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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참가하려 재수, 삼수도 감수

캠프 참가하려 재수, 삼수도 감수



“레버리지 비율은 자기 자본과 채권자로부터 빌린 타인 자본 간의 구성비를 나타낸 수치에요. 기업의 부채 의존도를 나타내는 비율이죠. 이 비율이 높을수록 빚을 많이 지고 있다는 의미겠죠? 레버리지 비율은 기업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측정할 수 있어요.아마 여러분의 부모님 가운데는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많이 받으신 분도 계실 거에요.집에 돌아가서 우리집의 레버리지 비율을 한번 체크해보세요. 우리 가정이 경기나 시장변화에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을 겁니다.”

8월 7일, 인천시 서구에 위치한 한국은행 인재개발원. 류상철 한국은행 거시건전성연구팀장의 열띤 강의가 이어졌다. ‘금융안정의 이해’라는 간단치 않은 주제에도 청중들은 그의 강의에 집중했다. 더운 날씨에도 모인 40여명의 고등학생이었다. 류 팀장은 “고등학생이 이해하기에는 다소 까다로운 내용이라 걱정을 했지만 질문을 받아 보니 학생들 수준이 상당하다”며 “상경계가 아닌 어지간한 대학생들보다는 오늘 참가한 학생들의 경제 지식이 많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은행 청소년 경제캠프에 참가했다. 1년에 두 번, 3박4일 일정으로 열리는 이 경제캠프의 참가 경쟁률은 웬만한 대학 입시 경쟁률을 넘어선다. 손춘영 경제교육팀 차장은 “40명을 뽑는 이번 캠프에는 300여명의 학생이 몰렸다”면서 “사전에 인터넷으로 실시한 경제 테스트를 통과한 학생 수만 이 정도이니 실질적인 경쟁률은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차장은“2004년 캠프를 처음 실시한 이후, 매년 참가 경쟁률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참가 경쟁률 해마다 높아져이처럼 금융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진 건 우리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6월 멕시코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의제에는 금융교육이 포함됐다. 각국 정상들은 글로벌경제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국가 전략의 일환으로 금융교육을 언급했다. 경제위기를 부른 가계부채, 부동산 투기 등의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올바른 경제 주체를 길러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경제캠프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성황을 이뤘지만 올 들어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와 맞물려 경제를 배우려는 학생이 더욱 늘어나면서 이를 주관하는 곳도 급증했다. 한국경제교육협회는 지난해부터 ‘아하경제 여름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이 캠프는 전국 초·중·고 학생과 교사가 참가할 수 있다. 8월 7일부터 1박2일의 일정으로 열린 이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아하경제 신문을 구독하거나 학생기자로 활동해야 하는 등 참가 조건이 까다롭지만 480명이나 참가했다. 아하경제여름연수는 경제원리를 응용해 회사를 직접 운영하는 체험인 경제순환 게임과 금융교육, 경제논술 특강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상경계열 진학을 목표로 하는 전국 고등학생 100명이 참가하는 경제캠프도 있다. 7월 25일 열린 ‘고교생 시장경제캠프’는 전국청소년경제동아리(EDPS)가 주최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후원했다. 전국에서 200명이 넘는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전국 청소년경제동아리(EDPS)’는 획일적인 경제 교육에서 벗어나 청소년들의 성숙한 경제관 확립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이다.

입학사정관제전형을 통해 상경계열에 진학한 대학생 멘토와 경제에 관심 있는 고등학생들로 구성돼 있으며, 고등학생 회원이 대학에 진학해 다시 멘토로 활동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EDPS 관계자는 “경제공부와 입시준비라는 고등학생 수요에 맞춰 경제 현안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자 캠프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캠프는 수가 많고, 교육내용도 비교적 간단한 반면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참가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한국은행 청소년 경제캠프의 경우 자기소개서와 경제에세이 제출 외에도 고등과정 e테스트에서 고득점을 받아야 참가가 가능하다.

캠프에 참가한 조용진(18·포항제철고)군은 “겨울방학에도 참가신청을 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면서 “다행히 이번에는 합격해 고등학교 3학년임에도 참가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참가한 학생 상당수가 두세 번의 도전 끝에 합격했다”면서“자녀를 경제캠프에 넣어달라는 외부 인사의 청탁에 곤란을 겪는 한은 직원들도 적지않다”고 말했다.


소개서·에세이 제출에 테스트까지참가자 대부분은 대학 진학 때 경제·경영학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이다. 잇단 취업난 속에 상경계열 전공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경제캠프가 관련 학과 입학을 위한 스‘ 펙’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오현수(17·숙명여고)양은“평소 경제학과를 지망하던 터라 경제에세이를 쓰기가 수월했다”면서 “상경계열 진학때 경제캠프 참가 경력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홍균 한국은행 경제교육팀장은 “기본적으로 경제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참가하기 때문에 커리큘럼을 매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면서 “한국은행 직원은 물론 외부 강사와 교수를 초청해 수준 높은 경제교육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번 캠프에서는 ‘한국은행의 역할’을 시작으로 ‘금융과 신용관리’, ‘외환과 국제금융’, ‘청소년과 기업가정신’ 등의 강의가 4일간 이어졌다.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영국세인트 폴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학수(18)군은 “경제연구원을 꿈꾸고 있어 학교에서

도 경제 수업을 꾸준히 들었다”면서 “캠프에서는 학교에서 배울 수 없었던 한국의 경제상황에 대해 자세히 배울 수 있어 도움이 됐

다”고 말했다.

박진수 한국은행 커뮤니케이션국 부국장은 “경제교육의 최종 목적은 합리적인 선택을 돕는 것”이라면서 “학생들에게 과소비를 하지 않고, 투기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국장은 “신용불량자 문제나 부동산 투기 과열, 저축은행 사태 등 각종 경제위기를 겪은 부모 세대의 경험이 자녀들의 경제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계기로 작용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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