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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ERRORISM] ‘테러와의 전쟁’ 다시 시작되나

[WORLD TERRORISM] ‘테러와의 전쟁’ 다시 시작되나

3월 22일 프랑스 남서부 툴루즈에서 특수기동대(SWAT)와 32시간 동안 대치하던 모하메드 메라(23)가 치열한 총격전 끝에 사망했다. 이로써 그가 툴루즈 일대에서 벌인 연쇄 살인극(killing spree)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경찰 관리들 사이에선 좀도둑에서 성전주의 살인자로 탈바꿈한(petty-thief-turned-jihadist-murderer) 메라가 테러범들의 활동방식 변화를 나타내는 징표가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19일 메라가 툴루즈의 한 유대인 학교에서 저지른 총기난사 사건이 보도되자 뉴욕과 워싱턴의 경찰은 각각 관할 지역에서 목표물이 될 만한 곳의 경계를 강화했다(stepped up protection). 정복 경찰의 배치가 늘어 경계가 강화된 사실이 확연하게 눈에 띄었다. 유대교와 관련된 장소 수십 곳도 경찰이 보호했다. 뉴욕 경찰청(NYPD)의 레이 켈리 청장은 뉴스위크에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지나치게 걱정하길 바라진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알아줬으면 한다.”

하지만 이런 경계 조치는 마지막 방어선(the last line of defense)일 뿐이다. 테러 공격을 사전에 막는 열쇠는 정보수집이다. 매우 효율적이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끈질긴 추적으로 정평이 난 프랑스 정보기관도 이 알제리계 프랑스인 청년의 잠재적 위험성을 간과했다.

더구나 이 기관들은 모하메드 메라나 그의 가족에 대한 정보를 이미 갖고 있었다. 메라의 형 압데카데르는 2007년 이라크에 성전주의자들을 밀입국시킨 조직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졌다. 또 메라는 지난 2년 동안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지역을 두번이나 드나들었는데도 별 의심을 받지 않았다. 파리의 지방검사 프랑수아 몰랭에 따르면 메라는 2010년 아프간의 한 검문소에서 경찰에 붙잡혀 미군에 인계된 뒤 “첫 비행기로 프랑스로 추방됐다.” 2011년엔 아프간-파키스탄 지역에서 두 달 동안 지낸 뒤 10월에 다시 프랑스로 돌아왔다. 표면상의 귀국 이유는 간염 발병이었다. 그리고 5개월 뒤 그는 툴루즈 일대에서 연쇄 살인극을 벌였다. 프랑스 낙하산부대원 3명과 유대교 랍비 1명, 유대인 어린이 3명을 살해했다.

메라는 죽기 전 자신이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다고 주장했지만 프랑스 당국은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나 그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는 당국의 설명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식의 순환논법에 불과하다. 몰랭은 메라가 아프간에 갈 때 “프랑스와 외국 정보기관에 알려진” 경로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보기관들이 표적으로 삼는 조력자의 도움을 받거나 그들의 감시를 받는 나라를 통과하지도 않았다.” 프랑스 대통령과 가까운 한 보안 소식통은 뉴스위크에 이렇게 말했다. “메라가 아프간과 파키스탄에 처음 갔을 때는 주목을 끌 만큼 오랫동안 머무르지 않았다. 그리고 두 번째 방문 때는 비자를 받고 여행했는데 신부감을 찾으러(in search of a bride) 갔던 듯하다.” 사실 알제리계 프랑스 남성이 아프간이나 파키스탄에서 신부감을 찾는 일은 프랑스 정보기관의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이 아니다.

“메라는 정보기관의 의심을 피하는 방법을 알았다”고 미국의 한 고위 정보관리가 말했다. “테러 조직의 탄력성(resilience)은 놀랍다. 상황에 따라 민첩하게 변화를 거듭한다. 메라는 성전주의를 신봉하는 살라피스트(이슬람 원리주의자)임에 틀림없다. 그가 알카에다의 정식 대원(card-carrying al Qaeda)이었는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과거엔 알카에다 핵심 조직과 예멘 지부 같은 아라비아 반도 내의 결속력이 약한 알카에다 조직, 그리고 지하디스트 웹사이트를 통해 지령을 받고 움직이는 소위 ‘외톨이 늑대형(lone wolf)’ 테러리스트 간에 구분이 뚜렷했다. 하지만 갈수록 이들의 차이를 식별하기가 어려워진다. 한쪽이 공격을 받으면 다른 쪽이 앞장서서 임무를 수행한다. “알카에다 핵심 조직이 약해지자 지부들이 강화됐다”는 켈리 청장의 말이 그대로 맞아떨어진다. 또 외톨이 늑대형 테러리스트도 언제나 단독으로 움직이진 않는다.

