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과 저가항공사

우리나라 축구의 간판스타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퀸스파크레인저스(QPR)를 새로운 둥지로 선택했다는 소식이다. 지난 시즌 출전기회를 자주 얻지 못하면서 거취를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QPR은 맨유와 함께 프리미어리그 소속이기는 하나 하위권에 머물러 있어 리그 잔류가 당면과제인 팀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맨유와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독일과 네덜란드의 명문팀에서도 영입제의를 받은 박지성이 QPR을 택한 이유는 토니 페르난데스 구단주의 각별한 관심과 정성 때문이라는 후문이다.토니 페르난데스는 아시아 최대의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의 창업자이자 CEO이다. 말레이지아 출신으로 음반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2001년 낡은 비행기 2대와 부채 1100만 달러가 있는 부실한 국영항공사를 단돈 25센트에 인수하면서 항공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마하티르 수상이 “당신은 항공사업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전설이 됐다. 토니 페르난데스는‘이제 누구나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버스요금보다 싼 가격으로 항공권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2000만 달러 견적의 격납고를 거품을 완전히 빼고 50만 달러에 건설하는 등 항공업계의 고정관념에 끊임없이 도전해 오늘날 세계 10대 항공사로 성장시켰다.

11개월 전 QPR 을 인수한 후 과감한 투자로 팀의 면모를 일신시키고 있는 그는 박지성의 마음을 특유의 추진력과 원대한 비전으로 사로잡았다. 입단 기자회견장에서 에어아시아의 붉은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에게 둘러싸인 박지성의 모습은 특히 우리나라 항공사들을 긴장시켰다는 후문이다.

한국 시골출신 박지성이 네덜란드 출신 감독 히딩크를 만나 세계적 스타로 성장한 후 말레이지아 출신 구단주가 소유하는 영국 프로축구팀에서 뛰면서, 아시아 저가항공사가 광고효과를 향유하는 금번 이적을 보면서 무의식중에 긴밀하게 얽혀있는 글로벌 세계를 실감하게 된다.

1997년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사망한 교통사고를 글로벌화의 단면에 비유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집트인인 남자친구와 독일제 벤츠를 타고 프랑스 파리의 터널을 지나다가 숨졌는데, 운전사는 벨기에인이고 과속의 원인은 일제 혼다를 탄 이탈리아의 파파라치 때문이다. 그 뉴스를 IBM 호환 PC에 탑재된 빌 게이츠의 MS 윈도를 대만산 마우스로 클릭해 한국제 모니터로 읽은 네티즌이 네덜란드산 조화를 보낸다’는 이야기이다.

글로벌 세계는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도 침투해 있다. 평범한 직장인의 저녁밥상도 미국산 쇠고기국, 러시아산 명태조림, 노르웨이산 연어, 중국산 김치로 차려져 있고, 후식은 칠레산 포도와 뉴질랜드산 키위로 끝내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다. 매일매일의 일상조차도 글로벌 세계 속에서 존재함에도 의식은 아직 좁은 테두리를 벗어나지못하는 역설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지난 총선 때 필리핀 출신 국회의원 후보에 대한 무분별한 인신공격에서 존재를 따라가지 못하는 성숙되지 못한 의식을 실감한 사람들이많다. 우리나라 교포들이 해외로 진출하여 현지국가에서 정치인, 시장으로 입신하는 것은 반기면서 해외 이주민들이 우리나라에서 자리잡는 것은 반감을 가지는 낮은 의식 수준으로는 글로벌 사회의 일원이 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