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조 바닷속 경쟁’ HD현대重·한화오션...승부처는 ‘잠수함 시장’
HD현대重·한화오션, 잠수함 수주 경쟁
폴란드·캐나다 ·필리핀 3개국 수주전
최대 발주 합산 규모 약 80조 전망
11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최근 폴란드에서 ‘오르카’(ORKA) 프로젝트를 겨냥해 자신들의 잠수함 기술력을 선보이며 수주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오르카 프로젝트는 폴란드 잠수함 현대화 사업의 일환이다. 3척의 신형 잠수함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업 규모는 약 4~8조원으로 추정된다.
먼저 HD현대중공업은 지난 8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폴란드 해군과 조선산업을 위한 한·폴란드 협력의 새 시대’를 주제로 ‘프로모션데이’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폴란드 정·재계 주요 인사 80여 명이 참석했다.
해당 행사에서 HD현대중공업은 자체 개발한 2300톤(t)급 수출용 잠수함과 토털 솔루션을 선보였다. 아울러 폴란드에 제안 예정인 잠수함에 탑재되는 주요 시스템과 솔루션을 직접 소개했다.
오르카 프로젝트 경쟁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비롯해 독일·프랑스·스웨덴·스페인 등 각국 기업들도 참여 중이다. 입찰 참여 의향서를 낸 전 세계 11개 조선사 중 유일하게 3000톤급 잠수함(KSS-Ⅲ P)과 2300톤급 잠수함(HDS-2300) 등 2가지 플랫폼을 제안한 기업은 HD현대중공업이 유일하다.
경쟁사 한화오션도 움직였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폴란드의 대표적인 방산업체와 함께 양국 간 잠수함 동맹 구축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지난 9월 3일 폴란드 키엘체(Kielce)에서 열린 동유럽 최대 방산 전시회 ‘MSPO 2024’에서 폴란드 대표 방산 그룹인 WB그룹과 잠수함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한화오션과 WB그룹은 독자적 유지·보수·정비(MRO) 패키지를 구성하고, 효과적 현지화를 통해 이 사업에 성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나아가 향후 함정 분야에서 포괄적 협력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한화오션은 기술 자립 노력을 통해 장보고-III 잠수함 국산화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아울러 해외 현지 함정 유지보수 경험도 꾸준히 축적해 왔다. 이같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폴란드 잠수함 건조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장 큰 캐나다 시장...70조원 규모
두 회사의 다음 격전지는 캐나다다. 현재 캐나다 해군은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의 사업을 추진중이다. CPSP는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합 4척을 3000t급 신형 디젤 잠수함 12척으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업계는 해당 사업 규모를 약 70조원 안팎으로 내다보고 있다. 총 사업금액은 유지 및 보수를 포함한 금액이다. 1척당 건조 비용은 약 2조원 규모로 전망된다.
캐나다 정부에 따르면 현지 공공서비스조달부(PSPC)는 지난 9월 17일 디젤 잠수함 구매를 위한 정보제공요청서(RFI)를 발송했다. 국내의 경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CPSP에 대한 RFI를 받았다. PSPC는 오는 11월 18일까지 회신 줄 것을 권고했다. 업계는 계약자 선정이 이르면 오는 2026년 발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당 사업의 관건은 ‘잠항 능력’이다. 캐나다 해군의 경우 태평양을 비롯해 대서양, 북극해 등 광범위한 해안선을 방어해야 한다. 이에 긴 잠항 능력을 요구 제원으로 제시했다. 이밖에도 캐나다는 ▲공기불요추진체계(AIP) ▲미군 장비와의 호환 및 후속 지원 등을 요구했다.
캐나다 수주전에서 한화오션이 자신감을 내비친 이유도 ‘잠항 능력’이다. 한화오션은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을 제시하면 선정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장보고-III 잠수함은 경우 세계 최초로 AIP와 리튬이온전지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현존하는 디젤 추진 잠수함 중 최강의 무장과 최장의 잠항 능력을 가진 잠수함이다.
필리핀도 중형급 잠수함 2척을 발주할 계획이다. 그 규모는 약 2조원 수준이다. 최근 필리핀은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갈등을 빚고 있다. 잠수함은 양국의 대표적인 비대칭 전력이다. 필리핀은 아직 잠수함을 보유하지 않고 있기에, 잠수함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 정부와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3차 군 현대화 프로그램에서도 함정 수출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 정부가 2차례에 걸쳐 자국 해군의 현대화와 전력 증강을 위해 추진한 ‘호라이즌’(Horizon) 사업에서 ▲호위함 2척(2016년) ▲초계함 2척(2021년) ▲원해경비함(OPV) 6척(2022년) 등 총 10척의 함정을 수주한 바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9월 25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안방산안보전시회(ADAS) 2024’에서 필리핀 해군에 맞춰 개량된 잠수함 장보고-III PN 알리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와 함께 한화오션은 MRO 및 승조원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이 총망라된 솔루션을 필리핀 해군에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모두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잠수함 수주를 쟁탈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무엇보다 외국 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이 해당 사업을 쟁취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두산 사업구조 재편안, 금융당국 승인...주총 표결은 내달 12일
2‘EV9’ 매력 모두 품은 ‘EV9 GT’...기아, 美서 최초 공개
3민희진, 빌리프랩 대표 등 무더기 고소...50억원 손배소도 제기
4中, ‘무비자 입국 기간’ 늘린다...韓 등 15일→30일 확대
5빙그레, 내년 5월 인적분할...지주사 체제 전환
6한화오션, HD현대重 고발 취소...“국익을 위한 일”
7北, '파병 대가'로 러시아서 '석유 100만 배럴' 이상 받았다
8지라시에 총 맞은 알테오젠 '급락'…김범수 처남은 저가 매수 나서
9 대통령실 "추경, 논의도 검토도 결정한 바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