메라는 사망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후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의 공개적인 지시를 그대로 따랐다(followed to the letter). 국제 TV 방송국 프랑스 24와의 통화와 툴루즈 대치 당시 경찰 협상자들과의 대화에서 메라는 범행 동기 세 가지를 밝혔다.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을 죽인 이스라엘에 보복하고, 무슬림 여성의 부르카(몸 전체를 가리고 눈 부위만 망사로 된 무슬림 여성의 의상) 착용을 금지한 프랑스 정부를 처벌하고, 아프간에 파병한 프랑스에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2010년 10월 빈 라덴이 성전 투사들에게 프랑스인들을 공격하라고 명령한 이유(당시 프랑스 24가 이 내용을 보도했다)와 동일하다.

조지타운대 평화안보연구소의 브루스 호프먼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빈 라덴과 자와히리가 전술집(playbook)에서 강조한 내용 그대로다. 과거 수년 동안 발생한 테러 사건 중에 초기엔 경찰이 알카에다의 개입을 부정했지만 결국 사실로 드러난 경우가 많았다.”

핵심 조직의 힘이 막강했고 빈 라덴이 살아있었던 시절 알카에다는 9·11 테러와 같은 엄청난 사건을 다시 꾸미는 일에 주력했다. 이런 공작엔 수십만 달러의 자금과 광범위한 물자 지원(extensive logistical support)이 필요하다. 하지만 알카에다 지도층을 목표로 한 끈질긴 무인항공기(drone) 공격과 지난해 빈 라덴을 사살한 네이비실의 과감한 공격으로 알카에다 핵심 조직은 그렇게 엄청난 테러(such apocalyptic spectaculars)를 계획하거나 실행에 옮길 만한 능력을 잃었다.

미국 국적을 지닌 안와르 알-아울라키가 이끌던 알카에다 예멘 지부 같은 조직들은 목표를 현저하게 낮췄다(lowered the bar considerably). 이들은 미수에 그친 폭탄 테러 음모 몇 건과 미국 텍사스주와 아칸소주에서 단독범들이 저지른 군인 저격 사건에 연루됐다. 미국은 결국 아울라키를 사살했지만 그의 존재 여부와 상관 없이 메라 같은 단독범이 유사한 전술을 이용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었다. 메라는 테러범의 목표로 인식되지 않던 도시(툴루즈)에서 비번인(who weren’t on duty) 군인들을 공격했다. 그 다음엔 한 학교에서 유대인들과 그 자녀들을 목표로 삼았다. 이런 음모는 계획과 실행이 비교적 쉬운 반면 사전 감지와 저지는 어렵다. 그러면서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는 효과가 크다.

“(테러 사건에서) 목표는 매우 중요하다”고 호프먼은 말했다. “범인은 상징적인 가치를 지닌 목표를 선택하려고 심사숙고한 듯하다. 메라가 알카에다의 정식 대원이 아니었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다. 자와히리는 이 뉴스를 보면서 ‘조직원들이 간접적으로나마(vicariously) 내 말을 잘 듣고 있으니 이런 전략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즉흥적인 테러의 위험은 (비록 극소수 개인의 소행일지라도) 사회 안전성에 대한 대중적 신뢰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위협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고 생각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켈리는 말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지난 10년 동안 경찰이 테러 조직의 활동 저지와 테러 위협에 대한 경계태세 강화라는 측면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논란이 거세지던 시점에서 발생했다.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반발이 있다”고 호프먼은 말했다. “엄격한 공항 보안이나 경찰의 감시 강화에 대해 사람들은 ‘테러에 관한 일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경찰의 예방조치를 과대망상증의 결과(an expression of paranoia)라거나 비용 낭비로 본다.” 일례로 켈리와 NYPD는 감시작전의 수행을 위해 법의 허용 한계를 넘어섰다는(pushing the edge of the legal envelope) 언론의 비난을 들어왔다. “우리는 수사인력을 감시업무에 활용하지만 법을 어기진 않는다”고 켈리는 말했다.

워싱턴 DC 경찰청의 캐시 래니어 청장은 뉴스위크에 “켈리와 NYPD의 광범위한 정보수집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NYPD는 그 정보 중 상당량을 신속하게 다른 경찰기관들과 공유한다. “우리 할머니는 ‘어떤 일을 해도 욕을 먹고 안 해도 욕을 먹을 바엔 하고 나서 욕먹는 편이 낫다’고 말하곤 했다. 막상 테러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나면 사람들은 경찰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툴루즈에서는 당국이 사전에 어떤 정보를 알고 있었으며, 어떤 정보를 놓쳤는지에 관한 논란이 시작됐다.



번역 정경희위 기사의 원문은http://www.thedailybeast.com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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