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 증시 고수와 차 한잔 - 동원산업의 미래에 주목
[Stock] 증시 고수와 차 한잔 - 동원산업의 미래에 주목
국내 대다수 증권사는 올해 코스피 지수가 상반기에 낮고 하반기에 높은 ‘상저하고’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 재정위기, 미국과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 같은 악재가 수두룩해서였다. 실제 코스피 지수 움직임은 달랐다. 악재가 불거질 때마다 출렁거리긴 했지만 1월 1800대에서 출발해 200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의 대장주 격인 삼성전자 주가는 3월 14일에 125만원을 기록해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시 분위기가 좋아지자 코스피 지수가 지금보다 더 많이 오를 것이란 전망도 줄을 잇고 있다.
개인 투자자는 이렇게 시장이 달아오를수록 평정심을 잃기 쉽다. 특히 현금을 쥐고 있는 사람은 지금 주식을 사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조바심에 안절부절 하게 마련이다.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브이아이피투자자문의 최준철 대표는 “분위기에 편승한 무분별한 투자를 삼가라”고 말한다. 대학 시절에 가치투자 동아리를 만단 후 10년 넘게 가치투자란 외길을 고집한 그는 “저평가된 주식을 싸게 사서 정당한 가격에 되팔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게 최 대표가 말하는 가치투자다.
최 대표가 처음 투자자문사를 세운 2003년만 해도 가치투자는 낯선 개념이었다. 당시엔 “기업의 정당한 가치에 투자를 하겠다”는 최 대표를 두고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순진한 발상을 한다고 수군대는 사람이 많았다. “오기가 생겼습니다. 가치투자로도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그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브이아이피투자자문 홈페이지에 투자자문사 설립 전 모은 ‘VIP사모펀드’의 운용성과를 매일 게시한다. 최 대표가 펀드 운용을 시작한 2003년 7월 28일 이후 지금까지 누적수익률은 3월 14일 현재 343.62%다. 2004년 이후 단 한번도 코스피 지수 평균 수익률보다 떨어진 적이 없다.
그가 말하는 ‘저평가된 주식’이란 뭘까. 그는 “주식이 싼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며 “그걸 잘 분석하면 생각보다 쉽게 저평가된 주식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기업의 실적이나 재무현황은 괜찮은데 대외적인 요인 탓에 일시적으로 가격이 떨어진 것이라면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하이마트를 예로 들었다. 하이마트는 2월에 선종구 회장의 1000억원대 횡령 사건 탓에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30% 넘게 빠졌다. 당시 최 대표는 이런저런 분석 끝에 하이마트 주식을 사들였다.
“횡령이 사실로 밝혀지면 선 회장이 그 돈을 다시 채워야 합니다. 선 회장은 그만한 재력은 갖춘 사람이죠. 회장의 횡령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하긴 하지만 하이마트의 조직이나 유통망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에 주가가 다시 오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회사 규모보다 직원 수 많은 기업 관심최 대표는 기업의 직원 수를 살펴보는 것도 저평가된 주식을 찾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회사 규모에 비해 많은 직원을 보유한 회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괜찮을 기업일수록 많은 인력을 보유하고 장기적인 플랜을 세웁니다. 가장 단순하게는 많은 직원을 보유할 만큼 재무적인 여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는 저평가된 주식을 찾은 다음이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저평가’란 말 속에는 그 만큼 많은 사람의 관심 밖에 있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당연히 정보가 부족하게 마련이다. 그는 “주식을 매입한 후 그 기업의 정보를 계속 수집해야 한다”며 “투자한 기업에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들른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을 직접 탐방하기 어려운 개인 투자자는 관심 있는 분야를 정해 꾸준히 공부하면 된다”고 권했다. 그는 “매일 화장품을 쓰는 여성이 어떤 기업의 화장품이 잘 팔리고, 어떤 마케팅을 하는지 살펴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며 “개인 투자자도 기업에 좀 더 관심을 갖고 공부하면 기관투자자보다 못할 게 없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번 돈을 어떻게 쓰는지도 꼭 체크해야 할 항목 중 하나다. 최 대표는 “기업이 어떤 회사를 인수하고 연구개발에는 어느 정도의 돈을 투자하는지를 살피면 기업의 미래도 자연스럽게 보인다”고 조언했다.
기업을 둘러싼 경제 환경 가운데는 무엇을 주목해야 할까. 그는 장기적으로 중국에 관심을 집중하라고 권한다. “결국엔 중국 소비시장과 연결될 수 있는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게 가장 현명할 거라고 봅니다. 특히 중국이 수출 일변도에서 내수 성장으로 방향을 틀고 있어 중국 내수처럼 예측 가능하면서도 파급 효과가 큰 시장은 없습니다.”
가치투자는 금리가 높은 예금단기적으론 세 가지 변수를 염두에 두라고 설명했다. 곧 쏟아져 나올 기업의 1분기 실적, 유가, 환율이다. 최 대표는 “1분기 실적이 좋은 기업은 지난해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선전했다는 뜻이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치솟은 유가가 현재 수준에서 횡보할 것인지 더 오를 것인지에 따라 기업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환율은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 변수이기 때문에 관심을 두라고 말한다. 장단기 변수를 고려할 때 투자할 만한 종목은 뭘까.
“동원산업이 제가 지금까지 설명한 모든 요소를 다 갖추고 있는 종목입니다. 중국 사람의 개인 소득이 올라가면 육류나 해산물 소비는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산물은 수요가 많다고 갑자기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품목입니다. 참치를 판매하는 동원산업의 강점이 있는 부분입니다. 또 수산물 수요가 는다고 아무나 그 사업에 뛰어들 수도 없습니다. 어업에 필요한 배와 라이선스, 경험, 판로를 모두 갖춰야 하는데 동원산업은 이 모든 걸 갖추고 있습니다. 동원산업 주식이 싸다는 것도 가치투자 측면에서 볼 때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브이아이피투자자문은 지난해 대다수 투자자문사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는 가운데 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락장에서 빛을 발하는 가치투자의 강점을 보인 것이다. 반면 코스피 지수가 10% 넘게 오른 올해는 4%대 수익률을 올렸다. 상대적으로는 부진한 성적이다. 최 대표는 현재의 상황이 가치투자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말했다.
“누구나 싫어하는 게 원금 손실입니다. 가치투자는 기본적으로 금리가 높은 예금에 가깝습니다. 가능한 한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투자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큰 수익률을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원금 손실이 발생할 확률도 낮죠. 공격적인 펀드에 투자하기엔 불안하고 낮은 금리의 적금에 돈을 넣어두기가 싫은 사람이라면 고려해볼 만한 투자방법입니다.”
박성민 이코노미스트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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