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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하나로 매출 1000억 돌파

브랜드 하나로 매출 1000억 돌파

유통업계에서 단일 브랜드로 연 매출 1000억원을 넘기면 그걸 메가 브랜드라고 부른다. 햇반·샤프란·쿠퍼스·칸타타가 대표적인메가 브랜드다.특히 이들 제품의 단가가 비싸지 않기 때문에 매출 1000억원 달성의 의미는 남다르다. 웬만한 벤처·중소기업이 매출 1000억원을 넘기기가 쉽지않다. 메가 브랜드를 많이 거느린 기업의 가치는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00억원 클럽에 진입 한 메가 브랜드의 성공비결을 분석했다.





편의성 높인‘샤프란’

LG생활건강의 섬유유연제 샤프란이 지난해 제품 출시 32년 만에 처음으로 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샤프란은 2010년(850억원)보다 35% 늘어난 11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샤프란이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설 수 있었던 비결은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한 덕이 컸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섬유유연제 시장에서는‘빨래엔 피죤’이란 광고 문구로 유명한 피죤이 강자로 군림했다. 샤프란은 피죤을 넘어서기엔 역부족이었고 2007년까지 매출은 100억원대에 그쳤다.

샤프란은 돌파구가 필요했다. 머리를 맞댄 끝에 대형마트로 달려갔다. 섬유유연제를 구입하는 소비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니즈를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결과 그동안 섬유유연제의 부드러운 감촉이나 향기, 정전기 방지 등 성능을 중시한다는 소비자 설문 조사와 달리 편의성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기존 섬유유연제는 대형 용량으로 구매할 때부터 무거운 용기를 들고 집까지 이동해야 했다. 또 사용할 때도 용기를 들어서 세탁기에 붓다가 흘려 낭패를 보거나 정확한 정량 사용이 어려웠다. 이런 사실을 파악하면서 바로 가벼운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했고, 2007년 8월 세계 최초로 티슈처럼 한 장씩 뽑아 쓰는 시트형 섬유유연제 ‘샤프란 아로마시트’ 제품을 개발했다.

부피와 무게를 10분의 1로 줄여 구입과 사용이 편리했다. 주부의 장바구니 부피를 줄이면서도 편리함은 더해 빠르게 입소문을 탔고 그 해 처음으로 매출 200억원을 넘어섰다. 여기에다 기존 사용량의 10분의 1만 써도 되는 ‘샤프란 10배 농축’ 상품을 출시, 펌핑(pumping) 형태로 만들어 편리성을 더했다.

LG생활건강 홍보팀 박희정 대리는 “제조자가 아닌 소비자의 시각에서 관찰했기 때문에 그간 누구도 출시하지 않았던 온리원(only one)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8년 370억원, 2009년 660억원 등 꾸준히 매출을 늘리면서 지난해 1000억원을 넘어섰다. 현재 티슈형과 농축형 제품은 샤프란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1000억원 돌파와 함께 LG생활건강은 섬유유연제 사업 진출 32년 만에 시장점유율도 43.3%로 처음으로 피죤(28.6%)을 추월했다.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시장변화와 소비자 니즈 파악이 샤프란을 메가 브랜드로 성장할수 있게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짧은 시간동안 단점을 보완해 새로운 제품을 선보인 게 성공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미래 수요 예측한 농심 ‘햇반’단점을 보완해 메가 브랜드로 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미래 수요를 예측해 성장한 브랜드도 있다. 바로 CJ제일제당의 즉석밥 ‘햇반’이다. 1996년 출시된 햇반은 2010년 800여억원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1000억원 고지를 넘었다. 햇반이 1000억원대의 브랜드로 등극한 주요 원동력은 바로 ‘갓 지어낸 듯한 밥맛’이다.

햇반이 처음 등장 했을 때만 해도 밥을 사서 데워서 먹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밥 하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집 밥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당시 즉석밥이 시장에 나왔지만 누가 사먹겠느냐고 비웃는 사람도 있었다.그러나 햇반은 새로운 식(食)문화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햇반은 출시 첫해 생산물량 470만개에서 지난해 1억3500만개로 늘었다.

15년 만에 30배 가까운 규모로 성장했다.성공요인은 한발 앞서 미래 트렌드를 읽었다는 점이다. CJ는 1989년 일찌감치 즉석밥 연구에 돌입했다. 1990년대 들어 기혼여성 취업률이 매년 20% 이상 증가하고 독신자가 늘어나는 데 주목한 결과다



당시 CJ는 알파미(뜨거운 물만 부으면 밥이 돼 군용 전투식량 등으로 사용되는 쌀)를 활용한 즉석밥 개발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얼마 가지 못해 중단됐다. CJ제일제당 햇반 담당 최동재 부장은 “아무리 노력해도 마치 스펀지를 씹는 듯한 느낌을 없앨 수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즉석밥 개발을 위한 돌파구 찾기에 고민하던 CJ는 1995년 우리와 식문화가 비슷한 일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일본에서 즉석밥 시장을 석권한 ‘무균 포장밥’에 주목했다.

무균 포장방식은 갓 지은 밥을 반도체 공장 수준의 클린룸에서 무균 상태로 포장하기 때문에 6개월간 보존해도 품질의 변화가 거의 없다. 해결책을 찾은 CJ는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경기도 이천 쌀을 사용했고 이어 자가 도정(현미의 껍질을 깎아 백미로 만드는 과정)시스템을 구축했다. 일반적인 즉석밥 브랜드는 도정된 쌀을 공장으로 가져가 밥을 짓는 반면 햇반은 자체 도정시설에서 쌀을 도정한 직후 밥을 짓는다.

