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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노후의 보루
국민연금 고갈 경고음

[Retirement] 노후의 보루
국민연금 고갈 경고음



많은 직장인이 노후의 보루로 삼고 있는 국민연금 적립금이 정부 추산보다 11년 빨리 고갈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논란이 거세다. 국민연금만으론 편안한 노후를 보내기 역부족이지만 그나마 제때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억울하지만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각종 개인연금으로 점점 더 길어지고 있는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특히 퇴직 후 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의 공백기를 어떻게 메우느냐도 관건이다.
직장인 이모(32)씨는 매달 국민연금 보험료로 13만5000원을 내고 있다. 300만원가량 받는 월급에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산업재해보험, 고용보험 등 각종 보험료와 세금을 원천공제하고 남는 돈은 240여 만원이다. 이씨는 “월급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니 안 낼 수는 없지만, 나중에 내가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후 대비의 기본이라고 알려진 국민연금에 대해 ‘얼마나 돌려 받을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상대적으로 노년이 코 앞으로 닥친 중·장년층은 덜 불안하겠지만, 20~30대는 수십 년 후에도 국민연금이 건재할 지 의심스러운 것이다. 이는 금융권에서 판매하는 개인연금과 달리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18세 이상 60세 미만 국민은 자동으로 국민연금에 가입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착실히 낸 연금, 언제부터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까. 수십 년 후 기금이 고갈될 우려는 없는 것일까.

사회보험 성격의 국민연금은 우리나라에 1988년 도입됐다. 가입자 420만명에서 시작한 국민연금은 24년 만에 가입자 수가 2000만명에 육박할 만큼 성장했다. 국가가 보증하는 연금보험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난 덕분이다. 특히 전업주부와 27세 미만 소득이 없는 학생 등 국민연금 가입 의무가 없는 사람도 임의가입자 형태로 국민연금을 찾은 영향이 크다. 몇 년 전부터 계산이 빠른 서울 강남 고소득층 전업주부들 사이에선 국민연금 가입이 유행처럼 퍼졌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07년 2만7000여명이던 임의가입자는 2월에 17만 2000여명으로 급증했다.

기금도 최근 360조원을 돌파했다. 기금 운용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 198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6.6% 수익을 냈고, 누적 수익금이 148조원에 달한다. 최근 3년 수익률도 연평균 7.3%로, 4~5% 수준인 민간 개인보험보다 좋은 편이었다. 연금공단은 이 기금을 운용하면서 만 60세가 넘은 가입자들에게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가입 의무 없는 임의가입자 급증현재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매달 보험료로 월 소득액의 9%를 낸다. 가입 후 최소 10년간 보험료를 꾸준히 내면 만60세부터 사망할 때까지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노령연금도 상황에 따라 5가지 종류로 나뉜다. 가입기간이 20년 이상인 ‘모범’ 가입자는 자신이 낸 보험료에 따라 산정된 기본연금액의 100%를 모두 다 받을 수 있다(완전노령연금). 가입기간이 10~20년이라면 기본연금액의 50%에 해당하는 감액노령연금을 받는다. 따라서 가입기간을 늘리는 게 노후 소득을 늘리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특히 올해 7월부터는 55세 이상 국민연금 가입자는 국민연금 보험료 5년치를 선납할 수 있다. 은퇴 후 소득이 없어 10년 보험료 납부기간을 못 채우는 은퇴자를 위해 정부가 제도를 개선했다.

완전 또는 감액노령연금을 받을 자격이 되는데 65세 이전에 소득활동을 하면 기본연금액 중 일부가 감액된 재직자노령연금을 받는다. 가입기간이 10년이 넘은 55세 이상 가입자 중에서 법으로 정한 연금 개시 연령 전에 미리 당겨서 연금을 받겠다고 신청하면 조기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55세 이상이면서 소득이 없는 경우 기본연금액의 70%밖에 받지 못하기 때문에 상당히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혼한 배우자의 연금을 나눠서 받을 수 있는 분할연금이 있다. 연금에 가입돼 있지 않은 전업주부들을 보호하기 위해 생긴 제도다. 이 경우에는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의 절반을 나눠 가질 수 있다.

이외에도 국민연금에 가입했거나 연금을 받던 사람이 죽었을 때 받는 유족연금, 가입자가 가입 기간 중 얻은 질병이나 부상으로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남았을 때 받는 장애연금 등이 있다. 또 60세가 넘었거나 사망·해외이주 등 상황이 생겨 10년 완납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면, 납부한 보험료에 이자를 더해 주는 반환일시금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노령연금의 개시 연령은 만 60세이지만 2013년부터는 연령에 따라 지급 시기가 달라진다. 1998년 국민연금법이 개정돼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이 2013년(61세)부터 5년마다 1세씩 올라갔다. 1953~56년생은 61세부터, 57~60년생은 62세부터, 61~64년생은 63세부터, 65~68년생은 64세부터, 69년 이후 출생자부터는 65세(2033년 이후)로 연금 지급 시기를 늦췄다. 국민연금 적립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국회에서 법을 개정한 것이다.

이제까지 국민연금은 확실히 개인연금에 비해 수익률이 좋은 편이었다. 정해진 산식에 따라 연금액이 결정되는 확정급여형인데다, 매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반영되기 때문에 연금 개시 시점에서 연금액의 실질가치가 보장된다. 이에 비해 개인연금은 금리가 시중금리와 연동돼 있거나 실적 배당액에 따라 연금액이 결정되는 확정기여형이다. 국민연금공단 추산에 따르면, 월 300만원을 버는 직장인이 2008년부터 국민연금에 가입해 20년간 보험료를 내면 매월 54만 2000원(2010년 환산가치)의 연금을 받아 수익률이 7.5%다. 물론 20년 후 실제 수령액은 20년간 물가상승률과 가입자의 소득상승률이 반영되므로 54만원보다 훨씬 많아진다.

국민연금의 수익성이 높은 이유는 적게 내고 많이 받게 설계 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노인들이 받는 연금액은 낸 보험료의 수백 배에 달할 정도다. 국민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현 제도의 틀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 적립금이 2044년부터 줄고 2060년엔 고갈될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 가능성하지만 최근 정부의 추산이 잘못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적립금이 고갈될 시기가 정부 추산보다 11년 빠른 2049년으로 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려대 박유성(통계학) 교수는 이런 연구결과를 발표해 파장을 일으켰다. 박 교수는 “통계청의 인구추계에 사용된 사망률 자료가 너무 높게 잡혀 있어 노인의 수명이 짧게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사용된 1970~2010년 사망률 자료에선 2060년 남자의 수명이 87세이지만, 통계의 신뢰도가 더 높은 1980년 이후 사망률을 적용하면 90.2세가 된다. 또 박 교수는 “현재 국민연금의 장기 추계 자료에는 95세 이상 초고령 인구가 아예 빠져있어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2007년 연금의 소득대체율(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을 70%에서 60%로 낮추고 2028년까지 40%로 낮췄지만, 박 교수 주장대로 연금 고갈 시기가 당겨진다면 다시 개혁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년에 있을 3차 재정계산이 중요하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적립금의 재정 상태를 점검해 예상되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5년마다 재정계산을 하는데, 이를 토대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할지 결정해야 한다. 기금 고갈 우려가 다시 대두된 만큼 보험료율을 올려 더 많이 내고, 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65세 이후로 더 늦추자는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 논쟁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게 19대 국회의 가장 큰 임무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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