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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성능은 올리고 가격은 내린다

[car] 성능은 올리고 가격은 내린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성능 좋은 수입차가 한국 자동차 시장을 질주하고 있다. 기존 모델을 풀 체인지 하면서 성능은 업그레이드 시켰지만 값은 오히려 내리거나 비슷하게 책정한 차들이 주인공이다. 대부분 이미 수십 년간 세계 무대에서 인정 받은 차들로 신차 발표는 곧 가격 인상이라는 공식을 깨고 있다.

우선 눈길을 끄는 차가 BMW 320d와 토요타 뉴캠리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두 차는 3월에 나란히 449대가 팔려 수입차 판매 집계에서 공동 3위에 올랐다. 두 차 모두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운전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링카다. 이번이 6번째 모델인 BMW 320d는 이전 5세대 모델까지 전 세계적으로 1250만대가 팔렸다. BMW 전체 판매 대수의 32.6%에 해당한다. 토요타의 뉴캠리는 7번째 모델이다. 이 역시 6세대 모델까지 1400만대 넘게 팔릴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차다.

올 2월 나온 BMW 320d의 판매량은 갈수록 늘고 있다. 두 달 만에 804대를 팔아 2012년 누적 판매 순위에서도 단숨에 5위를 기록했다. 6년 만에 완전히 바뀐(Full Changed) 모델로 출시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띠는 부분은 길어지고 커진 외형. 길이가 이전 모델보다 93mm, 휠베이스는 50mm 길어졌다. 덕분에 뒷자석 무릎공간에 15mm, 헤드룸에 8mm의 여유 공간이 생겼다. 트렁크도 기존(480리터)보다 20리터 늘어났다.



FTA 효과 반영연비와 성능도 눈에 띠게 향상됐다. 특히 이번 3시리즈부터는 디젤 연료를 사용하면서 L당 평균 22km가 넘게 달릴 수 있다. 320d ED 모델은 L당 연비가 23.8km다. 웬만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연비다. 달리기 성능도 좋아졌다. 직렬 4기통 2.0리터 터보디젤 엔진과 신형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최고출력은 184마력, 최대토크는 38.8kg·m이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100km/h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7.6초, 최고속도는 230km/h다. 그 밖에 내비게이션 기능이 포함된 8.8인치 모니터,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을 장착하는 등 편의장치가 추가됐다.

이런 성능과 편의사양을 갖추고도 가격은 예전 모델보다 싸다. 기존 5세대 320d에 비해 280만원이 저렴한 4500만원부터 살 수 있다. 시리즈의 새로운 차량을 내놓으면 가격을 올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오히려 저렴한 가격으로 신차를 출시해 놀라게 했다. BMW측은 비용 절감과 자유무역협정(FTA) 관세 인하분을 자동차 가격에 반영한 결과라고 이유를 밝혔다. BMW코리아의 김효준 대표는 “BMW의 자체 설비투자와 유통구조 변화를 통해 비용 절감에 성공했다”며 “BMW 3시리즈는 독일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한·EU FTA의 관세 인하분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의 FTA도 발효가 되는대로 차 가격에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올 1월 나온 토요타의 7세대 뉴캠리 역시 가격을 내린 신형 모델이다. 6세대 모델에 비해 가솔린 모델은 100만원, 하이브리드 모델은 300만원을 인하했다. 출시 보름을 앞두고 시작된 사전 예약 대수만 1000대를 넘었을 정도 관심이 컸다. 지난해 사전 예약 1000대를 넘긴 차량은 닛산의 박스카 큐브가 유일했다.

뉴캠리는 6세대 모델에 비교해 외형과 기능 등 전 모델의 장점을 대부분 남겨뒀다. 그럼에도 성능과 미세한 기능을 상당 부분 업그레이드 시켰다. 토요타 관계자는 “기존 모델에 비해 총 103가지가 변했다”고 말했다. 2.5L 엔진을 장착했다는 것은 기존 모델과 같다. 하지만 출력은 가솔린 모델 181마력과 하이브리드 모델 203마력으로 높아졌다. 연비도 개선됐다. 가솔린 모델의 연비는 L당 12.8km, 하이브리드 모델은 L당 23.6km다.

7세대 캠리가 성능을 개선하고도 가격을 내린 건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서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간판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HG 2.4모델을 겨냥하고 있다. 출시 전부터 그랜저를 경쟁 차종으로 지목했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 사장은 “한국 시장에서 그랜저와 정면 대결 하겠다”며 “올해 판매목표는 6000대”라고 말했다. 그가 목표로 밝힌 6000대는 지난해 판매량(2000대)보다 크게 늘려 잡은 수치다.



지난해 12월 나온 혼다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형 CR-V 역시 성능은 올리고 가격을 내린 대표적인 차종이다. CR-V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 연속 수입 SUV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이번에 나온 신형 CR-V는 4세대 모델로 3세대보다 최고 120만원 저렴한 3270만~247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엔진은 2354㏄ 직렬 4기통 엔진을 장착했다. 최고출력 190마력에 최대토크는 22.6㎏·m다. 전자제어식 자동5단을 물렸으며 구동방식은 2WD(전륜구동)와 4WD 두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연비는 2WD이 L당 11.9㎞, 4WD L당 11.3㎞다. 최고출력이 20마력 높아졌음에도 연비는 15% 개선됐다.

혼다의 또 다른 베스트셀링 모델인 시빅 역시 지난해 말 기존 모델에 비해 200만원 정도 저렴한 가격에 새 시리즈가 나왔다. 가솔린 모델은 2690만원, 하이브리드 모델은 3690만원이면 살 수 있다. 최고출력은 올랐지만 연비는 좋아졌다. 가솔린 모델의 연비는 기존 모델보다 9% 향상돼 L당 14.5km고, 하이브리드는 L당 23km에서 24.7km로 개선됐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일본 본사가 최대한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노력했고, 혼다코리아도 마진을 최소화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차는 점유율 회복 노려유럽 자동차 브랜드도 가격 인하 경쟁에 가세했다. 아우디 A6는 이전 모델보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면서도 160만~190만원의 가격을 인하했다. 일반적으로 가솔린 모델보다 가격이 더 높은 디젤 모델을 가솔린 모델과 동일하게 책정하는 등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다. 덕분에 아우디 A6 TDI 콰트로는 올 1월부터 3월까지 580대가 팔렸다. 수입차 판매 순위 8위권이다. 4월 중순 나온 벤츠 B클래스도 주행 성능을 개선하고, 에어백 등 편의장치를 늘렸음에도 가격은 직전 모델과 거의 동일하게 책정했다.

최근 수입차 브랜드의 신차들이 줄줄이 가격을 내린 것에는 한·EU FTA의 영향이 크다. BMW 3시리즈 외에도 지난해 출시한 아우디 A6, 올 4월에 출시한 벤츠 B클래스 등의 유럽 자동차가 관세 인하의 효과를 보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차 브랜드 역시 차 값을 내려 신차를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차들은 지난해 유럽차에 밀려 상처 난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의지 또한 대단하다. 한국 시장에서 수입차는 점유율을 점점 늘려가고 있다. 경쟁도 더 치열해 졌다. “올해 수입차 업체들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며 국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던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우려가 엄살만은 아니다.



박성민 이코노미스트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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