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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비율 그리스보다 높고 기업은 수출 부진에 한숨

가계부채비율 그리스보다 높고 기업은 수출 부진에 한숨



중국이 기준 금리를 인하했다. 2008년 말 이후 3년여 만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6월 7일 오후 “1년 만기 예금 금리를 3.5%에서 3.25%로, 대출 금리를 6.56%에서 6.31%로 0.25%포인트씩 내려 8일부터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정부가 최대 수출시장인 유럽의 재정위기 파장을 최소화하고 둔화 조짐을 보이는 실물 경제를 부양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그간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경기 부양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유럽 사태가 다시 심각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 경제도 더 가라앉는 조짐을 보였다. 올 2분기 성장률이 예상치인 8%선에서 7.5% 수준으로 떨어질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급기야 원자바오 총리는 물가 안정과 균형 성장보다 경기 활성화를 최우선 목표로 제시했다. 그나마 물가 상승률이 억제 목표치인 4%를 밑돌아 중국 정부가 기준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금리 인하는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에 본격 나서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계부채비율 피그스 국가보다 높아미국도 위기 탈출에 분주한 모습이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6월 7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해 “금융불안이 심화할 경우 경제를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3차 양적완화(QE3)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의회 합동경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연준은 유럽 재정·금융 위기에 따른 미국 경제회복 리스크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6월 말로 예정된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차 양적완화(QE3) 등 경기 진작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은 완만한 경제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유럽은 미국에 심각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경제의 버팀목인 G2(미국과 중국)가 이처럼 분주한 건 유럽 탓이 크다. 경제 분석가들이 최근 내놓는 보고서 내용 역시 대부분 ‘이 모든 게 유럽 때문이다’는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니 ‘스펙시트(Spexit·스페인의 유로존 이탈)’니 하며 유로존 위기가 증폭되자 경기 침체 우려가 다시 커졌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한국 경제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3대 수출시장인 미국·중국·유럽이 모두 불안해서다. 유로존 위기 영향도 직접 받고 있다. 당장 증시에서 유럽계 자금이 5월에 이어 6월에도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그런 영향으로 코스피 지수는 1800선을 오가고 있다. 특히 유로존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 세계경제는 깊은 불황에 빠질 확률이 높다. 그렇게 되면 한국 경제 역시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또 있다. 지금의 위기는 나라 밖에서 불거졌지만 우리 내부의 문제 탓에 상황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와 가계의 빚이 늘고 있다. 반면 저축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6월 7일 발표한‘2012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8% 성장에 그쳤다.

2009년 3분기 1.0%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국민의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전기에 비해 0.2% 늘어나 1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1분기 실질 무역 손실 규모는 18조4000억원 늘었다. 저축률은 전분기보다 1.2%포인트 하락(31.3%)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중 금융시장 동향’자료에 따르면 5월에 기업대출 증가폭은 축소된 반면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폭은 확대됐다.

가계대출은 4월보다 2조2000억원 증가해 총 45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증가폭은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액은 309조3000억원이며 비은행권까지 합하면 394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경기 위축에 대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기업과 가계대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가계 자금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있어 당분간 가계대출은 감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비율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피그스(PIIGS, 포르투칼·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보다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5월 24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2011년 3분기 154.9%로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145.8%보다9.1%포인트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는PIIGS 5개국 중 디폴트 상태에 빠진 아일랜드(228.7%)를 제외한 4개국보다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부동산 거품이 많이 끼어있던 스페인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140.5%, 포르투갈은 154.1%, 그리스는 97.8%, 이탈리아는 80.1%였다. OECD는 한국의 높은 가계부채비율을 4대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고 금리를 인상해 가계 대출비율을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노무라금융투자가 최근 낸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전체 한국의 가계부채비율은 156.1%로 집계됐다.

한국의 가계 빚은 지난해 9.7%늘어 가처분소득 증가률(4.8%)보다 곱절 수준으로 증가했다. 권영선 노무라금융투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07~2011년 동안 한국의 가계부채비율은 18.7%포인트 상승해 사상 최고수준”이라며 “가계가 이자를 대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어 가계 부채가 민간 소비를 저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계 대출의 연체율도 늘어나고 있다. 5월말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0.89%로 4월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2007년 2월(0.93%) 이후 5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가계 대출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0.79%로 2006년 10월(0.94%) 이후 5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08년 9월 102.09였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올해 5월 97.92로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 성장률은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중견 건설업체가 도산하고 건설부문 취업자 수는 10만명 가까이 줄었다. 빚을 안고 구입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이른바 ‘하우스 푸어’가 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하는 기준금리는 1년째 연 3.25%로 동결돼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진정될 때까지는 금통위가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유동성 과잉이나 물가 불안 문제가 불거지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경기가나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높은 가계부채비율을 가진 한국의 가계는 이자부담이 늘어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이 호황일 때 크게 늘어난 가계담보대출의 46%가량이 올해와 내년에 만기가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원금 상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지고 가계 파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국가부채비율 GDP의 63%가계만 부채 문제를 걱정할 건 아니다. 한국의 국가부채는 2011년 말 774조원으로 GDP의 62.6%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가 작성한 국가재무제표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부채 중 유동부채는 82조원, 장기차입부채 295조원, 기타 비유동부채 22조원, 장기충당부채 375조원이다. OECD가 추정한 2013년 한국의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6.8% 수준이었다. 하지만 기재부가 조사한 결과 부채비율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장기충당부채 중 대부분인 342조원은 공무원과 군인연금 충당부채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금충당부채는 향후 수급자와 재직자에게 평생 지급할 연금액을 가정해 산출한 것이어서 직접적인 국민부담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2011년도 공무원연금 총지급액 7조9000억원 중일반회계로 메운 부족분은 1조3000억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들 연금은 지금도 적자 폭이 큰 상태여서 앞으로도 부채규모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 재정위기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공무원 연금에 따른 국가부채였다.재정 건전화를 서둘러야 할 때지만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4월 총선에서 여당은 75조원, 야당은 165조원에 달하는 복지공약을 쏟아냈다.

