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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세상을 그리워하며

오프라인 세상을 그리워하며



젊은 시절 필자가 출퇴근 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또래의 젊은이나 사람들의 모습이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그날그날의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이해하거나 무료한 시간도 달랠 겸 가판대에서 신문을 사서 읽거나 책을 보는 사람이 흔했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인터넷의 영향이 우리의 삶을 이렇게까지 바꾸어놓을 줄이야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당시엔 누군가 커다란 신문 뭉치 또는 잡지를 말아놓은 것 같은 부피의 가칭 1세대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는 모습만 봐도 신기하고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곤 했다.요즘 지하철이나 버스 속의 풍경은 좀 다르다. 아마도 인류역사에서 가장 단시간에, 그것도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발전한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고 있는 광경은 보기 어렵게 됐다. 다들 스마트폰으로 뉴스나 TV·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즐기고 있다.

가뜩이나 많은 사람이 온라인에 중독돼 있는 마당에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모바일 시대가 급격히 열리면서 싫든 좋든 누구나 연결된 ‘We Connected’의 시대에 살게 됐다. 필자가 봉사차원에서 가끔씩 가르치고 있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매학기마다 한번씩은 꼭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여러분 중에서 집이나 학교 또는 어디에서든 매일 신문을 읽는 사람이 있느냐”다. 간혹 한두 학생이 가끔 신문을 본다고 대답하지만 거의 모든 학생이 대답하는 투가 이렇게 간편하고 편리한 인터넷을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즐길수 있는데 왜 굳이 신문을 보느냐고 답한다. 다시 되물어본다.

“그럼 최근에 여러분 중에 부모님에게든 가족에게든 친구에게든 혹은 애인에게든 직접 손으로 편지를 쓴 적이 있느냐.” 역시나 모두가 약속이나 한듯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면서 말뚱말뚱 한다. 왜 힘들여 편지를 쓰느냐는 표정이다. 물론 애인이나 가족의 생일 혹은 연말연시에 간단한 자필과 함께 카드를 써본 적은 있다고 덧붙이지만.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떤 과제물에 대한 리포트를 제출하라고 하면 그에 대한 해결책을 책에서 구할 생각은 하지않고 인터넷부터 뒤진다. 이런 세상이 오고말았음을 현장에서 목도하면서 어찌할 바를 모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수업을 받는 학생들보다는 훨씬 더 오랜 세월을 살아왔고 또한 학생들보다도 인터넷과 핸드폰을 비롯한 문명의 이기도 훨씬 더 오래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인생 선배의 자격으로 한 학기의 마무리 수업엔 누누히 강조한다.“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여러분의 생활의 일부가 된 스마트폰은 여러분의 삶의 질을 높이고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한편으론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알고싶은 것만 알도록 만든다. 그래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때 반드시 필요한 그리하여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진정한 지혜와 지식은 오프라인에 있는데 그걸 등한시 여기게 됐다.”

책이나 신문을 비롯한 오프라인이 인간다운 세상을 만듦에 기여한다고 강조하지만 이런 얘기가 요즘 젊은이에게 얼마나 먹힐지는 사실 의문이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필자도 어쩔 수 없이 바로 옆 책상에서 울려대는 스마트폰을 열거나 PC로 들어오고 있는 이메일을 보고 있으니 말이다. ‘스마트폰과 이메일과 단절된 세상에서 일주일만 살아보기’가 나의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걸적은 목록)에 추가될 줄이야 상상이나 했던가. ‘We Connected’가 아닌 나만의 시간을 갖고파서 종종 예전의 오프라인 세상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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