최부장은 “쌀의 신선도가 최상의 상태일 때 밥을 짓기 때문에 사계절 내내 똑같은 맛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홍보 전략도 햇반의 성공비결이다. CJ는 급하게 ‘한 끼 때우기 위해 먹어야 하는 밥’이 아니라 ‘집에서 엄마가 정성스럽게 지어준 맛있는 밥’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또 ‘3일 내에 찧은 쌀로 밥을 짓는다’는 광고가 먹히면서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는 오곡밥을 시작으로 찰 보리밥, 검정콩밥 등 잡곡밥류도 선보였다.



맛과 건강 동시에 잡은 ‘쿠퍼스’2009년 8월 출시 1여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기록한 한국야쿠르트의 ‘헛개나무프로젝트 쿠퍼스’는 좋은 예로 꼽힌다. 당시 헛개나무가 피로회복과 숙취해소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식품업계에서는 헛개나무와 관련된 차와 숙취해소음료 등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야쿠르트도 놓치지 않고 음료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그동안 출시된 제품은 대부분 비슷한 맛의 음료였다. 이대로 비슷한 제품으로 내면 승산이 없다는 생각 끝에 헛개나무 열매추출분말을 발효유에 첨가해 건강기능식품으로 만들기로 했다. 이미 ‘헛개나무 열매추출분말’은 식약청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은 소재였지만, 발효유 형태로 제품을 내놓을 경우 또 다시 건강기능식품 인증이 필요했다. 유산균에 접목했을 때 기존 분말 상태의 기능이 유지되느냐가 관건이었다.

한국국야쿠르트 연구소는 간 건강에 좋으면서 맛도 좋아야 하기 때문에 헛개나무에 영지, 오가피, 오미자, 더덕 등 다양한 한방재료를 첨가해 실험해봤다. 제품이 출시되기까지 3000여가지 제품을 마셔본 결과 영지, 더덕을 함께 첨가했을 때가 맛이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8개월간의 연구개발 끝에 ‘헛개나무프로젝트 쿠퍼스’는 식약청으로부터 건강기능식품으로 승인을 받았고 곧바로 시장에 나왔다.

사실 ‘쿠퍼스’란 브랜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활력발효유 쿠퍼스’란 제품이 시중에 나와 있었다. 유명 광고 모델을 동원해 새로운 ‘쿠퍼스’를 대대적으로 알리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쿠퍼스’ 소비자를 그대로 데려오는 건 의미가 없었다. 한국야쿠르트 쿠퍼스 담당김일곤 매니저는 “잠재 소비자를 어떻게 끌어올 것인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했다”며 “기존 발효유와 달리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헛개나무가 간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소비자들의 헛개나무에 대한 인지도는 70%를 넘어선다. 술을 많이 마시는 40~50대 남성들은 80% 정도가 헛개나무 효능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쿠퍼스는 가장 손쉽게 헛개나무 효능을 취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이라며 쿠퍼스의 편의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일 평균 30만개을 판매하며 지난해 1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남성 캔커피 시장 공략한 ‘칸타타’준비 과정에서 많은 공을 들이고 차별화 포인트를 제대로 잡았다 해도 외부 변수 때문에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티플러스 김희준 컨설턴트는 “최근 성공한 기업은 면밀히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고 이를 즉시 상품에 반영하지만 시장의 흐름을 보지 못하면 실패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농심이 지난해 4월 ‘신(辛)라면’후속으로 출시한 ‘신라면 블랙’이 대표적인 사례다. 농심은 신라면의 빨간색 포장을 검은색 포장으로 바꾸고 사골국물로 우려낸 라면이라며 소비자가격도 기존 신라면의 두 배인 1600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한달 뒤 한국야쿠르트(꼬꼬면)와 삼양식품(나가사끼짬뽕) 등 이 출시한 하얀 국물 라면이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면서 결국 4개월 만에 판매를 중단했다.SK마케팅앤컴퍼니 브랜드컨설팅팀 허경영 팀장은 “지금은 인터넷 등을 통해 제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며 “경쟁 상품보다 나은 수준의 제품이 아니라면 메가 브랜드로 성장시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빠르게 트렌드가 바뀌고 변화하기 때문에 끊임없는 관심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앞서 트렌드를 파악하고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충족시킨 상품인 롯데칠성음료 캔커피 ‘칸타타’는 올해 1000억원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칸타타는 지난해 820억원의 매출을달성했다. 매년 30%씩 성장하는 만큼 올해에는 100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2007년 프리미엄블렌드, 스위트블랙, 블랙 등 3종으로 출시된 ‘칸타타’는 기존 여성을 공략했던 것과 다르게 이른바 ‘그루밍 가이(자기 자신을 가꾸는데 적극적인 행동을 하는 남성) 트렌드’로 대표되는 남성 20~30대를 집중 공략했다. 자체 시장조사 결과 캔커피는 주로 남성이 많이 먹는다는 조사를 통해 남성 타깃 프리미엄 커피라는 컨셉트를 만들어냈다.

출시 초기 남성이 많이 모이는 오피스타운 근처에서 출근시간과 점심시간에 맞춰 마케팅을 벌였다. 또 모카 시다모, 콜롬비아 슈프리모, 브라질 산토스 등 세계 유명 산지의 고급 아라비카종 원두만을 블렌딩 했다. 무엇보다 원두커피의 맛과 향을 위해 고급 원두를 볶은 지 3일 이내에 분쇄, 추출해 신선한 원두의 향을 담았다.

롯데칠성음료 김석진 과장은 “블루오션이었던 남성 시장을 발 빠르게 공략해 제품을 출시한 게 성공 비결”이라며 “올해에는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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