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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 Book - 『세상의 모든 거북이들에게』

Econo Book - 『세상의 모든 거북이들에게』

KBS의 개그콘서트란 프로그램에 ‘불편한 진실’이란 코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코너의 성공비결은 ‘까발리기’다. 우리가 인사치레로 혹은 무심코 던지는 언행의 속뜻을 짚어내 웃음을 자아내곤 한다. 이 책이 그렇다. 불편하지만 유용하다. 토끼처럼 빠르지도 못하고 사자처럼 용맹스럽지도 못한 ‘거북이’란 별로 내세울 집안, 학벌, 능력을 갖추지 못한 보통사람들에 대한 은유다.

편집자의 고심이 담긴 제목이 시사하듯 이 책은 일종의 자기계발서이다. 그렇다고 능력을 키우거나 마음을 닦는 비법을 담은 것은 아니다. 영세한 부동산중개인으로 시작해 백만장자가 되었다는 지은이가 보통사람들이 정글 같은 사회에서 살아남고, 나아가 성공하기 위한 지침을 정리한 것이다. 한데 상당히 노골적이다. 우선 “사회는 유치원의 놀이터가 아니다! 현실은 잔혹하고 포악한 정글이다. 정글 속 포식자들은 우리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나 내면의 열정, 직업윤리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라고 단언한다. 열심히, 간절히, 꾸준히 노력한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한다.

맞는 말 아닌가. 선의가 반드시 통하는 것은 아니고 노력이 반드시 보답을 받는 것은 아니란 사실은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느끼는 것 아닌가. 이 점만으로도 이 책은 여느 자기계발서와 차별화된다. 거의 모든 자기계발서들이 성선설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현실은 이와 매우 다른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불편하지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여기에서 통할만한 지침을 제시하는 이 책은 들춰볼 이유가 충분하다.

긍정의 힘을 강조하거나 좋은 인간관계를 맺기 위한 요령 같은 것은 한 구절도 보이지 않는 이 책은 우선 기존의 성공학 책들이 소용없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상당히 설득력 있다. 우선 성공은 독선을 낳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성공한 이들은 긍정적 사고방식이나 직업윤리 같은 것을 지나치게 강조하기 쉽다는 것이다. 또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을 죄인 취급하는 언론이나 대중의 분위기 탓에 실제적인 성공비법을 솔직히 공개하기 꺼린다는 점을 든다. 마지막으로 성공학 저자들은 더 쉽고 인기가 있기 때문에 현실 문제를 빠뜨리고 독자들이 믿고 싶어 하는 윤리적 ‘성공신화’를 쓴다고 지적한다.

이런 전제를 깔고 시작한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가벼움’이다. 책 전체를 통틀어 지은이의 학벌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위인이나 선현들 말씀도 보이지 않는다. 폼 잡을 일이 없으니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난 ‘원칙’을 ‘~이론’ 하는 식으로 내놓는데 그친다. 당연히 그 이론이란 것이 학계의 인정을 받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엉클 조지 이론’이란 게 나온다. 긍정만으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건데 지은이가 어렸을 적에 만난, 구멍가게에서 하루 14~16시간씩 평생 일한 조지 아저씨에게서 얻은 교훈이다. 그 요체는 “오랜 시간 쉬지 않고 죽어라 열심히 일하는 것이 당신의 목표라면 단 한 가지는 보장받을 수 있다. 늙어가는 것!”이란다.

인간은 누구나 죽으며 주어진 시간은 한정돼 있다는 ‘필사의 이론’과 약 500억 년 이후에는 태양이 소멸해 지구는 얼어붙은 하나의 공이 된다는 ‘아이스볼 이론’의 조화도 눈에 띈다. 필사의 이론이 “사는 동안 한 번 해보자”란 다짐을 준다면 ‘아이스볼 이론’은 지금 우리가 가진 문제는 지극히 하찮고 별것 아니라는 안정감을 준다. 두 이론을 병행해야 즐기면서 일하고 결국은 성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있다. ‘승리하는 거북이 이론’이다.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영화 ‘졸업’을 예로 들면서 파티에서 군중 속 중심이 되는 것은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남보다 빨리 출발하는 것이 눈에 띌지는 모르지만 결과는 경기가 끝난 다음에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다.

그런가 하면 유기화학 강의실에서 만난 허풍쟁이를 통해 터득한 ‘유기화학 교실 이론’도 나온다. “누가 잘난 체하려고 해도 신경 쓰지 말고 당신의 일에 집중해라. 제대로 된 지식이든, 그저 아는 척하는 것이든 거기에 영향받지 마라. 그 사람이 뭘 얼마나 알고 있든 간에 그것은 당신의 성공과는 무관한 일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란 입장을 고수하라”는 내용이다.

