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증시 ‘대안E삼형제’ 인기
불안한 증시 ‘대안E삼형제’ 인기
최근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급등락 장세에서 현기증을 느끼는 많은 투자자가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 변동성이 적은 투자처를 찾고 있다. 최근 강남 부자 사이에서 상장지수펀드(ETF),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지수연동예금(ELD)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E삼형제’는 뭐가 다를까.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10년 이상 주식투자를 해온 60대 A씨는 최근 투자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 버렸다. 시장 흐름에 대한 예측은 거의 빗나간 적이 없는데 종목에 대한 등락 예측이 계속 빗나가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주식시장의 흐름은 어느 정도 알겠는데, 개별종목에 대한 예상은 너무 어렵다고 판단한 A씨는 보유주식을 모두 정리해 ETF 투자로 발길을 돌렸다. 아직까지 조금은 생소한 ‘상장지수펀드’라고 불리는 ETF(Exchange Traded Funds)가 최근 A씨와 같은 투자자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5월에 ETF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4월보다 8% 증가한 5000억원에 이르렀다. 유가증권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6% 감소한 것에 비하면 증가세가 눈에 띈다.
ETF는 일종의 인덱스펀드인데 KOSPI200 같은 특정 주가지수의 수익률을 따라가도록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인덱스펀드와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지만,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있고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일반 주식의 성격도 갖고 있다. 즉, 인덱스펀드의 장점과 주식의 장점을 갖추고 있는 상품이다.ETF의 장점은 무엇보다 인덱스펀드의 장점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펀드평가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식시장의 수익률보다 더 좋은 수익률을 내겠다고 만든 액티브펀드 중 59%만이 주식시장 수익률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시장수익률을추종하는 31개의 인덱스펀드 중 무려 97%인 30개의 펀드가 시장수익률보다 좋은 성과를 나타냈다고 한다. 즉, 장기·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펀드를 고르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단순한 인덱스펀드를 선택하면 손쉽고도 좋은 투자방법이 될 수 있다.
ETF 5월 거래량 4월보다 8% 늘어ETF 중 가장 유명한 ‘KODEX200’은 KOSPI200 즉, 한국을 대표하는 200개의 상장기업에 분산투자 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있는 상품이다. 그래서 종합주가지수와 거의 비슷하게 움직이는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ETF는 주로 지수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개별주식에 대한 투자와는 확연히 다르다. 개별주식에 투자하면 기본적 분석, 기술적 분석, 각종 재무제표, 거래량, 수급요인 등 종목발굴을 위해 따져보아야 할 정보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상장종목 수도 1000개가 넘는다.
하지만 이 같은 복잡함은 ETF투자에서는 생략되기 때문에 좀 편안한 투자를 할 수 있다.ETF의 또 다른 장점은 개별주식처럼 주식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는 오후 3시에 주식시장이 마감되면 정해지는 그 날의 종가를 기준으로 하루에 한번씩 기준가격이
정해진다. 그리고 그 가격으로 주식형 펀드를 매입 또는 환매해야한다. 그러나 ETF는 주식시장에서 직접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시간, 원하는 가격에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다.
쉽게 표현하면, 오전에 싼 가격에 ETF를 매입했다가 가격이 오르면 오후에 곧바로 비싸게 매도할 수 있다. A씨는 이러한 매매방법으로 시장의 흐름에만 관심을 갖고 투자에 임하고 있다.주식형 펀드의 수수료가 연 2~3%이며, 수수료가 가장 저렴한 인덱스펀드의 수수료 연 1~2%보다도 저렴한 0.5% 수준의 수수료가 적용될 뿐더러 환매수수료도 없다. 다만 주식시장에서 거래할때에 발생하는 매매 수수료가 있지만, 홈트레이딩시스템으로 거래하면 거의 0%에 가까운 미미한 매매 수수료를 적용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개별주식을 매각할 때 부담해야 하는 0.3%의 증권거래세가 면제되는 것도 큰 장점 중의 하나다.ETF의 세 번째 장점은 다양한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KOSPI200을 추종하는 KODEX200·KOSEF200이 가장 보편적이지만 이 외에도 훨씬 다양한 ETF가 상장돼 있다. 최근 가장 각광받는 ETF는 지렛대효과를 볼 수 있는 레버리지ETF이다. 2002년 2월 22일 삼성자산운용의 KODEX레버리지ETF가 상장한 이래,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TIGER레버리지ETF, KB자산운용의 KStar 레버리지ETF 등이 나와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다. 특히 KODEX레버리지ETF는 순자산이 1조3000억원이 넘을 정도로 급성장 했다.
