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NOLOGY] 적과의 동업?
[TECHNOLOGY] 적과의 동업?
지난해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와 반스앤노블은 볼썽사나운 법정 싸움을 벌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반스앤노블의 전자책 단말기인 누크(Nook e-reader)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소송이 취하됐고, 두 회사는 새 합작사업을 시작한다. 말 그대로 양측이 칼을 거둔 셈이다. 앤드루 리스 마이크로소프트 사장은 자사의 엔지니어들이 오랫동안 반스앤노블과 협력을 모색해 왔으며 변호사들이 특허를 두고 싸우고 있을 때도 그랬다고 말했다. “죽기 아니면 살기식(an all-or-nothing situation)처럼 보일 수 있지만 우리 마이크로소프트의 방식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다른 회사들은 마이크로소프트와는 다르다.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두고 구글을 상대로 “열핵전쟁(thermonuclear war)”을 벌이겠다고 위협하며 “숨을 거두는 그 순간(last dying breath)”까지 안드로이드 말살에 투신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안드로이드가 애플의 운영체제를 베꼈다고 믿었다. 아니나 다를까 애플은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전화 제조사를 상대로 수많은 소송을 걸었고, 지금까지 합의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오라클의 CEO이자 잡스와 친했던 래리 엘리슨도 안드로이드와 관련해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에서는 양측이 모두 형편 없이 행동해서 판사에게 “터무니없다(ridiculous)”(구글)거나 “제정신이 아니다(crazy)”(오라클)라는 꾸지람을 들었다. 애플도 안드로이드 건으로 판사로부터 유치한 행동이라고 야단맞았다. 가장 최근에는 저명한 순회판사인 리처드 포스너가 “애플의 시시한 문제 제기에 신물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회사들에 비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심술 난 아이들로 가득한 시장 속의 유일한 어른처럼 보인다. 반스앤노블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소송도 누크의 기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와 연관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HTC, LG, 삼성 같은 여러 안드로이드 기기 제조사에도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법정에서 소란을 피우는 일 없이 신속하게 합의했다. 애플과 오라클이 성전(聖戰)을 치르는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판매되는 기기 한 대 당 약간의 저작권료를 받는 방식으로 돈만 챙기고자 한다. “단지 우리가 이룬 혁신의 보상을 받으려는 것일 뿐”이라고 리스가 말했다. “우리는 성숙하고 현실적이 되고 싶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성숙함이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들은 이제 반스앤노블의 누크 사업과 대학 교재 사업을 분리해 마이크로소프트와 합작회사를 세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3억 달러를 투자해 17.6%의 지분을 확보했으며, 향후 5년간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뉴코(Newco)’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합작회사는 판매되는 태블릿 기기 대당 마이크로소프트에 저작권료를 지불하게 된다. 또 반스앤노블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차기 운영체제 윈도우8에서 구동되는 누크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한다. 안드로이드 대신 윈도우를 사용하는 새로운 누크가 개발되리라는 추측도 있다.
아무튼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의 아이패드와 아마존의 킨들을 상대로 한 힘든 싸움에 직면했다. 킨들은 누크보다 두 배 더 많이 팔린다. 반스앤노블의 CEO 윌리엄 린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력이 누크의 도약에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료주의적인 거대 소프트웨어 기업과 시장에서 한 수 뒤지는 전자책 단말기를 한 데 묶는 건 재앙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회의적인 한 업계 전문가는 “뭉치면 산다는 말이 항상 옳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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