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신세계·롯데 하이마트 인수전 - 가전유통 수퍼강자 노린다
[Business] 신세계·롯데 하이마트 인수전 - 가전유통 수퍼강자 노린다
유통업계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가 가전제품 유통사업에서 승부를 벌인다. 국내 대표적인 전자제품 전문 양판점인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인수전에서 잇따라 맞붙게 됐기 때문이다. 롯데쇼핑과 이마트는 5월 8일 한국거래소에 각각 “전자랜드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데 이어 15일에는 하이마트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나란히 제출했다.
하이마트에는 롯데와 신세계 이외에 사모펀드도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홈플러스와 GS리테일이 인수의사를 포기하면서 롯데와 신세계간 라이벌전으로 좁혀졌다. 2010년 기준 국내 전자제품 시장에서 하이마트의 점유율은 35%로 업계 1위다. 그 뒤로 삼성전자의 리빙프라자(20%), LG전자의 하이프라자(15%), 전자랜드(9%) 순이다.
하이마트 점유율 업계 1위하이마트와 전자랜드를 모두 인수하면 점유율은 45%를 넘는다. 롯데나 신세계 중 한 곳이 하이마트·전자랜드를 모두 인수한다면 점유율 50%에 육박하는 대형 가전 유통업체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롯데와 신세계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조심스런 입장이다. 가격대가 맞으면 두 곳을 모두 인수할 수도 있고, 아예 손을 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하이마트의 인수 금액은 1조원대 초반, 전자랜드는 3000억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는 이미 가전 유통업 시장에 진출했다. 롯데마트는 현재 전국 12개 점포에서 ‘디지털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파크는 일본의 빅 카메라처럼 소비자가 매장에서 제품을 직접 써볼 수 있는 가전 전문점이다. 기존 가전매장을 디지털파크 형태로 전환한 롯데마트 잠실점의 경우 지난해 월 평균 매출 신장률이 500%를 넘어섰다.
이마트는 2010년 선보인 이마트 트레이더스 구성점에 가전제품 1000여종을 모은 체험형 매장 ‘매트릭스’를 선보인 이후 현재 3곳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자체 기획을 통해 삼성전자나 LG전자 제품보다 40% 이상 저렴한 ‘반값 TV’를 출시해 유통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손잡고 일반 TV를 스마트 TV처럼 볼 수 있게 해주는 셋톱박스 ‘다음TV플러스’를 독점 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마트와 전자랜드를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롯데는 2018년까지 가전매출을 10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내부 목표를 세웠다. 디지털파크를 올해 6~7개 점포에 확대하고 단독 가두점도 열 계획인 만큼 디지털파크의 경쟁력에 힘을 보태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매출이 늘거나 다른 회사를 인수하면 자연스럽게 독립법인으로 분리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가전 양판점 사업을 키울 의지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이마트도 가전 양판점의 영업망이 더해지면 삼성과 LG 등 대기업이 주도해왔던 공급자 중심의 가전 유통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이미 연간 1조원 어치 넘는 가전제품을 팔고 있는 이들이 전문 양판점까지 인수한다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낼 수 있게 된다. 가령 제품 1개를 사는 곳과 10개를 사는 곳이 있다면 제조사들은 10개를 사는 곳에 제품을 더 싼 값에 공급하게 마련이다. 유통업체는 대량구매를 통해 매입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이익도 더 커진다.
하이마트는 전국적인 점포망을 기반으로 매입단가를 낮췄고, 싼값에 제품을 팔다 보니 더 많은 고객이 몰렸다. 하이마트는 유진그룹과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이 경영권 분쟁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42% 감소했지만 지난해 2500억원의 이익을 냈다.
롯데와 신세계가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인수를 검토하는 것도 초기에 돈이 들더라도 빠른 시간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하이마트는 306개, 전자랜드는 101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 규제 강화로 대형마트와 기업형수퍼마켓(SSM)의 신규 지점 설립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가전 양판점을 인수함으로써 몸집을 불리겠다는 계산도 있다.
일부에선 두 곳을 한꺼번에 가져갈지 모른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이 같은 시각에도 두 기업은 잰 걸음을 내딛고 있다. 롯데는 자문사를 선정해 이미 두 곳에 대한 검토를 끝냈다.
인수가 1조 넘으면 무리란 지적도 업계에서는 롯데와 신세계가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인수에 뛰어든 것에 대해 ‘가격 협상’ 목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롯데와 신세계 측도 하이마트와 전자랜드를 모두 인수할지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신세계가 두 가전 양판점의 인수전에 모두 참여한 데 대해서는 롯데에 대한 ‘견제’ 차원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마트가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몸값을 올려 경쟁사인 롯데에 부담을 주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롯데는 웅진코웨이 인수전에도 뛰어든 상태인데,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이마트와 전자랜드까지 인수한다면 상대적으로 신세계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가전유통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문점 사업 확대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며 “특정 업체를 의식해 인수전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하이마트는 인수 가격으로 1조원대 중반에서 2조원 초반까지 고려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 가격도 거품이라고 보고 있다. 선종구 전 대표의 비리 등으로 자산가치가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1조원을 넘어서는 인수가는 무리라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승자의 저주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쟁사의 힘을 충분히 빼놓을 필요는 있는 것 아니냐”며 “인수의지가 없더라도 끝까지 가는 게 이마트에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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