이 책에도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중개라는 지은이의 체험에 전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사례가 제한적이란 한계가 보인다. 그래도 거래 상대를 착하지만 나쁜 놈(미안해 하면서 빼앗는 타입), 노골적으로 나쁜 놈(대놓고 빼앗는 놈), 음흉하게 나쁜 놈(관심 없는 척 빼앗는 타입) 세 부류로 나눠 각각의 교훈과 대처법을 뽑아내는 등 책의 가치는 상당하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나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이 스테디셀러 또는 베스트셀러가 된 것과 같은 존재 이유가 있어 보인다.

끝으로 하나 더. ‘칭찬에 춤추는 고래가 되지 말라’고 당부한다. 누군가로부터 “굉장해요! 정말 잘 해냈군요”라는 말을 듣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성공’은 아니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돈이지, 공치사가 아니란 이유에서다. 직장에 다니든 사업을 하든 ‘거북이’를 위한 성공비법은 아닐지라도 생존비결은 되는 책이다.



월드 3.0

새로운 세계관이 필요하다
이 책은 ‘세계는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세계화 찬양자를 노골적으로 비판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반세계화주의자는 아니다. 저자는 진정한 세계화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새로운 세계관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추천사를 쓴 미셸 캉드쉬 전 IMF 총재는 이 책에 대해 “세계화, 시장 실패, 시장 통합을 생각하는 포괄적인 사고의 틀”이라고 썼다.

▒ 판카즈 게마와트 지음

▒ 지식트리 02-724-7851 2만5000원



푸드쇼크

식량으로 분석한 자본주의
식량을 통해 자본주의를 파헤치는 책이다.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책 한 구절로 소개를 대신한다. ‘자본주의자들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믿을 수 없는 기술 진보와 부의 창출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지만, 분배의 정의와 민주주의 방면의 참패에 관해서는 입을 닫는다. 가장 위험한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 바로 삶과 건강의 근간이 식량 방면이다.’

▒ 로버트 앨브리턴 지음

▒ 스피드페이퍼 02-3443-1512 1만5000원



분노의 경제학

경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경제를 살리겠다던 CEO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간다. 대통령 탓만은 아니지만, 어쨌든 경제는 살리지 못했다. 이 책의 저자는 잘못된 경제 담론이 잘못된 경제 정책을 낳는다고 썼다. 예를 들어, 지나친 물가안정 강박증은 오히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식이다. 광범위한 경제 문제를 다루는데, 참신한 시각이 돋보인다.

▒ 권화섭 지음

▒ 서해문집 031-955-7470 1만5000원



급매물의 여왕

급매물 투자 가이드북
이 책은 급매물 투자 가이드북이다. 급매물 투자를 위해 어떤 절차와 노하우가 필요한지 쉽게 설명했다. 저자는 기본 수익을 확보하고 시작하는 급매물 투자는 잘만하면 경매를 능가하는 고수익을 가져다주는 알짜 재테크라고 말한다. 지혜라는 가상인물이 급매물 투자를 하며 겪는 에피소드와 과정을 재밌게 풀어썼다.

▒ 노성환 지음

▒ 맛있는책 02-466-1207 1만3000원



스쿼크

누가 조직을 흔드는가
책 제목 스커크(squawk)는 ‘꽥꽥 울다’는 뜻이다. 저자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갈매기가 꽥꽥거리듯이 부하를 다그치는 상사를 스쿼크에 비유했다. 스쿼크는 개인만 놓고 보면 열정적이지만 알고 보면 구성원의 사기를 떨어뜨려 조직의 성과에 악영향을 미친다. 물론 스쿼크는 자신이 그런 존재인지 모른다. 당신은 어떤 상사인가.

▒ 트래비스 브래드베리 지음

▒ 살림 031-955-4694 1만3000원



나무야 미안해

나무를 사랑한 푸른 눈 한국인
광복 직후 미군 정보장교로 한국에 온 칼 페리스 밀러는 한국에 푹 빠져 1979년 귀화했다. 이름을 민병갈로 바꾼 그는 2002년 직장암으로 별세하기까지 천리포수목원을 가꾸며 살았다. 국내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었다. 한국과 나무를 사랑했던 그를 기리는 책이 서거 10주년을 맞아 출간됐다. 읽을거리, 볼거리가 풍성하다.

▒ 임준수 지음

▒ 해누리 02-335-0414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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