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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디 해라’ 는 아버지 당부 백화점 같은 아울렛 만든다

‘단디 해라’ 는 아버지 당부 백화점 같은 아울렛 만든다

서울 금천구 가산패션타운에서 최고 매출을 올리는 곳은 W몰이다. 오는 9월 경쟁업체인 마리오아울렛이 3관을 오픈한다. 내년에는 길 건너에 하이힐쇼핑몰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윤신 W몰 대표의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1조원 아울렛 전쟁. 서울 금천구 가산동 일대 아울렛 매장을 두고 패션유통업계에서 하는 말이다. 가산패션타운이라고 불리는 이곳에는 30여 개의 패션업체 직영 할인점이 밀집해 있다. 이 일대에서만 연간 8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 이 중 절반 이상을 W몰과 마리오아울렛이 차지하고 있다. 한섬·제일모직·나이키·노스페이스 등도 이곳에 직영 아울렛 매장을 두고 있다.

W몰은 매출(2900억원)과 매장 규모(5만3000㎡)에서 현재 선두다. 하지만 9월 마리오아울렛이 길 건너에 5만9400㎡ 규모의 3관을 오픈한다. 내년 3월엔 W몰의 1.5배 규모인 하이힐쇼핑몰이 문을 열 예정이다. 여기엔 3층 규모의 영화관이 함께 입점한다. 벌써부터 이곳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올 가을 이후엔 시장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어렵다.



VIP룸·도예교실 등 서비스 고급화이를 의식한 듯 W몰은 오너 경영체제로 전환하고 본격적인 공격경영을 선언했다. 지난 1월 취임한 이윤신 대표는 “경쟁이 치열할수록 과감하게 공격 경영을 해야 한다”며 “가격 경쟁력만 가지고는 변화하는 소비자의 구매욕을 충족시키기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백화점보다 고급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울렛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신 대표의 첫 사업은 대대적인 매장 리모델링이다. W몰은 지난 3월 새롭게 문을 열었다. 7개 층이던 매장을 9층으로 증축했다. 아동 전문층을 만들어 아동복 매장은 물론 키즈카페를 오픈했다. 최근 트렌드를 감안해 SPA(제조·유통 일체형 의류) 브랜드 존을 구성했다. 또 9층에 식당가를 배치했으며 10층 하늘공원은 이벤트와 공연이 있는 문화공간으로 단장했다. 고객 상담실·유아휴게실·VIP룸 등 백화점의 전유물이던 휴식공간을 만들었다.

이 대표는 “리모델링 컨셉트는 서비스 공간의 확대와 브랜드의 다양화”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W몰은 리모델링 이후 고객의 동선이 편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는 W몰을 단순히 물건만 판매하는 곳이 아닌 쇼핑과 식사, 문화 등을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원스톱 쇼핑문화공간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꾸준한 고객 관리와 서비스개선, 매장의 혁신적인 변화를 바탕으로 백화점보다 더 감동을 주는 아울렛을 만들고 싶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아울렛 최초의 VIP룸이다. 백화점에서나 하던 VIP 관리를 W몰이 아울렛 업계 처음으로 도입한것이다. 이 대표는 “일반적으로 아울렛 고객은 백화점 고객에 비해 구매력이 떨어진다지만 실속을 추구하는 소비성향을 갖고 있다”며 “이들을 제대로 관리하면 백화점 버금가는 충성고객이 될 수 있겠다고 판단해 새로운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 해 구입액이 1000만원을 넘는 W몰의 VIP 고객은 230㎡ 규모의 테라스형 VIP룸에서 휴식과 미팅, 독서는 물론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다. 현재는 하루 40~50명 정도가 이 공간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들의 구매액은 일반 고객에 비해 8배 정도 높다.

방문 시 구매율은 100%에 가깝다고 한다.아울렛 최초로 기획한 문화센터도 주목 받고 있다. ‘이도 아카데미’ 도예교실을 운영하는데 회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도예교실은 서울 가회동에 ‘이윤신의 이도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이 대표가 직접 맡고 있다. 그는“공장지대라는 가산동의 이미지를 깨기 위한 ‘동네 색깔입히기’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문화공간이 부족한 금천구 주민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아울렛 서비스를 넓히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부모님때부터 지역에 기반을 두고 성장했으니 지역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하려는 거죠. 앞으로 갤러리도 개관하고 음악회도 열 계획입니다.”





