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1등, 역전 기업 보고서 - 도전·혁신·스피드로 1등 추월
2등→1등, 역전 기업 보고서 - 도전·혁신·스피드로 1등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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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가 국내 맥주시장 1위 자리로 다시 올라섰다.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2월말 현재 오비맥주 전체 제품 출고량(수출 포함)은 1328만9500상자로 시장점유율 53.5%를 기록했다. 하이트진로 출고량(수출 포함)은 1156만2900상자로 46.5%다.
오비맥주가 1위로 올라선 것은 1996년 하이트맥주에 정상을 내준 지 15년 만이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두산그룹 계열사 오비맥주(당시 동양맥주)가 독주했다. 시장점유율은 70%에 육박했다. 하지만 1991년 두산전자 구미공장의 페놀원액 저장탱크에서 30t의 페놀원액이 유출돼 상수원을 오염시킨 낙동강 페놀사건 이후 하향세를 탔다.
만년 2위였던 하이트맥주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1993년 하이트맥주를 출시했다. ‘지하 150m에서 천연 암반수를 끌어올려 만든 맥주’라는 컨셉트로 큰 인기를 끌었다. 1996년 11월 하이트맥주의 시장점유은 43%를 기록해 41.7%에 그친 오비맥주를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이후 2005년 하이트맥주 점유율은 56%까지 올랐고 부진을 탈출하기 위해 오비맥주는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다. 1995년 동양맥주에서 오비맥주로 사명을 교체하는가 하면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확장했다. 오비맥주는 1998년 벨기에 맥주업체 인터브루에 매각됐다가 2009년 다시 세계 2위 사모펀드인 KKR로 넘어갔다. 하지만 부진의 늪은 더 깊어졌다.
오비맥주는 변화를 시도했다. 2007년 간판 브랜드 ‘오비’를 과감히 버리고 ‘카스’를 대표 브랜드로 내세웠다. 그해 4월 취임한 이호림 사장의 아이디어였다. 처음에는 반대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이 사장이 밀어붙인 ‘카스 메가브랜드(하나의 브랜드 아래 다양한 제품을 개발) 전략’은 오비맥주를 맥주업계 강자로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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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소비자층의 미각을 자극하는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펼친 것이다. 카스의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졌다. 영국의 시장조사전문업체 ‘시노베이트’의 맥주 브랜드 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카스맥주는 2009년 1위에 올랐다. 2008년 1위는 하이트맥주였다.
오비맥주는 2010년 2월부터는 재고물량을 줄이는 승부수도 띄웠다. 당시 내부에서는 반론이 많았다. 물량을 줄이게 되면 출고량이 줄고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맥주는 고도주인 소주와 달리 오래 보관하면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맛이 떨어진다”며 “재고를 없애 회전 기일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재고물량을 줄이기 시작한 이후 3개월간 출고량은 1550만 상자에 그쳤다. 전년 동기보다 150만 상자가 줄었다. 물량이 줄면서 덩달아 회전기일이 빨라졌다. 오비맥주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기간은 한 달이 채 걸리지 않는다. 기존엔 6개월은 기본이었다. 그러자 현장에
서 ‘오비맥주의 맛이 달라졌다’는 말이 돌았다. 레시피 또는 원재료를 바꾼 게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왔다.
소비자의 호평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오비맥주 역전은 지난해 1월 카스맥주는 국내 출고량이 하이트맥주를 앞지르면서 예고됐다. 카스는 4월까지 하이트와 월별 출고량이 엎치락뒤치락했지만 5월부터 점차 격차가 벌어졌고 결국 하이트맥주는 오비맥주에 선두 자리를 빼앗겼다. 김인규 하이트맥주 사장은 “오비맥주가 하이트맥주를 앞지르기 위해 수년간 준비해 왔지만 우린 거기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며 “우리는 오비맥주에게 졌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오비맥주 사례처럼 2등 기업이 1등을 역전하는 일은 종종 벌어진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선두였던 애플이 지난해 3분기(7~9월) 아이폰을 1700만 대 판매하는 데 그쳐, 2000만 대 이상을 판매한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스마트폰 기업이 됐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진입을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2009년 옴니아 2로 애플 아이폰3GS에 도전장을 냈다. 그러나 정전식 터치스크린이 제공하는 사용자 환경(UI)과 애플 앱스토어의 풍부한 콘텐츠 생태계를 갖춘 아이폰3GS에 대항하는 데는 힘이 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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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빨 빠르게 대응한 삼성전자애플이 아이폰3GS를 처음 내놓았던 2009년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4.4%이었던 반면 ‘옴니아2’로 응수했던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3.7%에 불과했다. 삼성전자는 옴니아2 실패 이후 구글과 손잡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제품을 발 빠르게 내놓기 시작했다. 갤럭시S, 갤럭시S2 등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부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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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통신칩의 중요성을 감안해 2G 통신망 상용화와 동시에 칩 개발을 시작했다. 그러나 퀄컴칩에 비해 소비전력이 너무 커서 내수용으로 소량 공급했을 뿐 상용화엔 사실상 실패했다. 삼성전자는 이후 통신칩 개발기능을 반도체사업부에서 휴대전화사업부로 옮겨 연구개발(R&D)에 몰두해왔다.