여러 ETF 중 KODEX200에 이어 규모가 둘째로 크다.레버리지ETF는 KOSPI200주가지수선물과 인덱스ETF를 조합해서 만드는 구조다. 즉, 투자원금으로 KOSPI200을 추종하는 인덱스ETF를 매수하고, 이를 증거금으로 주가지수선물을 함께 추가로 매수하는 구조다. 최근 주식시장에 급락 현상이 있을 때마다 투자자들이 단기차익을 목적으로 레버리지ETF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KOSPI지수가 3.4%나 떨어진 5월 18일에는 연중 최대치이자 일 평균 거래량의 2배가 넘는 3842만여주가 거래됐다.레버리지ETF 외에도 업종을 대표하는 KODEX반도체, 테마를 대표하는 KODEX삼성그룹주 등을 활용해 소액으로 특색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특히 ETF를 활용해 해외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과 동일한 투자도 할 수 있다. KODEX ChinaH나 TIGER 브릭스에 투자하면 해외시장에 분산 투자한 효과를 얻을수 있다.
주식 투자로는 거두기 힘든 투자성과를 낼 수 있는 특징적인 ETF가 바로 인버스ETF다. 인버스ETF는 일반적인 주식 투자와는 반대로 주가가 하락할 때 수익이 발생하도록 설계했다. 유로존 위기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B씨는 4월 말에 인버스ETF를 매입하여 한달 만에 8%의 수익률을 올렸다.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반대로 인버스ETF 투자자들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청개구리 ETF이다.
마지막으로, ETF에 익숙한 투자자라면 해외 ETF에 도전해볼수 있다. 한국의 ETF시장은 이제 막 꽃을 피우는 단계이지만, 해외특히 미국의 ETF시장은 종류나 거래량 면에서 훨씬 다양하고 많다. 주식 관련 ETF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아직 활발하지 않은 채권ETF, 원자재ETF, 통화ETF 등에도 투자할 수 있다. 또한 레버리지 ETF도 3배 연동 ETF, -3배 연동 인버스ETF 등으로 다양한 투자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 물론 달러로 투자되는 만큼 환율변동 요인은 따로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K씨는 퇴직금으로 회사채와 고수익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하다가 지수형ELS(연 7.5%)로 눈을 돌려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L씨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투자한 자금을 모두 회수해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기초자산으로 만든 ELS(연15%)에 가입했다. K씨와 L씨가 가입한 상품은 모두 ELS로 주가연계증권(Equity Linked Securities)을 뜻하는 금융상품이다.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계해 투자수익률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이다. 2011년에 이어 2012년에도 인기를 모으고 있는 대표적인 파생금융상품이다. 유럽발 글로벌 악재로 한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에서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자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한 ELS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ELS의 가장 큰 장점은 기초자산의 주가가 상당 부분 하락해도 약정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안전성이다. 예컨대 -50% 안팎에서 정해지는 하락률까지 주가가 폭락하지만 않으면 최초에 설정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기초자산 수익률 큰 폭 하락에도 수익 확보 가능원금 보장형 ELS를 보자. 정기예금만 줄곧 가입해온 H씨는 지인의 추천으로 증권회사와 처음 거래를 하게 되었는데, 원금손실 우려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그런데 투자기간 동안 아무리 주가가 하락해도 원금은 보장이 되는 ELS가 있어 마음 편하게 투자했다. 처음 ELS에 가입하는 투자자나 전세보증금 등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성격의 자금은 원금 보장형 ELS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다. 주가지수가 아무리 떨어져도 원금 보장뿐만 아니라 3.0% 등의 수익이 보장되는 구조의 상품도 많이 나왔다.
물론 원금을 보장하다 보니, 수익률이 높은 구조로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최근에는 원금의 90% 보장형, 95%보장형 등으로 약간의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기도 한다. 물론 보장비율이 내려가면 그에 따르는 수익률은 상승하며, 보장비율이 올라가면 그에 따르는 수익률은 낮아진다. 안전성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는 원금 보장형 ELS가 제격이다.
지수형 ELS도 있다. 개별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의 변동성도 감수하기 싫은 투자자라면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대신 기초자산을 개별종목의 주가가 아닌, 주가지수로 만든 ELS를 선택할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주가지수는 한국의 KOSPI200지수, 홍콩의 HSCEI지수, 미국의 S&P500지수 등이다. 이들의 등락폭은 개별종목의 등락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이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한가지 지수만 기준으로 하는 ELS보다는 두 개의 지수로 만든 ELS가, 두 개의 지수로 만든 ELS보다는 세 개의 지수로 만든 ELS가 수익률은 더 높다.
