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상홍 KT파워텔 사장 - 무전통신 파생상품으로 제2 도약 노린다
[CEO] 이상홍 KT파워텔 사장 - 무전통신 파생상품으로 제2 도약 노린다
이상홍(57) KT파워텔 사장은 취임 직후인 3월 22~23일 도고의 KT수련원에서 ‘2012 KT파워텔 소통과 교류의 장’ 행사를 열었다. ‘즐거운 일터’를 모토로 내세운 그는 1시간 동안 전 직원 앞에서 자기 소개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졸업도 채 안 한 여대생 꼬셔 결혼했고’ ‘대구 촌놈 84년 KT에 입사’ ‘풀 코스 완주 후 허리 다치고도 마라톤 예찬론 펴는 단순 무식형’ ‘마음만 주지 말고, 물건만 주지 말고, 작은 물건에 마음을 담아주자’ 등 살아온 이력, 성격, 인생 선배로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진솔한 문구를 곁들여 털어놨다.
이 사장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서 직원들과 좀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를 거쳐 KT연구소장, KT종합기술원 부원장을 역임한 그는 KT그룹의 이동통신 연구개발 부문을 총괄해왔다.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소탈하고 편안한 인물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상홍 사장은 부임 직후 전국을 돌며 직원들을 만났다. 첫 행선지는 지역본부였다. 전국 각 지역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고충을 듣고 반영하겠다는 의미였다. 예전 사장들이 본사부터 챙기고 지역본부를 방문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 사장은 지역본부 직원과 만난 자리에서도 소통과 감성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먼저 보여주고,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본부 방문 후에는 본사에서도 취학 아동을 둔 직원에게 학용품을 선물했다. 화이트데이 때는 여직원들에게 사탕을 전달했다. 결혼기념일을 맞은 직원에게는 모든 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격려를 했다.
올해 필요한 건 ‘절박함’ 그러면서 그는 “올해 KT파워텔에 가장 필요한 건 절박감”이라며 남다른 각오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1985년 출범한 전국 무전통신사업자 KT파워텔은 KT의 자회사다. 이 회사의 주력은 주파수공용통신(TRS) 사업이다. 무전기술로 청와대, 국정원, 국립의료원, 해양경찰청 등에서 이 회사가 만든 무전 단말기를 쓰고 있다. 여러 명과 한꺼번에 통신할 수 있는 무전 기능이 필요한 화물차, 택시, 택배 사업자도 주요 고객이다. 현재 가입자 수는 37만명이다.
문제는 회사의 매출과 이익이 정체 상태라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매출은 1200억~1300억원, 이익은 130억~140억원에 머물고 있다. 버튼 한번만 누르면 수 천명과 동시에 통화할 수 있는 전국 무전서비스가 특징인 이 회사의 TRS사업이 제자리 걸음이어서다. 가입자를 늘려야 매출과 이익이 늘지만 기존 사업만으론 한계가 있었다. 몇 년 전까지 1년에 1만~2만명 넘게 새로운 가입자를 유치했지만 지난해엔 6000명으로 꺾였다.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절감한 이 사장은 그래서 현장영업 중심으로 조직부터 바꿨다. 기업영업을 전담하는 비즈(Biz) 부문을 새로 만들어 밀착형 영업 시스템을 꾸렸다. 이 사장은 “TRS는 1 대 다(多) 통화에서 다른 통신수단과 비교해 즉시성과 비용 절감 효과가 뛰어나다”며 “물류, 레저, 공공기관 등 잠재 수요가 아직 크기 때문에 개척할 시장이 넓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라인업도 강화한다. 우선 7월에 무전기 기능을 탑재한 TRS 스마트폰을 내놓는다. KT와 KT파워텔 망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기반 ‘DBDM(Dual Band Dual Mode) 스마트폰’이다. 세계 첫 제품이다. 이 회사의 기존 제품은 피처폰 기반이었다. 스마트폰이 대세인 요즘 피처폰으로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앞으론 스마트폰 기반의 제품이라 구닥다리 취급을 받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조사는 독보적인 무전기술을 가지고 있는 모토롤라다. KT파워텔에서는 자전거·등산·낚시 등의 동호회와 젊은층을 겨냥한 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더불어 DBDM 스마트폰의 고객 맞춤형 프로그램도 내놓는다. 이 사장은 “TRS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각 고객에 맞는 소프트웨어도 따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콜택시 기사를 위해 TRS 스마트폰에 배차 프로그램을 탑재하는 것이다.
이 사장은 올해 공략 대상으로 삼은 시장은 또 있다. 선박 통신시장과 국가재난망 구축 사업이다. 모두 무전기능을 입힌 TRS 휴대폰이 필요한 시장이다. 그는 “국내 선박들은 근해에서 조업할 때 일반 휴대폰을 사용하지만 이동통신사 휴대폰은 해안 커버리지가 30km 정도 밖에 안 된다”며 “KT파워텔의 TRS 휴대폰은 동해, 서해, 남해 모두 50km 정도 나가도 터진다”고 설명했다.
KT파워텔은 2년 전부터 선박시장 진출을 위해 해상기지국을 100개 정도 늘려 해양통신망을 구축했다. 덕분에 해양경찰 고객을 6000명 정도 확보했다. KT파워텔이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선박시장 규모는 5만~6만대 수준이다. 이 사장은 “어선들은 협업을 하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선박과 통화할 수 있는 무선 기능이 필요하다”며 “이들을 우리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된 사업도 있다. 어선법 개정안이 통과돼 5t이 넘는 선박은 의무적으로 위성항법장치(GPS)를 장착해야 한다. 이 사장은 KT파워텔의 해상망을 활용해 이 사업에 뛰어든다는 방침이다. 해상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인 것이다.
해양통신시장 노려올해 결정되는 국가 재난안전무선통신망 사업에 KT파워텔이 참여하는 것도 목표다. 재난망은 행정안전부에서 폭우, 테러 등 국가 비상상황을 대비해 구축하는 것으로 일반 휴대폰이 트래픽 폭주로 무용지물이 될 때 군, 경찰, 소방방재청 등이 자체적으로 사용할 통신망이다. 후보로 오른 기술방식으론 와이브로, 테트라, KT파워텔의 아이덴이 있다. 이 사장은 “와이브로와 테트라는 정부가 처음부터 전국에 다 깔아야 하기 때문에 예산이 각각 1조2000억원, 9900억원이 들지만 우리의 TRS 휴대폰을 쓸 수 있는 아이덴은 이미 상용화 됐기 때문에 4900억원이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KT 파워텔은 재난망을 구축하는 기술이 지역별로 나눠질 것을 고려해 재난망을 깔고 나서 필요한 20만대 단말기 중 3~6만대 정도를 KT파워텔이 공급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사업을 바탕으로 가입자 수를 올해 40만, 2015년 50만명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남승률 이코노미스트 기자 namo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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