면 결국 나라를 병들게 만들 것입니다.’(홍재전서 권179). 소손. 명심하여 따르겠나이다. 하옵고 전하, 그렇다면 장기적으로는 백성들에게 유리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불편함을 주는 정책들은 어찌해야 하옵니까. 당장의 불편함 때문에 백성들의 반대가 극심한 경우가 있지 않사옵니까.

세종 먼 훗날까지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는 큰 계책을 세워야 하는 법이니, 일시적으로 불편과 혼란이 있더라도 궁극적으로 백성에게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만 백성들이 느끼게 될 단기적인 불편함을 당연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덜어 줄 방법이 없는지, 보완해 줄 방법은 없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대처해야 한다. 반대가 극심한 것에 대해서는 “과인도 여러 사람의 의논에 좇지 않고, 여론을 따르지 않고, 대의를 내세워 강행한 일들이 여럿 있었다. 남들이 불가하다고 하는 것을 내가 홀로 결단하였다. 하지만 이런 일들에 대해서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기를 멈춘 적은 없다. 임금이 나서서 상세하고 명확하게 설명하였는데도 끝내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일단은 시행을 정지하는 것이 옳다. 폐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끝까지 설득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세종26.7.23). 아, 그리고 아까 믿음을 말하지 않았더냐. 백성들이 임금을 믿는다면, 임금이 하는 일 또한, 그것이 어떤 일일지라도 믿겠지. 우리가 더욱 힘써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이 글은 『세종실록』과 『정조실록』, 그리고 정조의 문집인 『홍재전서』 등 원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다(예: 세종8.5.11 → 세종 8년 5월 11일자 실록). “ ”표시는 원문의 직접 인용(단, 대화체로 변형함), ‘ ’표시는 원전을 바탕으로 각색한 것이다. 나머지는 필자의 창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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