삼성전자가 3세대(3G)를 건너뛰고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통신칩을 상용화한 것은 2009년. 업계에 따르면 국내와 미국 샌디에이고 연구소에서 LTE 통신칩 상용화에 크게 기여했다. 이렇게 개발한 통신칩을 ‘갤럭시탭10.1’‘갤럭시넥서스’등에 적용한 뒤, 올해 최대 전략제품 갤럭시S3에 장착함으로써 완성도를 입증했다.
그 결과 올 3월 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막을 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2012에서 갤럭시S2는 아이폰4S를 제치고 지난해 최고의 스마트폰으로 등극했다. 신형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뛰어난 하드웨어 기능과 수준 높은 디스플레이, 탄탄한 글로벌 유통망의 합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1등 기업을 모방하기 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거나 핵심 사업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며 “제품과 기술의 수명이 짧아지면서 1등과 2등이 결전을 벌이는 주기가 과거보다 짧아 2등에게는 역전의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KT경제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1등을 따라잡은 2등의 공통점은 ‘게임의 룰을 바꿨다’는 데 있다. 2등은 기존 게임의 룰로는 판세를 뒤집기 힘든 만큼 과감한 도전을 통해 성공을 일궜다. 펩시가 코카콜라를 넘어선 방법은 좋은 예로 꼽힌다. 1996년은 코카콜라와 펩시의 ‘100년 콜라 전쟁’에서 펩시가 패배한 해로 기록돼 있다. 당시 코카콜라의 로베르토 고이수에타 최고경영자(CEO)는 “펩시에 신경 써야 할 필요를 더는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펩시는 네슬레에 이어 매출액 기준 세계 2위의 종합 식음료기업이 됐다. 코카콜라를 제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펩시가 승부수를 던진 곳은 탄산음료 시장이 아니었다. 코카콜라가 탄산음료 시장에 집중하고 있을 때 웰빙 트렌드를 포착하고 주스와 스포츠 음료, 스낵 시장에 진출해 좋은 성과를 냈다.
펩시와 같은 전략으로 선두 기업으로 오른 곳이 있다. 바로 모바일 게임업체인 게임빌이다. 게임빌은 지난 10년 동안 2인자였다. 그랬던 게임빌이 지난해 매출 420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1위인 컴투스를 눌렀다. 2000년 설립 당시 게임시장은 온라인 게임시장이 주 무대였다.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는 것은 매우 낯선 장면이었다. 그러나 송병준 게임빌 대표는 모바일 게임에 매진했다.
그러나 2000년 중반까지도 모바일 시장은 온라인 게임 시장보다 작았기 때문에 모바일게임에 치중하는 게임빌이 성장이 한계에 부딪쳤다. 게임빌의 2008년 매출은 154억원으로 컴투스(300억원)에 비해 절반에 그쳤다. 기회는 찾아왔다. 바로 스마트폰의 등장이다. 송 대표는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뛰어들었다. 스마트폰의 높은 해상도를 지원하고 정전식 조작에 특화된 터치 포인트 시스템을 탑재해 빠르고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앱스토어, 안드로이드마켓 등 오픈마켓의 등장은 이동통신사 위주의 콘텐츠 유통구조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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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 유료화로 유저 공략한 게임빌게임빌은 온라인 게임에서 하는 것과 그래픽과 타격과 제스처 투구 등 신선한 기능으로 무장해 2002년 프로야구 게임을 첫 출시했다. 모바일 게임 매니아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게 됐다. 첫 출시한 1편은 누적 다운로드 50만건을 기록했다. 게임빌 ‘프로야구’ 4개의 시리즈는 누적 다운로드 1400만 건을 넘어선 게임빌의 간판 브랜드가 됐다. 프로야구(스포츠)에 이어 제노니아(역할수행게임), 카툰워즈(액션), 에어 펭귄(아케이드) 등을 출시하며 게임빌의 성장의 핵심동력이 됐다. 2006년 매출 100억원대 였던 게임빌은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화된 2009년 244억원으로 급증했다.
게임빌은 무료 서비스로 이용자 확대를 꾀한 후 부분유료화 등으로 매출을 올리는 ‘프리투플레이(Free To Play)’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료 아이템을 할인가격으로 탑재한 버전도 함께 출시했다. 또 과거 모바일게임 기업은 자체적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게임빌은 중소 모바일 개발사의 협력을 통해 퍼블리싱(유통)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게임빌은 지난해 6월 100억원 규모의 투자 자금을 마련해 기존 게임을 인수하거나 개발사 지분투자, 해외 개발사 퍼블리싱 등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다. 현재 블루지앤씨가 개발한 ‘카툰워즈’ 3개 시리즈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공동 투자로 진행하게 되며, 게임빌이 시리즈 전체에 대한 마케팅, 퍼블리싱 담당과 후속작의 공동개발을 진행 중이다.
김영식 게임빌 과장은 “새로운 게임 개발도 중요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인력과 프로그램 개발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며 “아직 시장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경쟁력 있는 게임업체와 제휴해 상품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게임빌은 퍼블리싱 사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김 과장은 “지난해 게임빌 매출 비중 가운데 퍼블리싱이 20%였지만 올해에는 40~50% 차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게임빌은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 등 해외 오픈 마켓에 서비스 중인 30여 종의 게임들과 T스토어, 올레마켓, OZ스토어 등 국내외 오픈 마켓에서 서비스 중인 100여 종의 게임들을 통해 통합 1억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김영식 과장은 “1억만 다운로드는 업계 최초”라며 “주력게임 중 하나인 제노니아와 프로야구를 합친 지난해 다운로드 건수 중 50%이상이 해외 오픈 마켓에서 이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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