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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늘어나는 군인 그루밍족 - 군대 꽃미남 열풍에 화장품 회사 미소

[Trend] 늘어나는 군인 그루밍족 - 군대 꽃미남 열풍에 화장품 회사 미소

# 남성 스킨케어 브랜드 비오템옴므는 지난해 1월부터 군인을 대상으로 밀리터리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군 복무 중인 군인을 대상으로 하는 군인전용 클럽이다. 군인을 증명할 수 있는 입영통지서나 휴가증 등을 지참해 매장에 방문하면 회원이 될 수 있다. 회원이 되면 피부관리법 책자나 신제품 샘플을 군부대로 직접 보내준다. 비오템옴므 이윤진 브랜드 매니저 상무는 “피부 관리에 관심이 많은 군인이 생각보다 많다”며 “본인이 직접 가입하는 비율이 90% 이상”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10월 27일 충북 청원군 공군사관학교에서는 패션수업이 열렸다. 패션업체 코오롱FnC 주최로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스타일링 클래스’에는 생도 120명이 참여했다. 공군사관학교에서 스타일링 수업이 열린 것은 처음이다. 행사를 담당한 정훈공보관실 최재형 중위는 “멋 내기에 관심이 많은 요즘 생도들의 취향에 맞춰 업체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코오롱FnC는 이 행사를 단발성으로 기획했지만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 앞으로 계속하기로 했다.

‘군인 그루밍(grooming)족’이 늘고 있다. 패션·미용에 관심을 쏟는 군인을 말한다. 이들 사이에선 자외선차단제·핸드크림은 기본이고 폼클렌징과 에센스까지 4종 제품을 ‘기본’으로 친다. 뙤약볕·혹한 속에 진행되는 훈련에서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위장크림 하나도 꼼꼼히 챙긴다.



부대에서 제품 주문하고 수령까지 가능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가 출시한 군인용 ‘익스트림 파워 위장크림’은 2010년 말 출시한 이후 지난달까지 10만여 개가 팔렸다.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08년 5000억원에서 지난해 9000억원 규모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이 중 군인 고객이 약 5% 정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향후 군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군인 그루밍족의 증가에 대해 우송대 김혜균 뷰티·디자인과 교수는 “요즘 입대하는 20대 젊은층은 이전 세대와 달리 외모 가꾸기에 익숙하고, 화장품을 안 쓰던 이들도 내무 생활 과정에서 보고 배우기 때문”이며 “부대 내 인터넷 보급으로 상품 주문이 쉬워진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군인 그루밍족의 증가는 온라인 물품 구매에서 잘 나타난다. 군인물품 쇼핑몰 1위인 ‘꾸니스토리’는 전자 손목시계와 자대 생활용품, 샤워용품 등 700여 가지의 제품을 판매한다. 특히 계절에 맞춘 군대용품이 인기다. 여름에는 유격훈련에 필요한 선크림이나 벌레 퇴치용 패치·쿨 스카프·쿨팩을, 겨울에는 귀마개·폴라마스크·기모 목티폴라·장갑 등 겨울혹한기 대비세트가 잘 팔린다. 세트 가격은 2~4만원대이고 부대로 직접 배송해준다. 2010년 11월 오픈한 꾸니스토리 회원은 약 2만5000여 명이다. 지난해 12억원 어치가 팔렸다. 꾸니스토리 최준호 대표는 “군생활을 하는 동안 꼭 필요하고 실용적인 제품인 만큼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며 “군입대한 연예인의 팬클럽이 단체로 주문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군인 전용 쇼핑몰인 ‘곰신닷컴’은 2001년 설립 당시 손난로나 행군용 깔창 등이 주로 팔렸지만 요즘엔 화장품과 발 각질을 없애는 풋크림, 발샴푸가 인기다. 곰신닷컴 관계자는 “예전에는 가족이나 여자친구가 부대로 필요한 물건을 보냈지만 요즘은 군인이 직접 주문하는 경우가 60% 이상”이라고 말했다.

군 장병을 위한 헤어숍도 생겼다. 지난 2월 24일 헤어숍 브랜드인 박준뷰티랩은 충북 음성군에 있는 육군 9715부대와 손 잡고 군 최초로 헤어숍을 열었다. 장병들의 멋 내기 욕구에 부응하고 이발문화를 바꿔 보자는 취지에서 부대장과 박준 대표가 고민한 끝에 문을 열었다. ‘무극헤어숍’이라고 이름붙인 이 헤어샵은 전담 미용전문가 1명과 미용자격증을 갖고 있는 장병 2명을 별도로 채용했다.



짧은 머리도 나만의 스타일로병사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박준뷰티랩의 김선민 마케팅 과장은 “머리 길이가 짧기 때문에 언뜻보면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두상과 얼굴형이 모두 다른 만큼 스타일이 다르다”며 “군 규정은 지키면서도 스타일에 변화를 주기 때문에 장병의 호응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휴가 중에 짧은 머리를 감추기 위한 패션 가발도 신세대 군인들의 새로운 문화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서울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에는 ‘군인가발 팝니다’라는 안내문을 흔히 볼 수 있다. 동대문시장에만 군인용 가발을 판매하는 가게가 10여 곳이다. 최근 전역한 이기훈(24)씨는 “내무반 선후임병 중 절반 정도는 휴가 중에 가발을 쓴다”며 “각자 다른 스타일의 가발이 있고 휴가 나갈 때 서로 돌려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가발협회에 따르면 국내 가발 시장 규모는 약 5000억원으로 이중 패션가발 시장은 2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가발 전문업체 고운머리에 따르면 남성 구매 고객 중 20대가 85%고, 이 중 군인의 비율은 40%에 달한다. 고운머리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5% 정도 늘었다“며 “군인 등 헤어스타일 제약을 받는 젊은 남성을 타깃으로 한 제품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모에 신경을 쓰는 군인이 많아지면서 군대 문화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의 위신과 명예를 손상시키거나 군인답지 못하게 행동하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자기관리에 충실하고 가꾸는 것에 대해서는 존중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전에는 군인이 푸른 군복과 모자를 착용하고 활보했지만 요즘 군인은 민간인처럼 보이길 원하는 심리가 커지고 있어 앞으로 군인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이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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