도예 전공 살려 아울렛에 문화 접목이 대표는 1981년 의류 수출업체로 출발한 원신월드 이우혁 회장의 무남독녀다. 원신월드는 죠다쉬(청바지),지오다노(면바지) 등을 생산한 의류전문업체다. 한때 LG패션의 신사복 협력업체이기도 했다. 1996년 패션전문 팩토리 아울렛인 원신아울렛을 개점했는데 이것이 W몰의 전신이다.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한 후 도자기 전문기업 ‘이윤신의 이도’를 운영하던 그가 패션아울렛을 맡은 것은 오너경영의 필요성 때문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경영자로 키우려고 하셨고 그래서 ‘언젠가는 내가 해야 할일’이라는 생각을 해왔다”며 “2~3년 전부터 경쟁이 심화되는 것을 보고 회계·물류·인력관리 등의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평소 말수가 적은 이우혁 회장은 딸의 대표 취임을 앞두고 한마디 던졌다고 한다. “단디 해라.” ‘제대로 하라’는 경상도 사투리다.

이 대표의 취임에 패션유통 업계에선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 업계에 몸 담은 경쟁자들에 비해 ‘초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경영자 피를 물려받았다”고 강조했다. “조그만 사업체지만 20년 전 이도를 창업하고 지금까지 이끌어오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예술과 경영을 같이 했으니 트렌드 분석과 소비성향 파악에 강점이 있다고 봅니다. 오너로써 빠른 결단을 내릴 수 있어 변화에 적극 대처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죠.”

최근 패션업계의 중심은 제조에서 유통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대표는 “유통이 중시되는 과정에서 트렌드를 정확히 읽는 것이 나의 몫”이라며 “지금은 아울렛이 성장 위주지만 앞으로 새로운 유통 업태의 개발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우선 직원들과의 화학적 결합에 힘쓰고 있다. 1월 취임 이후 직원들과 이메일로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버지는 W몰의 성장 배경엔 직원들과의 신의가 있었다고 늘 말씀하시죠. 이 같은 아버지의 생각은 앞으로도 회사의 기본 경영철학이 될 겁니다. 유통업의 경우 직원이 행복해야 그 미소가 고객들에게 닿잖아요.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W몰의 패션·잡화·스포츠·아웃도어·란제리·푸드코트 등에는 총 285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근무인원은 1200명이 넘는다. 이 대표는 “아울렛은 고객을 대하는 직원들의 서비스 태도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가산패션단지 아울렛 매장의 상품은 비슷하다. 결국 같은 브랜드라면 서비스의 품질이 높은 곳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W몰은 정기적인 모니터링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떤 유통업이든 고객들은 최고의 서비스를 받아야할 권리가 있습니다. 직원들은 최상의 서비스로 고객에게 감동을 줘야 할 의무가 있죠. 백화점에 뒤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파이 키워 가산패션단지 브랜드화마리오아울렛 3관 개관, 하이힐쇼핑몰 오픈을 앞두고 W몰의 전략은 무엇일까. 이 대표는 “가산패션타운은 더욱 역동적인 공간이 될 것이며, W몰은 반사이익을 볼 수도있다”고 대답했다. “하이힐쇼핑몰까지 들어서면 가산패션단지의 브랜드는 한층 올라설 것이며 자연스레 새로운 고객이 유입될 겁니다. 각 매장들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지역을 브랜드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산패션타운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죠. 서울 서남권 고객들뿐아니라 서북·동북·동남권 고객들도 오게 해야 합니다.”브랜드화를 위해서는 아울렛에도 문화가 접목돼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도예교실, 음악회,갤러리 등을 시작으로 문화공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연내 2·3호점 오픈 계획도 곧 밝힐 생각이다. “VIP룸 등 매장 고급화, 문화센터와의 접목, 고객감동을 실천하는 직원 교육으로 백화점 못지않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가산패션타운 1조원 매출 시대를 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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