여야의 복지공약 랠리는 12월대선을 앞두고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부채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지방정부와 지방공기업 부채는 더욱 심각하다. 지방정부 부채는 2006년 17조원에서 2010년 29조원으로 늘었다. 382개 지방공기업의 부채는 2006년 36조원에서 2010년 63조원으로 확대됐다. 4대강 사업 등으로 지방에 지출한 재정규모가 커진 탓이다. 스페인의 재정위기가 지방정부 부채확대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떠올리면 우려할 만한 일이다.

일각에서는 국가부채와 공기업 부채를 합해 한국의 공공부채 총액을 1255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럴 경우 한국의 공공부문부채규모는 GDP의 102% 수준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 정도 부채수준이면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미국은 부채비율이 100% 정도된 상태에서 지난해 재정위기를 겪었고, 그리스는 160%, 스페인은 85% 수준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도 재정위기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대중국 수출 두 자릿수 감소율국가부채비율이 높으면 국가 신용도나 금융회사의 신용이 떨어질 수 있다.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해외 투자금 유입이 어려워져 외환 부족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다행히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 사정은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다. 6월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말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3108억7000만달러로 4월 말보다 59억7000만 달러 감소하는데 그쳤다. 올 들어 첫 감소세다. 외화자산 운용수익은 늘었지만 유로화(6.6% 절하)와 파운드화(4.9% 절하) 등이 약세를 보이면서 이들 통화표시 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이 줄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은 세계 7위수준으로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국내 기업의 사정도 좋지 않다. 우선 수출이 걱정이다. 5월 수출증가율은 -0.4%다.수입증가율 감소폭이 더 커 경상수지 흑자(24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불황형 흑자’ 구조다. 대중국 수출은 43개월 만에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가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635개사의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기업의 평균 이자보상배율은 4.33배로 지난해 5.58배보다 감소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로 낮을수록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이 나쁘다는 의미다.

조사대상 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은 16조18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4%(3조2억원) 줄었다. 반면 이자비용은 3조7367억원으로 작년보다 8.72%(2997억원) 늘었다. 영업이익 1000원당 231원을 이자로 낸 것이다. 지난해 179원과 비교하면 52원 늘었다. 상장법인의 26.61%인 169 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적자 회사도 지난해 81곳에서 115곳으로 늘어났다.

삼성과 현대차, 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유로존 위기와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에 대비해 위기대응 시스템을 가동했다. 2008년 금융위기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던 해운, 조선, 철강업계 등은 ‘비상경영’체재로 들어갔다. 삼성그룹은 6월 25일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를 시작으로 해외시장현황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해외 판매비중이 83%에 달하는 현대차그룹은 해외시장충격이 국내에 파급되지 않도록 주력하고 있다. LG그룹은 6월 한 달간 ‘중장기 전략보고

회’를 열어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SK그룹은 태국, 터키등 해외 신시장 개척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조선업 불황으로 타격은입은 동국제강은 포항제강소 1후판공장을 폐쇄해 경기침체에 대비하기로 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현대오일뱅크와 SPC그룹은 긴급 임원회의를 열어소비성 예산을 최대 20%까지 줄이고 출근시간을 30분 앞당기는 등 위기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했다.


기업은 비상경영 체제 가동가계, 정부, 기업 모두 부채나 경기 부진에 허덕이다 보니 글로벌 경제 위기에 따른 불안감이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에 따라 유럽 이슈가 한국 시장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6월 4일 금융위 직원들에게 위기 대비 태세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

대외 경제 여건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에 드리운 유럽발 위기의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면서 “2008년 리먼 사태와 이후의 유럽 위기는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적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불안한 경제 사정을 기회로 삼아 자본시장을 악화시킬 수 있는 악성거래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빌려서 팔아 치우는 공매도와 환차익을 노린 외환마진거래(FX)에 대한 모니터링을 확대할 예정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6월 7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과 관련해 “한국 경제는 2008년보다 위기대응 능력이 크게 강화돼 대외충격을 무리없이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위기에 대비해 집중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하고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관계부처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필요하다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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