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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mentionables] 브라는 여권과 함께 진화한다

[Unmentionables] 브라는 여권과 함께 진화한다

광고 드라마 ‘매드맨’이 처음 방송됐던 순간부터 패션업계는 60년대 초 의상에 매료됐다. 몸을 바짝 조여감는 스타일이 그 본질이었다. 당시의 젊은 여성들은 엄마 세대의 풀 먹인 반듯함(starched orderliness)을 흉내 냈다. 커다란 사회적 변화의 가장자리에 놓여 있던 시대였다. 그런 획기적인 변화를 브래지어보다 잘 포착한 패션 심벌은 없었다. 60년대의 조각 같은 브래지어로부터 여권운동의 표현수단이었던 ‘브라 소각(bra burning)’ 등으로의 진화는 수십 년에 걸친 미국 여성의 자화상 변천과정을 따라간다.



1960년대 초: 브라와 거들의 조합은 여성에게 풍만한 실루엣을 준다. ‘매드맨’의 등장인물 조앤 할러웨이가 그 전형이다. 가슴을 올려 볼륨감을 주고 바비인형처럼 원뿔 형태를 이루도록 한다. 이 총알형 브라(bullet bras)는 모래시계형 관능미의 마지막 전성기를 대변한다. 이어지는 ‘청춘의 반란(youthquake)’으로 그 이상적인 실루엣이 퇴조하고 모델 트위기의 선머슴 같은 매력이 각광을 받았다.



1968년: 여성해방운동의 부상과 함께 브래지어가 억압의 한 형태로 인식되면서 여성들이 저항의 표시로 그것을 벗어 던졌다(go braless).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 중, 여권운동가들이 브라와 하이힐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언론은 이 순간을 베트남전 반전 운동 당시의 소집영장 소각에 비유했다.



1968년: 여권운동가들이 브라의 필요성을 부정할 동안 원더브라(가슴이 커 보이는 브래지어)가 출시돼 성공적으로 주류문화에 안착했다. 그리고 1990년대 패션업계의 지원 아래 다시 부활했다. 깡마른 모델 케이트 모스가 원더브라 덕분에 가슴골이 약간 생긴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1970년: 소설가 주디 블룸은 ‘안녕하세요, 하느님? 저 마거릿이에요’와 같은 종교·섹스·사춘기 등을 테마로 한 청소년 로맨스 소설을 썼다. 여성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로 트레이닝 브라(training bras: 가슴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소녀용 브라)를 착용하는 소녀들의 고민을 주제로 다뤘다.



1985년: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가 밀라노에서 첫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 디자이너들은 란제리를 이용해 여성의 섹시한 측면을 강조했다. 코르셋의 세부장식과 깊게 파인 네크라인 위로 살짝 드러나는 구식 브라가 미적인 포인트다.



1990년: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가 제작한 과장된 원뿔 모양의 브라를 팝가수 마돈나가 ‘보그’ 비디오에서 착용했다. 그 형태는 고티에가 어머니 세대의 총알모양 브라에 매료됐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마돈나는 그것을 자신의 권한 강화와 성적 도발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부활시켰다.



1995년: 1977년 소수의 부티크로 출발한 여성의류 판매회사 빅토리아 시크릿이 1990년대에는 수퍼모델 헬레나 크리스텐슨을 모방하려고 찾아가는 여성들의 쇼핑명소가 됐다. 그 회사의 첫 패션쇼에서 여성은 자신만만한 걸음걸이를 배우고 남성은 관음증의 즐거움을 얻었다. 그리고 란제리쇼가 주류 엔터테인먼트가 됐다.



1999년: 미국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미국의 우승을 확정 짓는 골을 넣은 뒤 브랜디 체스테인이 미국 대표팀 유니폼을 벗어 던지며 스포츠 브라를 드러냈다. 그녀의 이미지는 체력(athletic), 강인함, 자신감을 지닌 새로운 여성상의 상징이 됐다.



2004년: 2004년 미식축구 수퍼볼 하프타임 쇼 도중,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던 재닛 잭슨의 상의를 잡아채 그녀의 맨 가슴이 거의 드러났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CBS를 외설방송 혐의로 고소하면서 브라가 또 다시 에티켓의 상징으로 부상했다.



2007년: ‘매드맨’이 방송되자마자 새로운 패션 유행을 불러일으키면서 어머니 세대가 입던 속옷이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매드맨’의 조앤 할러웨이 따라잡기다. 하지만 이들은 해방된 여성들이다. 그들은 하나의 패션 대안으로 그런 속옷을 선택하지만 조앤에게는 사회적 의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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