종목형 ELS도 있다. 1개의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만든 1STAR ELS, 2개의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만든 2STAR ELS 등이 주로 개발되고 있다. 대형 우량주가 기초자산인 ELS를 선호하고 있다. 개별종목이 -50% 정도까지 하락하지 않으면, 15% 내외의 수익률을 지급하는 구조이다. 대부분 중도상환 조건을 따로 두고 있으며, 중도상환 기준이 시간이 갈수록 완화되는 스텝 다운 형의 구조가 대부분이다. 주가가 폭락하지도, 폭등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구조이다.
최근에는 월지급식 ELS가 인기를 모았다. 여러 저축은행에 월이자지급식 정기예금에 가입했던 O씨는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건을 보고는 월지급식 ELS 상품으로 옮겼다. 보통의 ELS는 조건이 충족돼 조기 상환될 때 또는 만기 시점에 한꺼번에 이자를 수령하는 구조다. 이와 달리 월지급식 ELS는 일정 조건이 만족되면 매월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다.
주로 은퇴자가 월 생활비 조달용으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매월 이자가 지급되기 때문에 몇 년치의 이자가 한꺼번에 과표에 반영되는 일반적인 ELS보다 매년 고르게 발생이자가 과표에 반영돼 금융소득종합과세 면에서도 절세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월지급식 ELS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다시 적립식펀드 등에 재투자해서 수익률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도 쓴다.사모 ELS도 눈에 띈다. 독특한 형태의 ELS는 먼저 강남의 큰 손이 원하는 대로 사모 ELS 형식으로 개발한 후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검증되면 공모형 ELS 상품으로 출시되는 사례가 많다.
공모ELS는 약 2~3주 전의 주가변동성을 기초로 개발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49인 이하만 가입할 수 있는 사모 ELS는 하루 이틀 전의 주가변동성을 바탕으로도 만들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졌을 때에는 공모 ELS보다는 즉시 사모 ELS를 설정해 투자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물론 5~10억원 이상의 최저금액이 있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ELS 가입 때는 몇 가지 사항을 주의해야 한다. 우선 ELS에 처음 투자할 때에는 원금보장형, 지수형 등 안전성을 염주에 두고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기초자산 주식 종목 선정에 자신이 없다면 지수형을 선택하는 게 안전하다. 2개의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했을때, 두 종목의 상관관계는 높은 게 더 유리하다.
주식투자와 달리 수익금 모두에 이자소득세가 과세되니, 금융소득종합과세에 유의해야 한다. 중도상환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중도상환 때 수수료 등을 먼저 체크하고 가입해야 한다. 같은 조건이라도 발행 증권사마다 수익률이 다른 경우도 있으니, 비교 검토해야 한다.
주가지수에 연동돼 이자가 지급되는 주가지수연동예금(Equity Linked Deposit)도 관심을 모았다. ELS와 거의 같은 수익구조를 보이고 있지만, ELD는 원금보장 기능이 있다는 점 그리고 원금과 이자 5000만원까지 예금보험공사가 예금자보호를 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정기예금 금리가 워낙 낮아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세를 감안하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서자 고객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대표적인 예금상품이다.
즉, 원금보장형 ELS를 가입할때 투자자의 기회비용을 정기예금 금리라고 할 수 있듯이, 기회비용으로 인식되는 예금금리가 하락하자 ELD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ELS처럼 다양한 수익구조의 형태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원금보장과 예금자보호라는 두 가지 안전장치 때문에 보수적인 투자자들, 특히 고령자의 인기를 얻고 있다.
원금보장에 예금자보호도M씨는 4%에도 못 미치는 정기예금 금리가 못마땅해서 증권사를 방문해 상담을 받았다. 주가지수가 -50%가 되어도 7.5%의 수익이 지급되는 지수형 ELS를 추천 받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어디까지 진행될 지 몰라 불안함을 느끼던 참이어서 그냥 발길을 돌려 다시 은행으로 돌아왔다. 은행의 담당PB에게 다른 대안을 요구했더니 증권사의 지수형 ELS를 그대로 신탁상품으로 만든 신탁상품을 추천했다.
증권사에서도 추천 받은 상품이고 불안해서 가입하지 않고 은행으로 온 것이라고 말했더니 원금보장이 되고, 예금자보호까지 가능한 ELD를 추천 받고 가입했다. 수익구조는 최저 0%에서 최고 8%였다. M씨는 그래도 예금에 가입한 것이 마음이 편하고 안심이 되기 때문에 이자가 좀 적더라도 ELD에 가입한 게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E삼형제’인 ETF, ELS, ELD의 인기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회피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의 욕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아무리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상품을 추천 받았더라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고 나누어 담아야 하는 분산투자의 원칙은 역시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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